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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심당에 줄 서 본 사람만이 아는 것

대전, 한국 │ Daejeon, Korea

by 최수현

사람들은 대전, 하면 쉽게 성심당을 떠올린다. 나 역시 그렇지만, 나에게는 성심당과 함께 떠오르는 대전 친구가 있다. 우리는 엇비슷한 시기에 함께 대학원을 다녔다. 나보다 어리지만 더 어른스럽고 다정한 친구다. 그 친구는 우리가 어디에서 만나든 성심당 빵을 사 오곤 했다. 축하할 일이 있으면 케이크를, 어떨 때는 가족이나 동료들과 함께 먹으라고 빵 세트를 건네 오기도 한다.


성심당 식빵, 플라스틱, 2023. / 대전의 랜드마크와 캐릭터, 석고, 2023.


그를 만나러 대전에 다녀오며 두 개의 자석을 구매했다. 첫 번째 자석은 성심당에서 팔고 있는 '순우유식빵' 모양의 자석이다. 대표적인 상품을 봉지에 담아낸 형태로 디자인해, 대표 캐릭터인 곰식이와 레트로한 글씨가 상징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봉지를 묶은 금박 끈의 디테일까지 살린 것이 귀엽다.


성심당의 대표 캐릭터인 곰식이(왼쪽)과 성심이(오른쪽) 인형


두 번째 자석에는 대전을 상징하는 랜드마크와 캐릭터가 담겨 있다. 대전 예술의 전당, 엑스포과학공원에 위치한 한빛탑과 엑스포 다리, 그리고 꿈돌이와 꿈순이를 볼 수 있다. 랜드마크와 대비되는 흰 꽃에 대해서는 의아한 지점이 있었는데, 대전광역시의 시화(市花)인 흰 무궁화라는 것을 검색을 통해 알게 되었다.


흐린 날 방문했던 대전 예술의 전당과 한빛탑, 도시 슬로건


공원 한가운데에 "Daejeon is U"라는 문구 조형물이 있었는데, 찾아보니 16년만에 도시 브랜드 슬로건을 교체했다는 기사가 2020년에, 민선 8기 출범과 함께 해당 슬로건을 철거하고 "일류 경제도시 대전"을 새롭게 밀고 있다는 기사가 2022년에 떴다. 시정의 전개와 행태는 어느 도시나 다 똑같은 모양이다. 성심당과 꿈돌이만이 묵묵하게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대전의 이데아가 되어 주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


동료들과 자주 했던 말이 있다. "도시는 사람으로 기억된다"는 말이다. 그 어떤 도시 브랜드나 랜드마크보다 오래 남는 것이 사람이라는 것이다. 일하며 여러 지역을 방문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를 쌓으며 그 말의 의미를 더욱 실감하게 되었다.


대전에 왔으니 빵을 사야 한다며, 대전 친구는 나를 데리고 성심당 본점에 갔다. 우리는 줄을 서서 들어갔다. 쟁반을 챙기기까지 한참, 원하는 빵을 고를 때까지 또 한참, 계산을 할 때까지 또 한참 줄을 섰다. 봉투를 들고 나오니 진이 빠질 지경이었다. 성심당에 가서 직접 줄 서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누군가가 기꺼이 시간을 들여 사 온 그 빵 한 봉지에, 어떤 이미지나 슬로건보다 더 오래 남는 마음이 담겨 있다는 것을. 그런 사람들 덕분에 어떤 도시들은 오래도록 따뜻하게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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