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꽃
흔한 꽃
봄이 피고
가을이 지듯
그 사이로
나비가 들고 나고
벌이 오고 가고
계절이 내려앉는다.
누군가의 손에 꺾여
책갈피에 눌려도
나도 저렇게
흔한 꽃으로 살고 싶다.
매운 겨울을 견디고
무심히 피어
누군가의 봄이 되는 꽃
흔하다는 건
사라짐이 아니라
언제나 거기 있다는 것이다.
그 꽃은
그저 살아내고
살아있다는 이유만으로
충분히 빛남을 안다.
사람도
저마다 다른 계절로 피어
그것으로 족하다면
바람의 끝
꽃잎이 지듯
저리 조용히 스러지는 것 또한
괜찮겠다.
화훼단지에서
눈길을 끄는 꽃을 볼 때마다
입에서 먼저 튀어나오는 질문,
“아~ 이 꽃 월동되나요?”
처음에는 고운 빛깔과 모양만 보였다.
하지만 몇 해 꽃과 함께하다 보니
봄마다 새로 들이는 비용과 품이
은근한 짐이 되기 시작했다..
첫 마음이 식었을까?
봄마다
예쁘고 새로운 꽃을 맞이하는 설렘도
서서히 식어 갔다.
사랑의 열정이 12~18개월에서 최대 3년 정도라니
꽃을 보는 마음이 사랑의 심리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월동이 안 되는 꽃은 손이 많이 간다.
수국을 보려고 하우스로 옮기고
비닐을 씌우고, 실내로 들이고…
반면 추운 겨울을 견딘 꽃이
툭
“나 여기 있다”
봄마다 같은 자리에서 틔운 싹을 보면
그 긴 침묵 속에
얼마나 매운 추위를 견뎠는지
문득 놀라며 마주하게 된다.
이제는 그 한결같음이 더 좋다.
묵은 사랑처럼 편안한 꽃,
흔하지만 늘 거기 있어
계절을 잇는 꽃.
사람도 그러했으면 좋겠다.
저마다의 계절로 피어
때가 되면 스르르,
조용히 자연으로 돌아가는 일.
그런 인생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