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를 진짜 사랑하는 이유는, 밥이다.
오빠는 단 한 번도 “밥 달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 우리 집에는 늘 아빠의 배꼽시계가 있었다.
배고픔을 참지 못하는 아빠는 식사 시간이 조금만 늦어도 화를 내셨다.
“여자가 밥도 안 하고 어디를 나돌아 다니느냐.”
그 말에 엄마는 늘 미안해하시며 서둘러 밥상을 차려 내셨다.
나는 그런 엄마를 곁에서 보며 자랐다.
휴일에도 친구와 나들이 한 번 제대로 못 가고, 오로지 아빠의 식사만을 챙기며 평생을 보내야 했던 엄마의 삶.
그 삶이 눈에 새겨져서일까.
나는 잘 먹지도 않고, 먹는 걸 굳이 챙기지도 않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오빠는 맛집에 다녀오면 꼭 나를 데려가고 싶다고 말한다. 그럴 때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엄마는 이런 맛을, 이런 행복을 누려본 적이 있으셨을까?” 엄마는 결국 아빠의 식사만 챙기다 하늘나라로 가셨으니까. 그 생각에 마음이 늘 짠하다.
우리의 먹는 일상은 단순하다.
아침엔 오빠가 내려주는 커피가 아침 식사이고,
점심은 각자 직장에서 해결한다.
저녁은 일주일에 두세 번쯤은 포장이나 외식으로
대신한다.
주말에도 오빠는 밥을 달라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
이상한 건, 밥을 안 주는데도 오빠의 배가 점점 불러온다는 것. 복부비만이 장난 아니다.
밥은 안 차려주면서 나는 늘 운동 이야기만 한다.
얼마 전에는 오빠가 이렇게 말했다.
“저녁도 회사에서 먹던지, 아예 안 먹어도 되니 신경 쓰지 마.”
그 말을 듣는데 오래전 엄마의 한마디가 떠올랐다.
“음식이 마음이다.”
그제야 깨달았다.
나는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밥을 멀리했지만, 사실 밥을 차리는 건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사랑을 전하는 또 다른 방식이라는 걸.
나도 이제 레시피를 보며 조금씩은 음식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내 마음을 알아챘는지,
오빠는 생뚱맞게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까지 사 왔다.
“밥을 안 해도 좋다, 네가 힘들지 않으면 된다.”는 무언의 메시지 같았다.
생각해 보면, 밥 이야기 한마디 없는 남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행복하다.
그럼에도 남은 생은, 내가 밥을 조금 더 해야겠다.
밥이 곧 마음이니까.
엄마가 말했던 것처럼, 밥상은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사랑을 나누는 가장 따뜻한 언어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