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을 완전한 비극으로 만들지 않을 방법
'너무 힘들다'
'자존감이 바닥 치는 나날이다'
'출근길, 차라리 도로에 뛰어들고 싶었다'
졸업한 간호학과 선배에게 병원 생활에 대해 묻자 실제로 돌아온 말이다. 이 외에도 간호사 카페, 커뮤니티에서 부정적 메시지들을 자주 접해왔다. 이렇게 두려움을 야기하는 말들이 나의 시간을 빠르게 감는 듯했고, 이제 떠밀리듯 간호사 국가고시를 50일 남짓 남겨두고 있다.
목전의 시험보다 더 걱정스러운 건 나 또한 힘겨운 병원 생활을 마주할 거라는 사실이다. 올해는 그 걱정 속에서 꽤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친누나가 결제해놓은 미국 간호사 강의를 접했다. 해외 간호사에는 흥미가 없지만 정신 간호학에는 관심이 많은 터라 이 과목만큼은 모조리 수강했다.
강사님은 학문적 지식뿐 아니라 자신의 감정과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참 많이 알려주셨다. 그중 하나를 소개하려 한다.
'Say yes'하기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다는 건 상황 변화에 적절히 반응하지 못함을 의미한다. '적절한 반응'이란 무엇일까? 예를 들어, 힘겨운 상황이 발생한 경우 혼란스럽고 갈피를 잡지 못할 것이다. 이것이 말 그대로 적절한 반응이다. 반면, 위기 상황에서 곧바로 '응, 괜찮아 다음엔 좋은 일이 생길 거야'라고 한다면? 이를 부적절하다고 말한다.
또 다른 부적절한 반응은 감정적 고통 속에서 '왜 나에게?', 왜 하필 지금?', '왜 이런 일이?' '대체, 대체 왜?'를 반복하며 자신을 좀먹는 되새김질이다. 이 악순환 고리는 자아를 완전히 무너뜨려버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그저 운이 나빠 벌어진 일이 완전한 비극으로 이어진다. 이 상황을 막아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이미 상황은 발생했다. 이때 우리는 자신의 주인이자 보호자 역할을 자처해야 한다. '그래, 이 일이 나에게 일어났구나. 그래서 내가 많이 힘들어. 화가 나고 내가 밉기도 해.' 충분히 감정을 느끼며 위로해야 한다. 또한, 내면을 다듬어주면서 외적으로도 가까운 사람과 대화하기, 글쓰기, 운동 등 어떠한 방식이든 쌓인 감정을 '표출'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내 안의 지혜'와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혜는 말한다. '이래서는 나아질 게 없구나. 어디서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까? 어떻게 해야 조금이나마 고통을 줄일 수 있을까?'
'Why'에서 'How'로 넘어가면 가능성이 열린다. 반복적인 'Why'는 문제를 곱씹게 하고 반복적인 'How'는 해결책을 간지럽힌다. 이제 시간문제다. 실마리가 이리저리 몸을 꼬우며 조금씩 모습을 드러낼 것이기 때문이다.
'피할 수 없는 고통은 즐겨라?'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더 현실적으로 다가서야 한다. 피할 수 없는 고통도 고통이다. 그러니 충분히 아파해야 한다. 그래야 시련에서 제대로 배울 수 있고, 다음 삶의 과제에서 더 나은 대처를 할 수 있다. 만약 충분히 힘들어했다면, 'Say yes!'하고 약해진 감정을 어떻게 보듬을 수 있을지,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 게 옳을지 깊고 진지하게 숙고해야 한다.
고통 없는 삶을 꿈꾸는 건 순진한 생각이다. 그보다는 '다가올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줄여나갈 것인가'를 숙고해야 한다. 필연적으로 삶의 무게에 짓눌릴 것이다. 그럴 때마다 떠올리자. 'Say y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