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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사원 May 10. 2020

<디커플링>, 결국은 고객!

탈레스 S. 테이셰이라 교수의 '디커플링'을 읽으며 처음엔 매우 신선한 충격을 느꼈다. 마케팅을 하는 사람으로서 디커플링만 알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모든 문제 해결의 핵심 같았달까. 그러나 책 한 권을 모두 읽고 나니, 결국 디커플링은 마케터라면 누구나 알법한 '소비자의 니즈 공략', '시장 정의', '선택과 집중'처럼 진부한 말처럼 느껴져 김이 샜다. 성공 사례만 인정받는 냉정한 마케팅의 세계. 그러나 마케팅의 허점은 당연한 것에 소홀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책에서 설명하는 '디커플링'이란 압도적인 전문성을 가지고 소비자들의 비용, 시간, 돈을 절약해 줄 수 있는 마케팅적 혁신이다. 디커플러들은 기존 비즈니스의 틀을 깨고 범접할 수 없는 위치에서 새로운 시장을 독점한다. 고착화된 구조를 깨는 노력, 그것이 디커플링의 시작점이다. 쉽게 말해 EBS의 펭수나 JTBC의 와썹맨 같은 새로운 캐릭터는 기존 레거시 미디어의 틀을 깨는 디커플링이다. 고객의 가려운 곳을 살살 긁어주면서도 고객에게 심각한 노력이나 비용을 요구하지 않는 신개념 돈벌이라고 할까?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디지털 시대에 유튜버가 알짜배기 비즈니스 모델로 떠오른 이유이기도 하다.


성공한 마케팅의 핵심은 고객이 갖고 있는 Unmet needs를 어떻게 끌어내 현실화시켰느냐이다. 사실 소비자들의 마음을 아는 것부터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애초에 성공한 마케팅을 꿈꾸는 것부터 어폐가 있지만, (성공한 마케팅의 정의를 무엇으로 내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매출액? 영업이익? 명성? 브랜드의 수명?) 애석하게도 성공한 마케팅을 찾아 헤매는 것은 성실한 마케터의 숙명이다. 물론, 잘 만들어진 콘텐츠만으로 특정 서비스나 상품의 구매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디커플러가 기존 산업의 견고함을 깨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더구나 디커플링의 사업 구조가 세밀해지면 질수록 디커플러의 비즈니스는 니치해질 수밖에 없다. 정말 소수만이 원하는 콘텐츠나, 비즈니스 공급자가 매우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하는 비효율적인 구조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논리적이진 못하지만 성공한 마케팅은 직관이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 왠지 그럴 것 같은 마케터의 촉이랄까. 기존 기업들에 비해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스타트업 구조에서 성공한 마케팅의 사례가 많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단순하고 직관적이다. 먹고 싶으면 먹고, 사고 싶으면 사고, 놀고 싶으면 논다. 그렇다면, 마냥 직관적으로 행동할 수 없는 인하우스 마케터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일까? 김이 새는 대답이긴 하지만, 여전히, 결국에는 고객뿐이다. 마케터의 직감과 고객의 선택이 맞물리는 그 날까지 알 수 없는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매일같이 고민해야 한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심플 이즈 더 베스트다.


디커플링이라는 책은 마케터가 기본기를 되새겨 볼 수 있는 좋은 교과서이다. 사례 중심적이라 약간의 아쉬움은 들지만. 언젠가 나도 디커플링의 주인공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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