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유럽인은 그리스인이다
( 여러나라의 비참과 치욕 https://brunch.co.kr/@sonsson/27 )
그리스를 무엇으로 말해야 할 것인가?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테네와 스파르타, 민주와 독재, 평민과 귀족, 알렉산드로스와 아리스토텔레스, 수학과 철학, 호메로스와 헤로도토스, 오이디푸스와 엘렉트라, 미노스와 미케네, 델로스와 펠로폰네소스, 마살리아와 이오니아, 파르테논과 콩코르디아, 페르시아와 로마, 비잔틴과 오스만, 헬라스와 그리스, 제우스와 예수, 알파와 오메가, 바다와 섬.
낭만주의 시인 바이런은 그리스 독립 지원을 호소하며 "모든 유럽인은 그리스인이다"라고 했다. 그리스에 이르러서야 마침내 유럽은 유럽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모든 현대인들은 그리스인이라고 해야될 지 모른다. 그리스인 조르바의 친구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다음의 비문을 남겨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그리스의 문명은 기원전 2500년 ~ 3000년경 크레타 섬에서 일어난 미노스 문명으로부터 출발한다. 크레타 섬은 세력싸움에 밀려 이곳으로 도망 나왔다는 파라오의 전설과 함께, 이집트 문명이 바다로 나가는 길목에 놓여있는 지중해의 요충지였다. 4000년이 넘게 흐른 후 그리스의 독립전쟁 당시 투르크의 협조 요청에 따라 이집트의 무함마드 왕조가 다시 한 번 이 곳으로 개입하게 된다.
미노스에는 유명한 미궁과 반인반수의 미노타우로스가 있었고, 9년마다 그에게 바쳐진 아테네의 남녀 젊은이들이 인신공양으로 희생되었다고 한다. 미노스의 비인간적인 억압은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에 의해 미노타우로스가 제거되면서 막을 내린다.
기원전 1500년경 미노스를 몰락시킨 미케네 문명은 그리스 본토의 남부 지역에서 출발하여 펠로폰네소스 반도와 에게 해의 섬들과 소아시아 해안에 자신의 흔적을 남겼다. 일리아드에서 노래하는 아킬레우스가 소아시아 지역의 트로이와 격렬한 전쟁을 벌였던 것도 이 시기의 일이다.
미케네 문명 역시 기원전 1200년경 멸망하게 된다. 북쪽에서 내려온 도리스인의 공격 때문이거나 혹은 아직까지 존재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은 바다민족의 침입 때문이거나 혹은 자연재해 때문이라는 가설이 제시되었다. 바이킹족의 이동과 침략에 비견될 바다민족의 공격으로 미케네 문명이 붕괴되고, 무주공산이 된 지역으로 도리스인들이 남하하였다는 설이 제기되기도 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미케네 문명의 멸망 이후 그리스는 암흑기로 접어들고, 이전에 사용되던 문자와 수준 높은 기술들도 잊혀지게 되었다. 그리스 본토에서 도시 문명들이 새로이 재건되기 위해서는 이후로도 수 백년의 시간이 필요하였다.
기원전 1200년경에 발생한 미케네 문명과 히타이트 제국의 동시다발적인 붕괴에 대해 여러 설명이 있다. 유럽 문명이 가지는 기억의 원형에 해당하는 일리아드와 오딧세이아 직후의 시대이기에 더 많은 관심과 연구가 이뤄졌는지 모른다. 연구에 따르면 이집트 신전과 오벨리스크에 기록된 내용, 히타이트와 우가리트 사이에서 오고 간 서신들을 근거로 바다민족에 의해 이 지역의 문명들이 단숨에 잘려나갔다고 한다.
서신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보십시오, 적선이 도달하였습니다. 저의 도시는 불탔으며, 적들은 사악한 일을 나라에 저질렀습니다. 제 군대와 전차가 모두 히타이트 땅에 있으며 배는 모두 루카의 땅에 있다는 사실을 모르신다는 말씀이십니까? ...이 나라는 무너졌습니다. 일곱 척의 적선이 우리에게 큰 피해를 가했습니다."
트로이 전쟁에서 패배한 세력들의 재반격, 산토리니 화산 폭발로 인한 주거지의 파괴, 기후변화에 따른 대기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문명이 붕괴되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지 모른다.
그리스는 긴 침체기를 거쳐 기원전 800년경이 되어서야 도시 국가들이 다시 일어서게 된다. 다른 지역 교류를 통한 확장보다는 대체로 방어적이며 자급자족적인 성격의 소규모 폴리스들이었다. 바다민족의 침략으로 해상을 통한 교역과 이동이 붕괴되며 도시국가들이 형성되었다는 추측은, 산악지대와 바다와 수 많은 섬들로 이뤄진 영토의 독특한 풍경과 함께 폴리스 연합이라는 그리스 제국의 특수성을 설명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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