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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a Feb 04. 2021

2. 38도의 체온

고양이의 온도

내 손을 안고 자는 바니

2. 38도의 체온

-고양이의 온도-





  나는 몇 년 전 불면증이 심했다. 아마 그 맘 때 즈음 스트레스가 심해서였을 것이다.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아 몇 달간 약을 먹고 불면증이 다 나았나 싶었는데 왜인 걸. 요새도 가끔 끝나지 않을 것처럼 길고 긴 밤이 찾아온다. 예전에는 그 길고 긴 밤이 찾아올 때면 두려움이 먼저 앞섰다. 이 밤에 나 혼자 남겨지는 게 이유도 모르게 무서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무섭지 않다.


  나는 잠이 오지 않을 때마다 나는 주위를 더듬어 누워있는 바니의 자그마한 손이나 하얗고 말랑한 배 위에 손을 얹는다. 그럼 바니는 꼬리를 탁탁 내려치지만 별다른 행동은 하지 않는다. 얘가 또 이러네, 하는 눈으로 나를 잠깐 볼뿐이다. 그렇게 나보다 조금 높은 고양이의 체온을 손끝으로 감각하고 있자면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면서 잠이 천천히 다가오고, 이내 잠에 든다. 내 불면증은 다 이 자그마한 고양이의 체온이 고쳐준 것이다. 그럼 나는 생각한다. 나는 그동안 약이 필요한 게 아니라 이 한 줌 체온이 필요했던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해보면 나를 달래주는 건 항상 그 체온이었다. 무력함에 잠겨 침대에 가라앉고 있을 때에도 그 체온 덕분에 아예 침몰하지 않을 수 있었고, 눈물이 영영 멈추지 않을 것처럼 흘러내릴 때도 그 따뜻한 온기가 다가온 덕분에 울음을 그칠 수 있었다. 그 체온이 없었다면 나는 아마 아주 외로웠을 것이다. 그래서 침대에 영영 가라앉거나 눈물에 잠겨 익사했을지도 모른다. 어둠을 바라보다가 나도 홧김에 어둠이 되어버렸을지도 모른다.

  

  바니는 알까. 알고 있을까. 자신의 체온이 얼마나 자주 나를 구해줬는지. 내 아무것도 없는, 아무것도 아닌 일상 속에 얼마나 밝은 빛을 밝혀주었는지. 나를 얼마나 살고 싶게 만들어줬는지. 맑고 투명한 눈을 들여보고 있자면 어느 날은 이 아이가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가 어느 날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계속 보고 있다 보면 그런 게 뭐가 중요한가 싶다. 그 순간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순간 그 자체였다.


  오늘도 자그마한 손을 잡으며, 그 체온을 느끼며 다짐한다. 너를 위해서라도 나는 열심히 삶을 살아낼 거라고. 그러니 내게 오래 체온을 나누어달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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