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브런치를 계속 보아온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작년 가을부터는 그림에 있어 그 이전보다 한층 세밀한 묘사를 추구하고 있다. 보태니컬 아트 강사과정을 마친 후부터 좀 더 세밀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 새로운 배움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올해 봄부터는 평소 자신 없었던 수채화를 주로 그리고 있는데(손목 통증 때문이기도 하다. 나의 경우, 색연필이 손목에 더 무리를 준다.) '구'그리기부터 시작하여 열매(포도), 꽃봉오리(하늘매발톱)에 이어 이번에는 가장 어렵게 느껴왔던 잎을 그릴 차례~!
스승님께서 제공해주신 사진을 잎맥까지 선명하게 보이도록 확대해 놓고 세밀 세밀 묘사를 한다. 이런 세밀한 묘사를 위해서는 이 사진처럼 잘 찍은 사진이 필수이다. 보이지 않는데 세밀한 묘사란 있을 수 없다.
'사철나무 잎'(photo by Lim 선생님)채색 중
잎 세밀 묘사는 스케치보다는 물감으로 세밀하게 채색해가는 것이 포인트이므로 사진을 그대로 이용하여 채색할 수채화 전용지에 아웃라인을 베껴 그려 스케치를 했다.
스케치는 이 정도로 하고,
아래는 채색을 진행해가는 과정이다. 잎 전체에 밑색을 한꺼번에 칠해 놓고 세밀한 묘사에 들어가는 방법도 있지만 나는 큰 잎맥을 기준으로 한 구역씩 밑색을 칠하고 색을 올리면서 세밀 묘사를 하는 방법으로 그려나갔다. 특히 잎의 왼쪽 부분은 묘사할 부분이 많아서 그게 더 편했다.
잎 채색을 할 때 중요한 점 중의 하나는 자연스러운 '잎의 색'을 만드는 것이다.
요즘은 집에서 잘 쓰지 않는 도자기 접시를 팔레트로 재활용하고 있는데, 접시 가장자리에 사용할 물감들을 짜 놓고 가운데에 조금씩 섞어서 잎의 초록색을 만들어 사용했다.
잎 채색을 위해 사용한 팔레트
팔레트에 있는 5가지 색을 종이에 각각 칠해보면 이렇다. 이 색들을 잘 조합하면 자연스러운 잎의 색이 된다. (브런치 독자들을 위해 글 쓰는 중간에 급하게 만들었다.)
잎의 초록색을 만드는 데 사용한 5가지 색
위의 방법은 워크숍에서 외국 보태니컬 아티스트로부터 배운 방법인데 이번에 처음 적용해보았는데 색 만들기도 쉽고 좋았다. 이번 잎을 완성하고 색이 좋다는 얘기를 들었으니 여러분도 한 번 시도해보길 추천한다.
이번 잎 그리기의 최대 난코스는 잎이 빛에 의해 반짝이는 부분, 즉 하이라이트를 표현하는 것이었다. 무슨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고 세필붓으로 하나하나 구불구불한 가는 선들을 그려내야 한다. 이러한 부분을 그릴 때에는 숨도 잘 안 쉬어질 정도로 초 집중을 해야 한다. 한숨을 푹푹 내쉬면서 정말 어렵게 어렵게 묘사해나가는 과정이 일종의 도를 닦는 것과도 같다. 아래 그 부분만 확대한 이미지들을 보면 무슨 얘기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반짝반짝 빛나게 보이는 하이라이트 부분 확대 컷
광택을 표현해야 하는 부분이 집중되어 있는 왼쪽 반쪽을 다 그려놓고 나서 오른쪽은 좀 더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 바탕색(밑색)도 한꺼번에 훅 칠해버리고 색을 조금씩 올려갔다. (※ 주의 : 밑색을 칠할 때 하이라이트 부분은 꼭 남겨두고 칠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색을 점차 올려 전반적으로 색이 골고루 올라갔을 때쯤 전체적인 음영, 양감 등을 고려하여 다시 색을 조금씩 계속 더 올려준다. 여기에서 약간 네버엔딩으로 빠지기 쉬운데, 욕심을 버리고 어느 정도 만족스러우면 붓을 놓는다. 내가 만족스러운 정도여도 좋고, 조언을 해줄 스승이 있다면 더 좋고.. 나는 다행히 스승님이 OK 해주신 덕분에 붓을 놓을 수 있었다. 안 그랬으면 지금도 그리고 있으려나..
그래서 이렇게 잎 그리기 미션 클리어~!! 뭔가 한 고개를 넘은 듯한 뿌듯함이 몰려왔다. 이 정도로만 그리면 세밀화라고 말할 수 있겠죠?^^
사철나무잎. 2019. 7. 22. by 까실 (A4, 종이에 수채물감)(식물 사진 제공 : Lim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