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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실 May 26. 2020

동네꽃#27 금낭화.. 양갈래 머리를 한 소녀 같아요

숲 속에서 볼 수 있는 '현호색'과(科)의 야생화

금낭화는 우리나라 자생식물로, 아시아에 분포하고 주로 산지(숲 속)에서 자라지만 관상용으로도 키운다고 한다. 나는 이 꽃을 2012년, 그 당시 살고 있던 아파트 주변을 산책하다가 발견했고 이때가 이 꽃을 처음 본 날 기억한다. 발견한 그 곳은 광평대군 묘역 근처오래된 터이니 자생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후, 누가 심어놓은 건지 알 수 없지만 아파트 단지 화단 몇 군데에서도 금낭화를 볼 수 있었다.

2012.5.12. 동네 광평대군묘역 근처. 금낭화를 생애 처음 본 날 찍은 사진이다.
금낭화. 2013.4.28. 아파트 단지 화단에서

2012년은 내가 보태니컬 아트(botanical art)를 처음 배우기 시작한 해이다. 회사를 다니다가 1년 휴직을 하면서 취미로 배우기 시작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식물'을 그리는 매력에 푹 빠졌고, 그 이후로는 언제 그릴 수 있을지 모를 수많은 꽃들의 사진을 어마어마하게 모아두게 되었다. 제 식물 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리게 된 건 2017년부터이니 준비기간이 꽤 길었 셈이다.


금낭화를 그리기로 마음 먹고 그동안 찍어두었던 사진들을 펴보면서 '마음 깊이 간직한 일들 이렇게 이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면서 행복감을 느꼈다. 그리고 예전에 찍어둔 사진들이 그림과 글의 소재가 되는 쓸모에도 감사다.

2013.5.11. 회사 워크숍을 갔던 양평에서도 찰칵!

현호색과(科)인 금낭화는 현호색과 닮은 점이 많다.(현호색을 먼저 그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원줄기에서 가느다랗게 뻗어 나온 꽃줄기에 꽃이 주렁주렁 달리는 모습도 비슷하고 꽃 모양이 독특하다는 점도 그렇다. 현호색 꽃은 노래하는 새를 닮았고, 금낭화 꽃은 양갈래 머리를 한 소녀의 얼굴을 닮았다. 마치 얼굴 모형을 만들어 모빌처럼 달아놓은 것만 같지 않은가! (분홍 머리 앤! 최근 넷플릭스에서 '빨강 머리 앤'을 재미있게 봐서 갑자기 생각났다. 재미없었다면 쏘리~)

양갈래 머리를 한 소녀의 얼굴을 닮은 금낭화. 2018.5.4. 동네 뒷산 대모산 공원에서 촬영

이렇게 꽃줄기에 꽃이 여러 송이 피는 식물의 경우 원줄기와 연결된 곳에서 꽃이 먼저 피기 때문에 꽃줄기의 가장 끝에 달려있는 꽃이 가장 어린 꽃이다. 이런 관점에서 꽃줄기의 꽃들을 잘 살펴보면 꽃의 생애를 짐작할 수 있다.(예전 그림 비비추도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그래서 위에 있는 사진들을 잘 봐도 관찰이 가능하지만 그런 특징이 잘 보이는 사진을 하나 더 골라봤다.

금낭화의 생애가 잘 보이는 사진. 2018.5.4. 대모산 공원에서 촬영

위의 사진을 보면 꽃줄기 오른쪽의 꽃봉오리 모습부터 왼쪽의 꽃잎이 떨어져 해체된 모습까지, 금낭화가 피고 지는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번에 새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금낭화는 총 네 개의 꽃잎을 가졌는데 양쪽으로 묶은 머리같이 보이는 분홍 부분이 두 개 꽃잎이고 아래에 날개처럼 양쪽으로 펼쳐진 하얀 부분이 또 다른 두 개의 꽃잎이다. 두 개의 분홍 꽃잎이 처음에는 흰 꽃잎과 함께 모아져 있다가 점차 위로 올라가 양갈래 머리처럼 되는 모습이 재미있고 그 이전에는 완전한 하트 모양을 하고 있는 것도 재미있다. 그래서 금낭화의 영어 이름이 Asian bleeding-heart인가 보다.


이번에도 좋아하는 식물이 나오다 보니 이야기가 길어졌다.


지난번 겹벚꽃에 이어 이번 그림 작업도 계속 수채화로 진행했다. 수채화에 익숙해질 만하면 색연필로 갈아타다 보니 수채화와의 거리감이 잘 좁혀지지 않는 것 같아 당분간은 계속 수채화로만 작업하기로 했다.


1cm 두께의 나무판(화판)에 물테이프로 배접을 해놓고(5.8, 금) 주말 동안 종이가 충분히 스트레칭 되도록 하고 월요일(5.11)부터 사진을 보면서 아웃라인 스케치를 했다.

2020.5.11. 스케치를 마친 후

밑색 작업은 일사천리로 하루 만에 해치웠는데 그래도 다섯 시간이나 걸렸다.

2020.5.12. 금낭화 밑색 작업 후
2020.5.15. 두 번째 잎을 그리고 있는 모습. 첫 번째 잎도 이후에 수십 번 덧칠을 했다.

이렇게 색을 올리고 또 올려서 세 개의 잎을 모두 그리는 데에만 총 5일, 시간으로는 총 18시간이 걸렸다. 쌍떡잎식물의 그물맥이 있는 잎은 잎맥이 많고 색의 톤과 음영의 변화가 매우 미세해서 그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잎 없이 꽃만 크게 그리거나 튤립 같은 나란히맥을 가진 외떡잎식물을 많이 그리는 건지도 모르겠다.(?)

2020.5.19. 잎 채색을 95% 정도 마친 후

꽃은 잎에 비해 매우 수월하게 진도를 나갈 수 있었다. 꽃잎이 하늘하늘하고 잎처럼 입체감이 없으면서 낱장으로 되어 있는 경우보다 이렇게 금낭화처럼 덩어리로 되어 있는 경우가 그리기가 수월하다. 보통, 꽃잎보다 꽃봉오리가 더 쉽다.

(혹시 궁금해하는 분을 위해.. 꽃 채색 작업 시간은 10.5시간, 그래서 총 채색 작업시간은 28.5시간이 걸렸다.)

2020.5.25. 완성 후 원본 사진과 함께 한 컷!


다 그려놓고 나니 금낭화가 더 사랑스럽다. 

금낭화. 2020.5.25. by 까실 (320 X 260mm, 종이에 수채물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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