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손도 타지 않고 반짝반짝 빛나며 진열대에 자리하고 있는 모든 새것은 호기심을, 포장을 풀 때는 설렘을, 사용하면서는 만족감을 주기 마련이다. 그 많고 많은 새것들 중에서도 나에게 최고는 역시 새 책이다. 책을 좋아하고, 책을 만지는 일을 하는 나에게는 어쩜 당연한 일이 아닐까. 하지만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새 책이 쏟아져 나오는지, 가장 아낀다며 애지중지하던 책도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자리를 내주게 된다.
도서관에서도 마찬가지다. 더는 아이들이 읽지 않을 것 같아서, 너무 오래된 책이라. 시간이 지나 운명을 달리한 책들을 뒤로하고 꼼꼼한 수서 작업 후 선정된 도서들은 서로 돋보이려고 하듯 반짝이며 신간 코너를 장식한다.
각반 게시판에 희망도서 신청서를 비치하고, 교사 메신저를 통해 구입 희망도서를 신청받는다. 수서 작업을 통해 작성된 구입 예정 자료 목록은 일주일 간 학교 홈페이지에 게시하여 학생과 교사,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 후 학교도서관운영위원회 개최, 지역 서점을 통해 도서를 구입한다. (정기 자료 구입 절차)
(수시 자료 구입 절차)
교육과정 지원 도서, 희망도서는 학생 및 교직원 요청 후 최대한 신속히 구입 대출
→ 선제공 후 사유에 대한 서면보고 후 학교도서관운영위원회 사후 보고
작업지시서에 맞춰 작업된 420권의 새 책이 도서관에 들어왔다. 마크 작업까지 외주업체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대분류, 청구기호, 등록번호는 작업이 완료된 채로 입고된다. 도서부장과의 검수 작업이 끝나면 이제 선배라고 도서 정리는 1학년에게 넘기는 거만한 2학년 도서부원들을 데리고 측인 작업을 진행한다. 쉬는 시간마다 귀찮을 법도 한 작업들을 마다하지 않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어느 누구에게도 개방되지 않은 새 책을 가장 먼저 대출할 수 있는 기회가 도서부원들에게 주어지는 것. 도서부원들이 작업 중인 신간도서는 도서관을 이용하는 학생과 선생님들에게는 그림의 떡인 셈이다. 방과 후 작업 중에는 대도서부의 또 다른 이름답게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동요로 노동부의 에너지를 끌어올린다.
측인 작업이 마무리되면 마지막으로 감응 테이프 작업을 한다. 도서관 출입문에 설치된 도난 분실 방지기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게끔 각 권마다 모두 감응 테이프를 붙여주어야 한다.
2학년 아이들이 신간도서에 측인과 감응 테이프 작업을 하는 동안 1학년 도서부원들은 신간 코너에 있던 책들을 분류번호에 맞춰 서가에 정리하는 일을 한다. 이제 비로소 새로 들어온 420권의 따끈한 책들이 자태를 뽐내며 신간도서 코너를 가득 매웠다.
전체 공지를 통해 "도서관에 기다리시던 신간도서가 들어왔습니다." 안내를 하면, 며칠간은 쉴 새 없이 학생들이 몰려든다. 희망도서를 신청했던 선생님들도 혹여나 누가 먼저 책을 빌려 가기라도 할까 싶어 발길을 서두른다.
백화점 세일 기간을 방불케 하는 북적거림은 도서관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고, 진열대에 올려진 책이 더 많은 학생들에게 읽힐 수 있게 하려는 도서부원들의 손길은 서가 주변을 정돈하느라 분주하다.
도서관은 살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