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좀생이 엄마입니다.

사랑, 하지만 괴물엄마가 된 이야기 -14화

by 한이음



나는 아이에게 좀생이 엄마다.


아이는 자기가 원하는 건 다 말하면서 내 말은 모른 척한다. 그럴 때마다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어른이라면 참고 넘어가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왜 이렇게 쉽게 토라질까.


아이 앞에서조차 감정 조절이 안 되는 내 모습에 스스로 놀란다.


놀이매트를 입에 넣고 빨기 시작한 아이에게

“그만하라고 했지!” 소리쳤다.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번에는 방바닥을 혀로 핥는다.


갑자기 숨이 턱 막혔다.


한숨을 한번 크게 쉬고 돌아섰지만 도망칠 곳은 없다. 순간, 문을 열고 나가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스친다. 하지만 그건 아이에게 더 나쁜 장면이 될 것 같았다.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되는 실랑이에 결국 터졌다.

“너 그러면 오늘 엄마랑 안 자는 거야!!”

협박처럼 내뱉고 말았다.


그래도 아이는 여전히 내 말을 듣지 않는다.

미칠 노릇이다.


화가 난 나는 아이를 등지고 조용히 집안일을 시작했다. 말을 안 듣는 아이 앞에서 나는 속 좁은 사람처럼 삐지고 말았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하자고 하면 절대 안 하는 아이. 내 감정은 넘치다 못해 손가락 사이로 줄줄 흘러내렸다.


그 감정을 붙잡을 방도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나는 삐졌다.


나는 아이와 감정싸움을 한다. 마치 연인처럼.

말하지 않아도 내 속마음을 알아주길 바란다.

사과 한마디, 미안하다는 눈빛 하나.


29개월 아이에게 그런 걸 바라는 내가 우습다.

그런데도 마음은 자꾸만 그렇게 흐른다.


“아야.”

작은 목소리가 들린다.

발가락을 만지며 내 눈치를 살핀다.

"호~해줘, 엄마” 하고 말하는 듯한 눈빛이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도 모른 척했다.


잠시 뒤, 아이는 문 앞에서 일부러 넘어진다.

그리고 엉성한 울음소리를 낸다.

“아으앙.” 한 번 울더니 곧 그친다.


29개월의 연기력은

속 좁은 엄마에게 쉽게 간파당했다.

그래도 꾹 참고 시선을 돌렸다.


나는 좀생이 엄마니까.


아무래도 내 속에는

밴댕이 한 마리쯤 살고 있는 것 같다.


아이가 기분을 풀어주려는 몸짓을 보여도

내 마음은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네가 먼저 내 말 안 들었잖아.

그러니까 나도 네 말 안 들어줄 거야.’

어른답지 못한 생각이 속을 들끓게 한다.


이쯤 되면 나도 안다.

나는 지금 엄마가 아니라 그냥 좀생이다.


잠들기 직전, 나는 아이에게 알은척하지 않았다.

옆에서 시무룩하게 있는 아이를 슬쩍 바라보는데

가슴 한편이 서서히 무너져 내렸다.


결국, 손을 내민다.

그러자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눈을 반짝이며 외쳤다.


“엄마~!”


짧은 그 한 마디 안에

기다림도, 사랑도, 용서도 담겨 있었다.


육아는 늘 그렇다.

내가 먼저 무너지고

아이의 눈빛에 마음이 녹는다.


아이가 아닌

나 자신이 먼저 철들지 못했다는 걸 깨달을 때마다

엄마라는 이름의 무게가 조금 더 깊어지고 무거워진다.


우리는 오늘도

사랑이라는 이름의 성장통을 함께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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