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만큼 놓아주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다희와의 인터뷰
몇 개월이 지나 다희와의 인터뷰를 회상해본다. 다희는 밝고 재치있고 굉장히 좋은 방향으로 나를 웃게 만들어주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 지나쳐온 우울이 베어 있는 사람이었다. 나는 자주 또 감히 다희의 어제를 뿌옇게 그려보곤 했다.
빛나는 눈동자가 참 매력적이던 다희는, 힘든만큼 놓아줘야겠다고 말했다.
완벽의 반대말이 미완이 아닌 편안이라는 말. 다희와 나누었던 대화는 지금의 나에게 큰 위로가 되어주고 있었다. 우리가 함께 나눈 대화를 더 자세히 들어보자.
오늘의 주제인 '우울'은 어때요? 어떻게 포터뷰를 신청하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딱 보자마자 너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신청해야겠다고 생각한 시점이, 제가 이제 절대 더 우울하다고 생각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할 때였거든요. 오랫동안 우울함과 함께 살았는데, 이제 그만 우울해야겠다고 다짐하던 때였어요. 그런 시점에 포터뷰를 접했고. 작별인사처럼 인터뷰를 남겨놓고 싶었어요. 사실 이별까지는 아니겠지요. 사람은 죽을 때까지 우울할 테니까.
그런데 왜 작별일까요? 왜냐하면, 그전에는 계속 같이 있어서 제가 너무 힘들었어요 그런데 이제 제가 힘든 만큼 놓아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럼에도 우울함은 다시 찾아오겠죠. 하지만 전과는 다른 제 자신이 우울을 맞이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스스로가 불안정할 때 우울함이 찾아오면, 그 우울이 좋지 않게 변질되기도 하잖아요. 애초에 우울함이라는 감정을 사람들이 다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는데, 사실 저도 그랬었고요. 그런데 나중에 우울이 올 때는 부정적이지 않게 보고 싶어요.
맞아요, 우울은 극복의 대상이 아니지요. 우울함이 완벽주의에서 기인해 찾아온다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모든 일을 완벽하게 끝내지 못할 때 오는 강박. 이런 것들 떄문에 우울이 크게 오는 것 같아요. (잠시) 제가 얼마 전에 본 문장 중에 이런 문장이 있었어요. 완벽의 반대말은 미완이 아니라 편안이라고요. 그런데 사람들은 미완일 것이 두려워서 완벽하고자 하잖아요. 완벽의 반대가 편안이라면, 굳이 완벽을 쫓을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다희 씨는 완벽의 반대가 편안이라고 생각해요? 네, 지금은 그렇게 생각해요. 생각이 그렇게 변했어요.
그렇다면 이전의 생각은 무엇이었을까요? (잠시) 실패, 실패라고 생각했어요.
그럼 다희 씨의 우울은 완벽주의에서 많이 온 걸까요? 맞는 것 같아요. 곰곰이 생각해 보면, 모든 게 내 완벽주의에서 비롯된 것 같기는 해요. 다 내 마음대로 됐으면 좋겠고, 내가 생각한 대로만 됐으면 좋겠고. 사실 그런 생각을 갖는 것 자체가 강박이고 오만인데 말이에요.
그럼 사람은 완벽해질 수 있을까요? 완벽에 가까워질 수는 있겠지만 완벽해질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잠시) 저에게 있어 완벽의 기준은 사람들의 시선인 것 같거든요. 우상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제가 생각하는 우상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런데 참 신기한 게, 제가 꿈꾸는 게 저를 힘들게 한다는 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잠시) 그래도 삶은 생각만 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으니까. 그게 재미있다는 생각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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