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늬가 있는 시(詩)

배롱나무

by 보리

배롱나무


간밤 큰비에

배롱나무 꽃이

너무 웃다가

그만

허리가 꼬부라졌다.



세월이 쌓이면

기쁨도 상처도

껍질이 되어 굳어지는데



그 껍질 벗어

허물을 버리는

너는 누구냐?


허물을 벗는

순간마다

새로워지는

나는 누구냐?


그래 그러해야지,

어제 핀 노을은 벗고

새로 솟은 이 빛으로

또 하루를 살아야지.





백일 동안 피어

백일을 웃는 꽃

배롱나무 아래 앉으면

마음이 저절로 웃음이 된다.


배롱나무는

허물을 오래 두지 않는다.

굳어버린 과거는

가볍게 벗어버린다.

“남은 생을 더 가볍게,

환하게 살아라.”

스러짐과 피어남이

끝없이 바뀌어도

우리의 웃음은

꽃보다 붉다.





배롱나무는

‘백일 동안 피는 나무’라는 뜻에서

백일홍나무라 불리다 배롱나무가 되었다.


꽃이 오래 피어 집안에 두면 장수와 번영을 상징한다고 믿었다.


작고 가벼운 꽃잎은 만지면 금세 흔들려 간지럼타는 거 같다고

‘간지럼 나무’라 불리고,


옛 중국과 조선의 시인들은

“미소 같은 꽃”(자미화(紫薇花) ― 웃음의 꽃, 환희의 꽃)이라 노래했다.


절집에 심은 까닭은 해마다 껍질을 벗듯 속세의 때를 벗고

수행 정진하라는 가르침이고,


서원과 사대부의 뜰에 심은 까닭은 긴 여름에도 쉼 없이 피어

선비의 끈기와 청렴을 닮았기 때문이다.


풍류와 수양,

그늘에서 배우는 마음의 빛이

꽃처럼 환하다.




꽃말


붉은색 꽃 - 부귀, 떠나간 님을 그리워함

흰색 꽃 - 수다스러움, 웅변, 꿈, 행복



전설


옛날 어느 바닷가에 머리가 셋 달린 이무기가 살고 있었다.

이무기는 해마다 마을에 내려와 처녀를 한 사람씩 잡아갔는데 제물로 바쳐질 처녀를 연모하던 이웃 마을 청년이 처녀 대신 가겠다 자청하였다.

청년은 처녀의 옷을 입고 제단에 앉아 이무기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가 이무기의 목 두 개만 베었을 때, 이무기가 도망쳐 버렸다.

감동한 처녀는 이 청년을 평생 반려자로 맞이하겠다고 했으나, 청년은 이무기의 나머지 목 하나를 베어야 한다며

배를 타고 이무기를 찾아 나섰다.

청년은 "내가 이무기 목을 베면 배에 하얀 기를 걸 것이고, 실패하면 붉은 깃발을 걸 것이오"라고 말하고 떠났다.

처녀는 매일 바다를 바라보며 청년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도했는데

드디어 백일이 되던 날 청년의 배가 돌아오는 모습이 멀리 보였고 붉은 깃발을 확인한 처녀는 절망하여 자결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 깃발은 이무기가 죽으면서 피를 내뿜어 하얀 깃발이 붉게 물든 것이었다.

돌아온 청년은 슬퍼하며 처녀를 묻었는데, 그 무덤가에서 자란 나무에 붉은 꽃이 백일 동안 피어있었다.


한시

* 백일홍(百日紅) - 成三問


昨夕一花衰 ㅡ 작석일화쇠

今朝一花開 ㅡ 금조일화개

相看一百日 ㅡ 상간일백일

對爾好銜杯 ㅡ 대이호함배


* 어제저녁 한 송이 꽃이 시들더니,

오늘 아침 또 한 송이가 피어나

일백일을 서로 바라보니

그대와 마주하여 술잔 기울이기 참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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