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생활기록부, 내가 되고 싶었던 직업은 군인이었다. 지금도 변함 없이 내 꿈은 군의관 하나다. 군인+의사일 뿐인데 너무 높은 이상이 되어 버렸다.
안고수비인 나의 생활은 참 요란했다. 쥐뿔 아무것도 없어도 빈 주먹으로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20대에 나는 누군가에게 기대는 것 보다 사회에 나와서 당당하기를 바랐으나 사회생활은 녹록치 않았다.
기대만큼 늘 잘되는 일은 없었다. 이리저리 몸을 쓰며 겨울에 손이 다 부르트도록 일을 해 보기도 했다. 생각외로 머리를 쓰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으나, 몸이 녹슨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무엇을 하던 늘 현장에서 일을 하고 사람들과 부딪치는 걸 좋아했다. 손이 쉬면 뇌가 굳는 기분이 든다. 어떻게든 외부로 에너지를 뿜어내는 인간이 난데, 요새는 조금 더 활기차게, 밝게 웃으며 지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어디에 가든 나는 분위기 메이커였는데, 쭈그렁방탱이가 된 거울 속의 나를 보면 안타깝기도 하다. 억지웃음을 지어보지만, 깊은 주름이 나를 더 속상하게 한다.
삶은 늘 고달프다. 나 외에도 사람들은 오늘 내일 모레의 일을 과거와 대조하며 산다. 공장이라면 어제의 산출량, 회사라면 어제의 사무, 사람과의 일이라면 어제의 감정에 매인다. 지금을 살면, 툭 털고 나아갈 수 있는 일들을 현실에 부딪친다며 찡그리고 화내고 울면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게 인간의 고뇌같다.
나 역시도 지금을 살아내진 못한다. 그러나, 조금 더 어제보다 나아지고자 한다. 그래서 앞으로는 그러지 말자 싶다. 그러므로 나는 이렇게 웃는다. 나는 행복하다. 그대의 오늘도, 더이상 어려움을 반복하지 않길, 그렇게 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