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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추억쌓기 Jan 09. 2024

누구나 처음은 서툴기 마련이다.

수채화 용구 소개 및 발색 차트 만들기

결혼은 처음이라서 서툴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도 처음이라서 서툴고

발달장애아이를 키워보는 것도 처음이라 서툰 엄마

누구나 처음은 서툴기 마련이다.수채화 용구 소개 및 발색 차트 만들기

오늘도 제주를 그리다

수채화로 제주를 종이에 담아 그리고, 브런치를 발행하기까지의 그 서투름의 시작을 나누어보려고 합니다.


제주 한달살이를 마치고 배를 타고 육지로 올라와 차로 4시간을 운전하여 도착한 주말 밤이 지나고, 다음날 월요일부터 본격적으로 피로가 몸을 강타하기 시작하는데, 말 그대로 몸이 녹는 듯이 힘들었답니다.

제주에서의 한 달간의 생활은 그림으로 그려낼 수 있는 아름다운 추억이 있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이런저런 말 못 한 에피소드도 한가득이었기 때문이지요. 위험을 인지 못하는 아들과 함께 사면의 제주 바다를 마주하고 산을 마주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었고, 실제로도 물만 보면 무조건 뛰어드는 아이와 제주를 여행하는 것은 고난의 길로 뛰어든 꼴이었답니다. 결과적으로 자기의 몸으로 거친 파도와 모래를 경험하고 나니 나중에는 무조건 뛰어들지 않게 되었고, 지치면 모래사장에 앉아서 쉬며 나름 바다를 즐기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어 감사한 한 달이기도 합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딸아이와 발달장애 그것도 자폐스펙트럼의 저 끝에 가있는 둘째 아들과 아빠 없이 떠난 제주 한달살이는 그렇게 그림으로 그려내고 싶을 만큼 행복하면서도,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긴장의 연속이었던지라, 그 한 달간의 긴장이 풀린 다음 부터 온몸이 아프기 시작했어요. 며칠 뒤에서야 정신이 돌아오고 붓을 들 힘이 나기 시작해 자리에 앉아서 팔레트를 열어 붓에 물감을 묻혀 그리기 시작했어요.


오늘도 제주를 그리다의 모든 그림은 엽서사이즈의 그림이에요.

제주의 추억을 담은 엽서 사이즈 종이는 파브리아노 포스트카드 점보 A6 200g, 100매 세트로 적당한 두께감과 사이즈로 수채화를 처음 연습하기에 알맞은 종이랍니다. A6 엽서사이즈 크기의 수채화 용지 100매 세트 가격이 4천 원도 되지 않아서 초보자가 큰 그림을 그리기 부담스러울 때 사용하기 좋습니다.
오늘도 제주를 그리다의 모든 그림은 바바라 세필붓 세트로 그렸어요.

수채화 연습용 붓으로 사용하기에 좋은 바바라 세필붓 중에서 80RS 제품으로, 5자루의 세필붓이 들어 있는 5본조 세트 가격이 2만 원대 안쪽이라 부담스럽지 않아요. 저는 주로 2호와 4호를 번갈아 가면서 사용했어요. 이 붓세트는 지금도 너무 잘 쓰고 있답니다.
처음 수채화는 신한수채화물감 24색으로 시작했어요.
물감이 짜인 팔레트를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합니다.
물감의 수대로 칸을 그어준 뒤에 물감의 색을 써주고 나서, 수채화 물감에 물을 적게 묻혀서 종이에 진하게 칠해준 뒤 물을 조금씩 더하면서 아래로 내려갑니다. 눈으로 보이는 물감의 색과 물을 만나서 발색이 되는 것이 확연히 차이가 나기에 물감 발색 차트는 꼭 만들어야 제대로 된 수채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


물감 발색 차트에 색을 칠해본 것이 제가 처음으로 물감의 색으로 면을 채워 본 순간이었어요. 이 간단한 행위 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고 위로받고 새로운 힘이 났아요.


사실 제가 이렇게나 색을 좋아하고 물감의 번짐에 감탄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저도 몰랐답니다. 둘째 아지의 자폐 진단 후 선교원을 함께 다니면서부터 제가 아름다운 색깔을 보면 무척이나 행복해하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되었어요. 선교원 수업 시간 내내 누워있으려는 아지를 일으켜 세우며 심신이 무너져 있을 때, 무척이나 저에게 위로가 되었던 수업 시간이 바로 미술 시간이었고, 그중에서도 색연필, 사인펜, 물감 등 색을 사용하는 평면미술시간이 너무 행복했답니다. 아이들 교육상 미술을 접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을 넘어서 내가 직접 즐기면서 미술을 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물감을 처음으로 제대로 마주하게 되었어요.


발색표를 잘 보면 물흐릇듯이 매끄럽게 연결되어 있지 하고 얼룩덜룩 번짐이 심해요. 초보자라서 그 서투름이 얼룩덜룩한 색 번짐으로 여과 없이 보이고 있어요.


하지만 이게 바로 수채화의 매력인 것 같아요. 모든 삶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듯 수채화도 물감의 양, 물의 양, 종이질과 결에 따라서 물감의 번져나감이 모두 달라요. 하지만 번지면 번진 대로 그것이 수채화의 매력이고, 연하면 색을 한번 더 올리고, 진하면 물을 묻힌 붓으로 살살 색을 빼면서 나름 수정도 가능하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처음으로 나만의 수채화 팔레트를 가져보는 경험은 아무 문제도 없는 새로운 문을 하나 가진 것과 같은 느낌이었고, 처음으로 물감 발색 차트를 만들으면서 육아 외에 새로운 생산의 영역을 경험하면서 삶의 활력으로 다가왔답니다.


중증 자폐 아이의 엄마로서 인생의 실패자, 엄마로서의 실패자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너무 힘들었을 때, 물감으로 색을 종이에 칠하는 이 행동으로 그 순간만큼은 아이의 엄마가 아닌 색을 칠하고 있는 나를 경험하며 행복할 수 있었답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수채화는 저에게 큰 기쁨이 되고 있어요.


당신을 기쁘게 만드는
당신을 행복한 순간으로 인도하는
엄마의 취미 생활을 응원합니다. 


오늘도 제주를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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