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잇결에 남은 온기

종이처럼 살아야지

by 종이소리

종잇결에 남은 온기


종이는,

참 묘하다.

가볍게 흩날리는 듯 보이면서

마침내는 한 사람의 계절을

끝내 붙잡아 두는 존재.


섬세한 결 사이로

슬픔의 바람이 스미면

한지의 숨이 그것을 안아

다시 빛으로 되돌려 놓는다.


기억을 길쌈하듯

한 올 한 올 엮어낸

삶의 편린(片鱗)들.

그 조각이 모여

또 다른 시간을 품는다.


그러나,

종이는 또한 잊힌다.

이름 없이 묻힌 마음,

부드럽게 마모된 사랑,

떠나간 이의 체온.


잊힘은 상실이 아니라,

다음 계절을 맞이하기 위한

하나의 들숨일 뿐일지도.


그래서 나는,

종이를 닮고 싶다.

쉽게 스며들고

담담히 간직하며

때로는 잘 잊어버릴 줄도 아는 존재.


삶이란 결국

기억과 망각 사이,

그 여백에서 숨을 고르는 일.


오늘도

종이결 위에

아주 조용한 나의 살결을

살포시 눌러 적어 본다.


언제든 잊히고,

때때로 기억되는

그 모든 순간을

다시 사랑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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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