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다는 건

내가 지금 이렇게 글을 쓴다는 것.

by 빛날

햇볕 좋은 날.

오랜만에 도서관에 가서 그림책 3권을 빌렸다.

책상 위에 던져진 책들은 바쁜 일과 속에 고이 자리를 지켰다.

가까스로 반납일을 남겨두고,

봄비가 하루종일 내린 날에,

온전히 나에게 쉼을 주던 날에,


한 권의 그림책을 열었다.


살아 있다는 건/ 다니카와 슌타로/오카모토 요시로/권남희/ 비룡소


다나카와 슌타로(1931년 도쿄 출생)

철학자 아버지와 피아니스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철학, 문학, 음악 등 예술 분야에 관심을 가지며 중학교 시절 시를 쓰기 시작했다. 1950년 도요타마(豊多摩)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문예지 『문학계』에 「네로」 등의 시를 발표하면서 시인이 되었다. 대표적인 시집으로는 『살다』, 『당신에게』, 『사랑에 관하여』가 있으며, 1982년 『일상의 지도』로 제34회 요미우리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애니메이션 『우주소년 아톰』의 주제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엔딩곡을 작사하기도 했다. 그리고 시인, 작사가로 뿐만 아니라 그림책 작가와 번역가로도 유명하다. 고희를 훌쩍 넘긴 나이에도 동화, 그림책, 산문집, 대담집, 소설집, 번역서 등 꾸준히 활동 중이다. 어린이책에도 관심이 많아 『우산을 쓰지 않는 시란 씨』, 『구덩이』, 『살아 있다는 건』, 『우리는 친구』 등의 작품을 썼다.


이 그림책은 다니카와 슌타로가 1971년 발표한 살다(生きる)라는 시다.

삶의 소중함을 노래한 시를 어린이의 시선으로 담아낸 그림책이란다.


그림책의 첫 시작 문장은 이러하다.


살아 있다는 건
지금 살아 있다는 건
목이 마르다는 거야.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이 눈부시다는 거고.

'살아있다.'의 의미를 안다.

청소년기 자살을 시도해 본 사람이라.

(질풍노도의 시기는 충동적이라 뉴스에서 나오는 기사만으로도,

내가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살지 않는 어른들을 비판한다는 이유로도 ,

자살의 이유가 된다. 도덕적, 청교도적인 사고로 세뇌된? 아이였다.)

늦게 우울에 나를 담그고 유서를 써놓고 잠들었지만

눈을 뜬 세상이 저세상이 아니라 이 세상이라는 걸 알았을 때

그때 맡은 새벽 공기를 잊을 수 없다.

(살아 있어서 무지무지 행복했다는 이야기......)


살아있다는 걸 인지하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픽사 애니메이션 영화 소울(Soul)에서도 살아있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한다.

피자를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거고,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을 만질 수 있다는 거다.

악기를 다룰 수 있다는 거고,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거다.

영혼과 육체가 합체가 된 상태라 오감을 느끼고 영감을 떠올리고 꿈을 꾼다.


살아 있다는 건
지금 살아 있다는 건
울 수 있고, 웃을 수 있다는 것
화낼 수 있다는 거야.

또 자유롭다는 거지.

사람은 사랑한다는 거야.



다니카와 순타로가 말했단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든, 누가 무엇을 하든, 그 짧은 시간 속에 영원을 품고 있다고.


매일매일이 어떻게 지나는지 모르고 출근과 퇴근을 하고.

무슨 맛인지 모르고 밥시간이라 입에 음식을 욱여넣고.

자야 할 시간에 자고 일어나야 할 시간에 일어나고

빨래를 널고 갠다.


쉬는 날에는 가끔 열심히 일한 보상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어디 어디 가 볼만한 곳'을 검색해서 외곽으로

나들이를 한다. 그 나들이조차 열심히 한다. '여행이 좋았다.'라고 말하지만 충전이 아니라 소비되는 느낌이 있다.

'지금'을 인식하지 않고 흘려 살기 때문이 아닐까?


짧은 그림책 한 권 볼 여유가 없었다.

아주 천천히 하루를 그림책과 함께 음미해 보았다.

순간순간, 내가 살아있다는 걸 느꼈다.


이 순간 당신도 살아있기를....




살다(生きる)/ 다나카와 슌타로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목이 마르다는 것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이 눈부시다는 것

문득 어떤 멜로디가 떠오르는 것

재채기를 하는 것

너와 손을 잡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미니스커트

그것은 플라네타륨

그것은 요한 슈트라우스

그것은 피카소

그것은 알프스

모든 아름다움과 마주하는 것

그리고

숨겨진 악을 조심스럽게 거부하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울 수 있다는 것

웃을 수 있다는 것

화낼 수 있다는 것

자유라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지금 멀리서 개가 짖는다는 것

지금 지구가 돌고 있다는 것

지금 어디선가 갓 태어난 아기가 울음을 터뜨린다는 것

지금 어디선가 병사가 상처 입는다는 것

지금 그네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

지금, 순간순간이 지나가고 있다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새는 날갯짓한다는 것

바다는 넘실댄다는 것

달팽이는 기어간다는 것

사람은 사랑한다는 것

네 손의 온기

생명이라는 것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