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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Jan 19. 2019

북엇국, 뭘로 끓일까? (북어포 vs 북어채)

솜대리의 요리탐구생활




지금까지 수차례 요리탐구생활을 진행하면서 보편적인 진리는 '귀찮음 = 맛있음'이었다. 거의 항상, 손이 더 갈수록 더 맛있었다. 삼겹살도 소금을 미리 뿌려둔 것이 맛있었고, (https://brunch.co.kr/@somdaeri/23) 불고기 양념은 미리 재어놓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다 개어 넣고 볶아야 더 맛있었다. (https://brunch.co.kr/@somdaeri/25


그렇다면, 북엇국은 어떨까? 북어포로 끓인 것과 북어채로 끓인 것이 맛이 다를까? 문득 의문이 들었다. 위의 '진리'에 따르면 북어포로 끓이는 게 더 손이 많이 가니 더 맛있을 것이다. 하지만 북어포나 북어채나 똑같이 말린 명태고 외양만 조금 다른 건데 설마 맛의 차이가 날까? 부디 맛이 다르지 않길 바라며 실험을 진행했다.


제품은 북어포, 북어채 둘 다 러시아산 - 국내 가공 황태로 진행했다. (북어는 말린 황태를 통칭하는 것이고, 황태는 겨울바람으로 녹였다 얼렸다를 반복해 서서히 말린 것이다. 큰 틀에서는 황태도 북어의 일종이다.) 동일한 어장에서 포획해서, 동일한 덕장에서 말린 북어포와 북어채로 비교하면 가장 좋겠지만 구할 수가 없어 서로 다른 브랜드의 북어포, 북어채를 이용해 같은 실험을 2번 진행했다. 


버전은 총 4가지였다. 북어포 - 북어채의 차이뿐 아니라 무를 넣고 안 넣고도 비교해보았다. 




■ 버전 

 1-1. 북어포로 끓인 북엇국 

 1-2. 북어포와 무로 끓인 북엇국

 2-1. 북어채로 끓인 북엇국

 2-2. 북어채와 무로 끓인 북엇국


■ 레시피

- 재료: 북어 찢은 것 50g, 무 100g(옵션), 물 6컵, 들기름 1TSP, 다진 파 마늘 각 1tsp

- 요리법

  (1) 냄비에 들기름 1TSP을 두르고 북어와 무(옵션)를 볶는다.

  (2) 북어와 무가 하얗게 익으면 물 6컵을 넣고 끓인다. 

  (3) 물이 하얘질 때 까지 끓인 후 (약 25분) 소금, 다진 파와 마늘을 넣는다.

  (4) 3분 정도 더 끓이면 완성




실험 과정과 결과는 아래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영상 아래에 글로도 감상을 남겼지만, 아무래도 음식을 표현하는 데는 영상이 :) 







결과를 간단히 얘기해보자면, 북어채보다 북어포로 끓인 국이 절대적으로 맛있었다. 보기부터 훨씬 진해 보였는데, 맛도 훨씬 부드럽고 진했다. 크게 2가지 이유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1) 일일이 찢은 북어포는 찢어진 채로 유통되어 이미 겉이 마른 북어채에 비해 표면이 더 부드럽다. (북어채도 큰 것은 찢어야 하지만 새로 찢긴 표면적이 북어포에 비해 절대적으로 적다.) 그 부드러운 표면에 날리는 보푸라기가 물에 더 작 녹아든다.

(2)  북어는 하나의 명태가 마른 것이라 마른 정도가 동일하지만, 북어채는 그렇지 않다. (몇 개는 아무리 물에 오래 불려도 부드러워지지 않았다.) 그래서 불지 않은 북어채도 있어 맛이 덜 우러난다. 


무를 넣고 안 넣고의 차이는 개인의 취향이지만, 나는 무를 넣지 않은 버전이 좋았다. 무를 넣으면 우리가 뭇국, 쇠고기 뭇국에서 느낄 수 있는 시원 - 한 맛이 난다. 북엇국에 무를 넣으면 시원한 맛은 생기지만 그 새로운 맛 때문에 상대적으로 북어의 구수한 맛이 적어진다. 그래서 나는 개인적으로는 무를 넣지 않은 버전이 좋았다.


안타깝게도 (귀찮게도) 북어포로 끓인 북엇국의 맛을 알아버렸다. 북어포 찢기는 참으로 귀찮지만 맛의 차이가 크다. 나는 내가 해장이 필요할 때만 아니면 북어포로 국을 끓일 것 같다. (내가 해장해야되는 상황이면 북어채로 끓이거나 사먹을 것이다. 북어포를 뜯을 정신도 미각도 없을테니 ㅎㅎ)




+) 실험을 끝내고 나니 북어 껍질이 두 장이나 생겼다. 양이 적긴 했지만 모처럼 북어 껍질이 생긴게 아까워서 적당히 잘라 살짝 튀겼다. 북어 껍질은 튀겨서 소금 설탕 솔솔 뿌리면 맥주 안주로 딱이다. 

양이 좀 되면 고추장 양념으로 강정을 해도 엄청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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