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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d Influence Dec 23. 2019

경력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자신의 일에 의미부터 부여하라

직장인 초기 경력개발

“세상에 하찮은 일은 없다. 하찮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라는 말이 있죠. 조금 진부한 표현이지만 생각해보면 지극히 당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의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상당히 주관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자신만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 아니면 그냥 어쩌다 하게 됐으니 별생각 없이 하고 있는지의 문제입니다. 이 둘은 사람이 일에서 성장하는 데 있어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의미 관리 이론(Meaning management theory)을 제시한 폴 웡(Paul. P. T. Wong) 교수에 따르면, “인간은 인생을 살면서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 삶의 목적 그리고 좋은 삶을 살기 위한 방법을 알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의미를 찾고,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의미 구성에 관여하는 존재”라고 합니다. 인간은 자신의 삶에서 행복하기 위해 삶에 의미를 부여합니다.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데 중요한 요인들 중에 일은 단연 우리의 삶에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일은 동양과 서양,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것 없이 우리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정체성, 자존감, 행복의 근원이었습니다. 개인이 일의 의미에 대해 생각한다는 건 자신의 성장, 경력에서의 성공, 자아실현, 행복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한다는 말입니다.


사람에 따라 일은 생계수단으로의 의미, 경력을 쌓아가는 경로의 의미,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의 의미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의 의미에 대해 두 가지 이상의 복합적인 의미로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에도 제 일을 소명이라고 까지는 생각지 못했지만 생계수단이면서 경력을 쌓아가는 경로임은 분명합니다.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든지 자신의 일을 의미 있게 여기는 사람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높은 가치를 부여합니다. 많은 연구에 의하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좋은 의미로 인식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업무에 더욱 몰입하고 일에서 만족을 느낄 뿐만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경력을 개발하기 때문에 성공적인 경력에 이르게 한다고 합니다.


자신의 일에 의미와 가치를 스스로 부여하는 사람이 객관적으로 혹은 주관적으로 성공적인 경력을 이룬 사례는 많습니다. 그중 한 가지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A 씨는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국내 모 대기업에 취업을 했습니다. 그가 처음 맡은 일은 부서원의 경비 정산이나 사무비품 관리, 근태 처리 등의 부서 살림을 챙기는 것이었습니다. A 씨는 처음엔 회사에 취업하고 자신의 힘으로 돈을 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했지만, 두 해가 지날 즈음 자신의 일에 대한 회의를 느낍니다. 모든 부서원이 자신에게 귀찮은 일만 시키고, 자신의 일을 하찮게 여긴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A 씨는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하찮은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일이 더 싫어졌다고 합니다.


하루는 그런 사정을 부서의 친한 선배에게 털어놓으며 조언을 구했습니다. 선배는 A 씨의 고민을 듣고 위로도 했지만 따끔한 조언도 잊지 않았습니다. “너 자신도 하찮게 여기는 일을 누가 귀하게 생각하니… 작은 일을 해내지 못하는 사람에게 어떤 상사가 큰일을 맡기고 싶어 하겠어?”라고요. 이야기 말미에 선배는 “사실 네가 휴가를 가면 사람들이 불편해하긴 하더라. 이번 기회에 너의 일을 의미 있게 생각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해서 네가 없으면 아예 마비가 되게 해 보는 게 어때?”라는 농담 반 진담 반의 조언을 했습니다. 그 후로 A 씨는 6개월 동안 자신의 존재감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게 미친 듯이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홀연히 여름휴가를 떠났습니다. 1주일 동안 부서원들은 “난 자리가 너무 티가 나네”라고 하면서 A 씨의 복귀를 기다렸고, A 씨의 여름휴가는 그의 존재감을 톡톡히 알리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6개월 뒤 A 씨는 능력을 인정받아 승진을 했고, 팀 전체 예산관리 담당자로 업무가 변경되었다고 합니다. 그 뒤로도 A 씨는 일을 하며 경영학과에 편입을 하여 회계와 경영이론을 배우고 지금은 재무부서의 간부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좀 더 흥미로운 사례 하나를 더 소개하겠습니다. 모 방송사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본 데이비드 리스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연필을 깎는 사업을 합니다. 그가 하는 일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연필 제대로 깎는 법’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영상을 처음 볼 때 저는 “연필 깎는 일이 무슨 돈이 될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샤프라고 불리는 자동식 연필과 다양한 필기구가 천지에 널린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연필을 깎아달라고 할까?”하는 생각이 들지 않으세요?

연필깎기의 정석, 데이비드 리스 저, 프로파간다, 2013

그는 칼로만 연필을 깎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다양한 연필 깎는 도구를 보유하고 사용합니다. 또한 웹사이트나 이메일을 통해 전 세계에서 주문을 받습니다. 어떤 캐나다의 고객이 그의 연필 깎는 법을 쓴 책(연필 깎기의 정석)과 연필을 주문했는데 가격이 무려 80달러(한화 약 9만 3천 원)라고 합니다. 주문을 받으면 최대한 연필을 사용할 사람을 생각하면서 어떻게 깎을지 구상을 하고 작업에 들어갑니다. 심지어 어떤 도구로 몇 시에 깎았는지를 기록한 보증서와 연필을 깎을 때 나온 톱밥까지 포장해 넣어 줍니다. 그는 “어떤 단순한 일에 사람들이 많은 돈을 지불하게 하려면 알맞은 복장을 하고 굉장히 심각하게 장인처럼 일해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장인이 만들었다고 하면 많은 돈을 지불한다는 점을 생각하라고 하면서 말이죠. 그가 이런 일을 하게 된 것은 우리 삶에서 보잘것없어 보이는 연필도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 시작했다고 합니다. 같은 이유로 그는 최종 산물인 깎여진 연필과 작업 중에 생긴 부스러기가 똑같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연필 톱밥까지 보낸다고 합니다. 나름의 모든 것에 의미를 붙인 것이 느껴지나요? 이 영상에서 그가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serious(심각하게)”였습니다.


일과 삶의 균형이라고 하는 워라밸이 직장인들의 핫이슈로 떠오른 탓에 일과 삶이 물과 기름처럼 뚜렷이 구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물론 직원을 하나의 도구와 숫자로 생각하며 진을 빼고 번 아웃(소진) 되게 만드는 회사와 경영자들의 과오가 큽니다. 하지만 일과 삶의 균형은 그렇게 수치로 구분한다고 균형이 잡히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 삶에 일이 차지하는 부분은 너무나 크고 이 두 가지 개념은 정체성을 같이 합니다. 사람은 자신의 자아 정체성을 탐색할 때 직업에 대한 정체성도 함께 탐색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자신이 하는 일을 남들이 우습게 여기면 기분이 나쁜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일을 자신이 하찮게 여기면 자신도 우스워지고 남들도 우습게 여길 것입니다. 우리가 우리의 경력을 성공적으로 만들려면 가장 먼저 둘 중 하나는 해야 합니다. 우리의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를 높이던지, 다른 일을 찾고 다시 그 일에 의미를 부여하던지.


[함께 읽으면 좋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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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고수는 빠르고 하수는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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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위임만 잘해도 절반은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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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SBS 스페셜. 연필, 세상을 다시 쓰다(2015.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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