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시_다니카와슌타로 #그림_나카야마신이치 #나무말미
말하는 것은 거짓말이지만 거짓말하는 마음은 진짜인거야
올해 나의 목표를 ‘지행합일’이라고 독서모임 멤버들에게 선언했다. 좋은 책을 읽으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럴싸한 말을 할 때면 마음 한 편이 콕콕 쑤셨다. 의도하려고 한 건 아닌데 그런 말들이 점점 실제의 내 모습보다 예쁘게 나를 포장했다. ‘내가 알고 있는 나’와 ‘사람들의 눈에 비친 나’의 간극을 깨닫게 된 순간 거짓말쟁이가 된 것 같은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래서 더 이상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다소 거창한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사는 동안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 가능할까? 진실로 가득한 세상은 완벽한 곳일까?
모 연예인은 “나는 내가 한 것에 대해서만 사실이라고 인정하겠습니다.”라고 라이브 방송을 통해 해명과 동시에 자신이 한 말의 파장을 염려했다. 그리고 방송이 끝난 후 올라온 기사의 댓글에는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비난했다. 어릴 때부터 어떠한 사실에 있어서 확언하는 사람들이 신기했다. 나는 그것에 대해 참인지 거짓인지 한참을 생각해야 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단숨에 답을 내리고 정리했다. 그럴 때면 나는 진실이라고 하는 사람과 진실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진실이 정말 있기나 한 건지 궁금했다. 진실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문제에서 발생한 오류를 무시하는 사람들이 정말 진실에 관심이나 있긴 한 건지 궁금했다. 사실대로 말하지 않는다고 본인의 일인 양 날뛰는 얼굴 없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태도가 얼마만큼 진실한지 궁금했다. 듣고 싶은 말과 할 수 없는 말 사이에는 수많은 거짓과 진실들이 숨겨져 있는데 어느 순간 이 사실을 놓치고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실은 누가,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그 모양이 달라질 수 있어서 쉽게 알기 어렵기에 시간이 필요한데 드러난 단면만을 보고 확신할 때가 있다. 그것은 과연 누구의 진실일까.
다니카와 슌타로의《거짓말》속 아이는 말한다.
"더 이상 거짓말을 할 수 없을 때까지 언제나 진짜를 간절히 생각하면서 나는 몇 번이고 거짓말을 하겠지"
짧은 이 문장이 그림책을 읽고 난 후에도 여운을 남겼다. 다니카와 슌타로는 이 그림책의 작가의 말에서 거짓말에 대한 또 다른 시를 소개한다.
<거짓말과 참말>
거짓말은 참말하고 아주 닮았어
참말은 거짓말하고 아주 닮았어
거짓말과 참말은 쌍둥이
거짓말은 참말하고 잘 섞여
참말은 거짓말하고 잘 섞여
거짓말과 참말은
화합물
거짓말 속에서 거짓말을 찾지 마
참말 속에서 거짓말을 찾아
참말 속에서 참말을 찾지 마
거짓말 속에서 참말을 찾아
어려서부터 거짓말은 나쁘다고 배워왔다. 하지만 평생을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아이의 마음이 궁금해 이것저것 캐물을 때가 있다. 아이는 눈치를 본다. 사실대로 말하면 엄마한테 혼날 것 같고, 거짓말을 만들어 내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규칙을 하나 정했는데 궁금한 것이 있을 때 “정말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라고 시작하고 물어볼 때는 어떤 말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는 우리만의 신호로 정했다. 어느 날 저녁, 티브이를 보다가 나는 무심코 아이에게 공부하기 힘드냐고 물었다. 아이는 시켜서 하는 거지,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나는 아이가 왜 공부가 싫은 지 궁금했다. 다음 질문을 무엇으로 이어갈까 고민하던 중 우리의 대화를 소파 위에서 듣고 있던 남편은 “그렇게 할 거면, 하지 마!”라고 말했다. 아이의 마음이 궁금해서 질문을 했는데 남편이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되어 버렸고 아이는 입을 닫았다.
누군가에게 진실을 내보인다는 것은 어렵다. 상대방에게 어렵게 꺼내 보인 진실이 잘못 전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서로 생각하는 게 달라서 사실이 왜곡된다. 그리고 나의 진실이 누군가에게는 듣고 싶지 않은 진실이 된다면 상대방을 위한 배려의 거짓말을 해야 될 때도 있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진실을 말하느냐, 말하지 않느냐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스스로가 진실을 마주할 수 있느냐, 없느냐도 중요하지 않을까. 진실을 알고 싶다면 들을 수 있는 시간과 용기가 필요한데, 알지만 모르는 척, 그러다가 정말 모르게 되어 그것이 참이라고 생각하게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되돌아본다. 두렵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진실에 대한 난제를 마주하며 질문하기를 포기하지 말아야겠다. ‘지’와 ‘행’의 틈을 줄여가듯, ‘참’과 ‘거짓’의 틈도 줄여 가야겠다. 참인지 거짓인지 알기를 포기하면서 망각의 삶을 살고 싶지 않다. 참말 속에서 거짓말을 찾고, 거짓말 속에서 참말을 찾는 노력을 그만두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