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딩딩딩딩~
요즘 어떤 노래에 빠졌다. 베트남의 <쇼미 더머니>라고 불리는 힙합 경연 프로그램에서 한 참가자가 부른 노래다. 참가자가 한국 유학생 시절 경험을 살려 한국어 가사를 넣은 노래인데 입에 착 붙는다. 끝까지 들은 적도 없고 제목도 모르지만 잠시 밈으로 유행했던 이 구절이 참 마음에 든다.
괜찮아 :) 딩 딩 딩 딩 딩~
평소에 대화를 하다가도 "괜찮아."라는 말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딩 딩 딩 딩 딩~"이 자동 재생된다. 그 말을 할 때마다 흥얼거리다 보니 내가 일상 속에서 괜찮다는 말을 꽤 자주 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괜찮다는 사실에 괜찮아지다 못해 기분이 덩실덩실 리듬을 타게 된다. 누가 흥의 민족 아니랄까 봐. 음악이 게임 캐릭터라면 탑티어 힐러일 것이 분명하다.
사실 괜찮지 않아도 애써 괜찮다는 말을 뱉을 때가 있다. 진실과 상관없이 괜찮아야만 할 것 같을 때도, 괜찮았으면 하고 바랄 때도, 아무도 걱정하지 않길 바랄 때도 쉽게 튀어나오는 말이 '괜찮아'다. 내 곁의 사람이 다행이길 바라고 나 또한 다행이길 바라는 만큼 괜찮다는 표현이 습관처럼 나온다. 따뜻하고 다정한 습관이라 말할 수도 있지만, 가끔은 이런 태도가 나를 무디게 만들까 봐 걱정되기도 한다. 괜찮지 않다고 외쳐야 할 때까지 무작정 괜찮다며 나를 속이는 독이 될까 염려한다.
물론 무조건반사 같은 '괜찮아'는 투쟁을 회피하는 나약한 태도가 되어 필요할 때 나를 지켜주는 방패를 뺏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어느 날 갑자기 치명상이 나를 꿰뚫을 일은 흔치 않다. 문 밖을 나서는 순간 매머드의 습격을 두려워할 일도 없고, 산책을 하다가 뒤통수에 총구가 겨눠질 확률도 극히 드물다. 당장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웬만한 일에도 괜찮은 게 오히려 괜찮은 방법 아닐까?
어느 날, 내면 소통 전문가가 나온 영상이 눈길을 끌었다. 분노와 같이 부정적인 감정은 사실 뇌에서 비상사태 사이렌을 울리는 것과 다름없다고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비상벨이 울리다면 어떨까?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즉, 우리가 자주 화내는 건 자연스러운 반응이 아니라 생존에 방해되는 부정적 습관이다. <감정조절자>라는 책에서도 이런 구절을 읽었다. 외부 자극에 대해 우리 뇌는 평소에 자주 선택했던 반응을 거의 자동적으로 고른다. 한마디로, 어떤 일에 자주 화를 내면 다른 일에도 쉽게 화내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런 정보들을 만나 종합해 보니, 괜찮다고 외치는 노래가 정말로 괜찮게 살아가기 위한 마법의 스킬처럼 느껴졌다.
괜찮다는 말은 내게 닿은 자극이 의도적인 공격이든 비의도적인 스침이든 툭툭 털고 이겨낼 힘을 길러준다. 넘어져도 괜찮아. 울어도 괜찮아. 실수해도 괜찮아. 어쨌든 일단 괜찮다니까 지금 당장 아무렇지 않아 지고 앞으로도 괜찮을 거란 희망이 차오른다. 희망이 있다는 건 살아갈 용기가 있다는 뜻이고, 살아갈 용기는 생명력이 강한 씨앗처럼 무엇이든 시작하고 키워갈 힘을 준다. 때로는 괜찮다는 말로 이겨낼 수 없는 커다란 시련이 닥칠지도 모른다. 그러나 웬만한 일에는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괜찮게 지내온 사람이라면 몸과 마음에 단단한 굳은살이 박여있을 테다. 그쯤 되면 괜찮다는 말 대신, 강력한 일격을 대비해 제련하고 아껴온 필살기를 선보일 준비도 되어 있을 거라 믿는다. 그러니 오늘 나에게 괜찮은 날을 선물해 주자. 편안하고 무탈해서 괜찮은 하루가 내 인생의 평균이 되도록. 괜찮아, 딩 딩 딩 딩 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