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아이 엄마로 살아내면서 가장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육아 기술은 내 아이를 잘 알고 있는 것이랍니다. 아이가 할 수 있는 것과 하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다면, 아이가 하지 못하는 것들 중에서 시도해 볼 만한 것들을 찾아 시도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제공한 활동이 아직 아이 수준에 맞지 않다면 과감하게 잠시 접어두고 마음을 비워내는 결단도 필요합니다. 아이의 현재 능력으로는 할 수 없는 것을 잡고 2~3달을 허비하는 것보다 아이가 해볼 만한 다른 활동을 시도해 보는 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그리고 잠시 접어두었던 활동은 2~3달이 지난 뒤에 다시 시도해 보면 그 사이에 발달한 인지 덕분에 어느 정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이러한 시도와 결단은 무척이나 편하고 쉬운 것들만 하려고 하는 발달장애아이들에게 더욱더 필요하답니다. 언어로 아이를 설득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어요. 하지만 아이가 해볼 만한 것들을 계속 시도하여 작은 성공경험들을 맛보게 하고, 아이 스스로가 맛본 작은 성공경험들은 발달장애아이들이 학습을 시작하고, 계속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원동력이 된답니다.
작은 집안일 - 수건개기로 시작해도 좋고, 작은 공부 - 아이가 할 수 있는 영역의 덧셈, 뺄셈 학습지로 시작해도 좋고, 수세기부터가 막히는 아이들이라면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접시에 두고 세어보거나, 입에 넣으면서 개수가 줄어드는 것을 세어가는 활동으로 시작해도 좋습니다. 아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매일 꾸준히 하면서 영역과 분량, 시간을 늘려가며 아이의 능력과 꾸준함, 성실을 키워주고, 아이가 처음 시도해 보는 것들은 성공할 수 있도록 쉬운 단계부터 시작하여 나는 성공할 수 있는 아이라는 자신감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아름다운 마라도만큼이나 아름다운 우애를 보여주었던 아이들이 너무나도 이뻐서 그림으로 담으려고 노력했던 적이 있어요.
장난기 가득한 아이들 표정과 함께 마라도에 펼쳐진 푸르른 바다와 높고 짙푸른 하늘을 담아보겠다는 계획으로 스케치를 시작하였으나...
사람의 얼굴은 제가 시도해 본 적도 없고, 시도해 볼 수 있는 영역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답니다.
자연의 선들과 색은 단조로운 선 몇 개와 몇 가지 색만으로도 표현이 가능하지만... 사람의 형체는 단순하게 표현하기도 어렵고 특히나 인물들의 얼굴 표정은 정말 어렵더라고요.
수채화, 오일파스텔, 붓펜으로 등을 이용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색을 입히면서 그림을 살려보려고 노력했으나, 이미 실패했다는 마음으로 그려내니 구름도 소심하게 색이 올라가고, 하늘과 바다마저 생동감 없이 색이 들어가고, 특히나 바닥면은 처참해졌습니다.
제주도의 하늘과 바다는 하늘색, 파란색으로 칠하면 되지만, 인물을 표현하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영역 밖의 일임을 깨달았던 그림입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다시 한번 아이들의 모습을 담아낸 적이 있어요.
제주 치유의 숲에서 하늘에 닿을 만큼 키가 큰 나무들 사이에서 작은 아이들과의 산책.
여러 장의 사진 중에서 공중부양을 하는 사진을 그림으로 담아보려고 했으나, 이때도 스케치를 하면서 인물과 표정은 내가 도전해서 성공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고, 제주의 풍경만을 그림으로 담아낼 때는 무척이나 행복하지만 인물이 들어가는 순간 나에게 큰 스트레스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았답니다.
제주 치유의 숲에서 공중부양하는 아이들 5명을 모두 그림으로 담아내려고 했으나 한 명을 그리고는 기력 소진과 더불어 스트레스 풀 충전을 경험하고는 그 이후로 아이들의 앞모습을 그리려고 더 이상 노력하지 않았어요.
대신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과 아이들의 뒷모습을 그려내며, 아이들과 제주의 풍경이 어우러진 그 중간지점을 찾았답니다.
제주 한달살이에서의 행복으로 충만했던 아이들의 표정을 그림으로 담고 싶은 욕심은 과감하게 접고, 내가 잘 그려낼 수 있는 제주의 하늘과 바다, 풍경들에 초점을 두고 연습하고 그려내고, 아이들의 모습은 뒷모습으로 간략하게 담아내며 마음에 쏙 드는 그림들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는 영역에서도...
그림을 그리는 영역에서도...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로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하지 못하는 것들을 아는 것은 중요하고, 그다음으로 내가 하지 못하는 영역을 시도해 보는 것이 중요하고, 어렵다면 잠시 접는 결단도 필요하고, 다시 꺼내어 마주 보고 시도해 보는 용기도 중요합니다.
발달장애아이인 내 아이가 하지 못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춘다면 아이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인생을 살아가게 되고, 발달장애아의 엄마도 엄마로서 실패감만 경험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내 아이가 시도해 볼 수 있는 것들을 끊임없이 찾아내며 시도해 볼 수 있게 도와주고, 아이가 소소한 활동에서 성공하면서 성공경험을 쌓고, 더 많은 성공경험을 맛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발달장애아이들도 스스로 공부를 하려는 의지가 생기고, 이런 의지들이 쌓여서 해보려는 원동력이 되고, 더 나아가 자립을 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된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