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혼자 밖에 나가 살면 얼마나 위험한데, 결혼 전까지 그냥 엄마 아빠랑 이렇게 살아!
스무 살이 넘어 독립을 입 밖으로 꺼낼 때마다 엄마는 늘 걱정이 앞선 말로 내 의지를 꺾어 놓으시곤 했다.
스물두 살, 처음 혼자 해외여행을 떠날 때에도 엄마는 떠나는 날 아침까지도 [여자 혼자서 여행 다니면서 겪게 될] 온갖 위험한 것들을 내 귓가에 늘어놓았다.
그런 엄마의 걱정은 적당히 듣는 척하며 한 귀로 흘려버리고는 나는 나대로 숨 쉴 곳을 찾아 떠났었다.
스물세 살의 네덜란드와 스물네 살의 호주에서 보낸 시간들이 그런 내게는 구세주와 같았던 순간이었다. 한국에 돌아와 일상에 적응할 무렵 깨닫게 되었다. 그때의 시간들이 내 안의 나를 송두리째 바꿔놓았음을.
혼자 밥 먹는 것처럼 사소한 것도 싫어했던 내가, 중요한 사안을 결정할 때마다 부모님의 조언이 없으면 쉽사리 행동에 나서지 못했던 내가 사실은 굉장히 [독립적인] 사람이었음을 이때 알게 되었다.
무엇이든 혼자 결정하는 게 익숙해졌고, 자연스레 나를 위한 삶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부모님은 그런 나를 점점 익숙하게 여기셨지만, 단 하나, [독립], 즉 [자취] 만큼은 양보 못할 숙제 같았다.
서울에서 자취하면 돈 백만 원은 그냥 소리 소문 없이 빠져나간다는 주변 친구들 이야기 때문에, 여자 혼자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아홉 시 뉴스를 볼 때마다 느끼는 통에 나 역시도 직장인 2년 차가 될 때까지도 [독립]을 입에 올리지 않았었다.
회사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이따금씩 [독립]을 외쳐대던 나였는데.
그러나 코로나 19가 우리의 일상을 덮친 후로 많은 것들이 바뀌면서 평소에 품었던 생각들도 점차 희미해졌다.
출퇴근 시간 동안 길에서 낭비되는 [시간]을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일까?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퍼지기 전이었다면, 여행 다닐 돈을 아껴두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있었겠지만 국내여행도 마음 편히 못 가는 현실 앞에서 돈을 모아야 한다는 [목적] 자체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가능한 같이 살아야지' 다짐했던 마음도 '용돈으로 단 돈 30만 원 드리면서 부모님 집에 빌붙어 있는 게 아닐까'는 반성을 하게 만들었다.
평소 출퇴근 길 힘들다는 이유로 나는 부모님에게 얼마나 많은 짜증을 냈을까.
부모님과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독립하지 않으려 했다고 나 자신을 속이고 있지는 않은가.
내가 오늘 아낀 돈이 오늘 내게 행복을 선물해주는가.
미래의 내가 본다면, 분명 [독립]을 꿈꾸는 나를 강하게 꾸짖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나는 이번만큼은 내 마음이 끌리는 데로 하고 싶어 졌다.
그래서 나는 독립하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