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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백설장 08화

백설장 8

- 달아난 여자들

by 이도원

그리고 얼마 후 그는 또 다른 여자를 데리고 왔다. 남자는 자신의 성기를 여자에게 물리고 정액을 삼키게 했다. 나는 여자의 두 눈에서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남자는 여자에게 왜 비명을 지르지 않는 거지?, 하며 여자의 뺨을 세차게 갈겼다. 여자의 입술은 터져 피가 나왔고 금세 퉁퉁 부어올랐다.

여자는 비명을 질렀고 그제야 남자는 사정에 성공하였다. 남자가 탈진하여 침대 위에 길게 엎드려 누웠다. 여자는 그런 남자의 등에 자신의 몸을 포갰다. 그리고는 손바닥으로 남자의 등을 쓸어내렸다. 한참 동안 그렇게 있었다. 남자가 말했다.

“난 이런 놈이야. 제대로 여자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어.”

“말하지 말아요. 그냥 자요. 당신이 깰 때까지 옆에 있을 게요.”

“그래 주겠어? 정말 이런 날 이해할 수 있다는 거야?”

“이해해요. 당신을 이해해요.”

남자는 고개를 들어 여자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여자는 남자의 눈빛을 피하지 않고 바라보았다.

“아니야. 가려면 지금 가. 저기 봉투 꺼내놨어.”

여자는 말없이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가 말했다.

“입영 전이었어. 아버지가 그러시더군. 엄마를 찾아가 보라고. 내가 어릴 때 엄마는 집을 나갔지. 그래서 찾아가 봤어. 엄마는 다른 남자와 살고 있더군. 날 보더니 첫마디가 뭔지 알아? 왜 왔냐?, 고 하는 거야. ‘날 잊어버려라. 그래야 너도 살고 나도 살겠다. 다시는 오지 말아 줘.’ 그러더군. … 난 바로 군대를 갔지. 근데 우리 엄마처럼 나를 기다리겠다고 한 여자들이 모두들 변하더라고. 휴가를 나올 때마다 나는 철저히 버림받았지. 마치 군인은 사람이 아닌 듯 몸을 섞으려고 하지 않더라고. 돈이 아니면 여자를 살 수가 없었어. 그때부터 이렇게 하지 않으면 쾌감이 일어나지 않았어. 내가 결혼하지 않는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야. 한 여자를 아주 황폐하게 만들어버릴 것 같아서 말이야.”

여자가 말했다.

“나는 도망가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안심하고 자요.”

남자는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여자를 올려 보았다. 여자는 그런 남자의 머리를 자신의 무릎에 올리고는 머리를 쓰다듬었다. 남자는 어느새 깊은 잠에 빠졌다. 얼마나 잤을까. 남자는 깨어나서도 여자가 떠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여자는 남자의 돈을 갖고 가지도 않았고 남자를 두고 혼자 도망치지도 않았다. 남자가 여자에게 말했다.

“이제 두 번 다시 당신과 여기 들어오는 일은 없을 거야. 우리 결혼하자.”


그 후 일 년 간 그 남자와 여자는 백설장에 오지 않았다. 남자는 그때 결혼하려고 했던 여자가 아니라 다른 여자를 데리고 들어왔다. 그리고 그전보다 더욱 지독한 방법으로 여자를 괴롭혔다. 날카로운 것으로 여자의 성기를 문질렀고 이빨로 젖가슴을 물어뜯었다. 여자는 비명을 질렀지만 그것은 남자를 더욱 흥분하게 만들 뿐이었다. 방 안은 땀 냄새와 피비린내로 진동했다. 여자들의 눈물과 성기에서 흘러나온 분비물은 나춘희 씨가 힘들게 세탁하여 깔아놓은 시트를 순식간에 더럽혀 놓았다.

결국 그 여자는 이 남자를 도저히 참아내지 못했던 것이다. 깊은 상처가 있는 사람을 치유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이래도 날 포기하지 않을 건가? 이래도 말이야. 그럼 이것은 어때? 괴롭지? 괴롭다면 비명을 질러봐”

남자는 이렇게 여자에게 소리쳤고 참다못한 여자들이 공포와 모욕감에 달아나면 이렇게 내뱉곤 했다.

“결국 이렇게 되는 거지. 너희가 나를 진정으로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여자들은 모두 거짓말쟁이야.”

그 남자는 나춘희 씨가 지갑을 훔친 이후에야 백설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아마 남자는 다른 여관을 전전하며 또 다른 여자들을 학대하며 끔찍한 절정에 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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