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NIPT 검사기
지난 11주 상담에서 조산사 M은 산전 검사를 어떻게 진행하겠냐고 물었다.
▲ 네덜란드 산전 검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위 글을 참고 바란다.
우리는 고민 끝에 염색체 검사(NIPT)까지 포함해서 산전 검사를 진행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조산사 M은 빠르게 작성한 서류를 건네주며 진행 방법을 알려 줬다.
집에 돌아와서 조산원에서 지정해 준 검사 기관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검사 종류에 NIPT를 선택하고, 원하는 날짜로 예약을 요청했다. 다행히 예약 가능한 날짜와 시간이 많아서 쉽게 예약할 수 있었다.
그리고 NIPT 검사 비용을 미리 온라인으로 결제했다. 네덜란드 NIPT 협력단(NIPT Consortium)에서 운영하는 결제 페이지로 들어갔다.
그리고 조산원에서 받은 Bloedafname NIPT 서류에 있는 정보를 기입하고 iDeal로 175 유로를 결제했다.
참고로 iDeal은 2005년에 도입된 네덜란드 e-Commerce 결제 시스템으로, 한국의 실시간 계좌 이체 시스템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출처: iDeal)
며칠 뒤, 오랜만에 화창하게 갠 날씨가 맞이하는 월요일 아침이었다. 오전에 잡은 NIPT 검사를 위해 인근 종합병원으로 출발했다. 오래간만에 혼자 하는 외출인 데다 날씨까지 좋아서 기분 좋게 집을 나설 수 있었다.
평소보다 천천히 걸어가기로 하고 일찍 집을 나섰다. 아직 입덧이 가라앉지 않았던 시기라 평소처럼 걷다가는 숨이 차오를 것 같았다.
그날 새벽까지도 비가 많이 온 탓에 트램역까지 가는 길이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그 사이를 느리게 걷는 내 모습이 왠지 달팽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스크를 착용한 승객들과 함께 트램 몇 정거장을 지나쳤다. 그리고 트램에서 내려 새로 지은 듯한 집들과 양로원을 지나 병원 안내 데스크에 도착했다.
병원에는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꽤 규모가 큰 병원이라 채혈실을 찾는 것도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어찌어찌 대기실에 앉아 있으니 내 이름을 불렀다. 첫 번째 진료실로 들어가니 큰 체구의 곱슬머리 간호사가 나의 이름과 생일을 확인했다. 나는 조산원에서 받은 Bloedafname NIPT 서류를 제출하고 의자에 앉아서 채혈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간호사가 서랍에서 검체 용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수없이 나오는 검체 용기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한국 NIPT 검사 후기를 보니 끽해야 세 통 정도 채혈했다던데?
저기, 진짜로 여덟 통, 맞아요?
"네, 맞아요"라는 대답과 함께 간호사는 나의 팔에 고무줄을 단단히 묶었다. 그리고 따끔한 느낌과 함께 피 여덟 통을 빼앗기기 시작했다. 알코올 솜으로 지혈한 자리에 간호사는 밴드를 붙여주면서 다정한 인사를 건넸다. "임신 축하하고, 좋은 하루 보내요!"
나중에 나온 검사 결과를 보니 태아 NIPT 말고도 혈액형, 혈당, 헤모글로빈, B형 간염 등 수많은 결과 값이 포함되어 있었다. 아마 이 많은 것들을 한꺼번에 검사하기 위해 그 많은 피를 뽑아 갔나 보다 싶다.
그렇게 병원을 다녀오고 1주일 뒤, 조산원에서 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다운·에드워드·파타우 증후군 이상 소견이 없으므로 추가 검사는 필요 없다는 내용이었다. 짧고 간략한 메일 내용에 안심했다.
우리는 또 하나의 검사를 이렇게 마쳤다.
40주 동안 세상으로 나오는 준비를 하는 아기만큼이나 부모도 불안과 안심, 그 사이를 같은 40주 동안 헤매고 있다. 그 끝이자 시작에서 얼른 건강하게 만날 날을 고대하며 이번 글도 마친다.
※ 2022년 4월 추가
2023년 4월부터는 NIPT 검사가 전면 무료가 될 예정이라고 한다. 네덜란드 국립 공중 보건 환경 연구소(우리나라의 보건복지부와 비슷, RIVM)에서는 국가 필수 산전 검사에 NIPT가 포함될 것이라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