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media)'라는 단어는 ‘가운데(사이)의 것’을 뜻하는 라틴어 중성 명사 '메디움(medium)'의 복수형 '메디아(media)'에서 왔습니다. 메디움과 메디아의 어원은 라틴어 형용사 '메디우스(medius)'인데 요, ‘가운데의, 사이의, 절반의’라는 물리적인 의미와 함께 ‘중도의, 중용의’, ‘(어느 한쪽을 결정하지 못하고) 우유부단한’과 같이 심리적인 의미도 함께 가지고 있었습니다.
미디엄은 라틴어 메디움에서 차용되어 16세기 후반부터 영어에서 ‘(위치나 정도에 있어) 가운데, 중간’의 뜻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는데요, 이후에 이차적인 의미들이 생겨나면서 ‘가운데 있으면서 작용을 전달하는 것’의 뜻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1605년에 발간된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의 책, 『학문의 진보』*에는
“인식은 필연적으로 말이라는 medium에 의해 표현된다
(But yet is of necessitie cogitations bee expressed by the Medium of Wordes.)”
라는 문장이 등장하는데요,
이를 토대로 17세기 초반에 미디엄이 생각이나 표현을 전달하는 도구, 즉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의미로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금속활자 인쇄술이 개발된 15세기 후반부터 전파 매체가 등장하는 20세기 초반까지 서적, 신문, 잡지, 전단과 같은 인쇄물은 대중에게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주요 매체로 자리 잡게 됐는데요, 미디엄은 18세기 후반부터, 인쇄 출판물 자체를 가리키는 말로도 쓰였고 이후 이 의미가 확장되어 커뮤니케이션을 매개하는 수단인 매체를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미디어(media)라는 단어는 1920년대에 처음 등장합니다. 1923년, 노블 T. 프레이그가 발간한 『광고와 판매』**라는 책에는 세일즈 및 광고업계 종사자들이 매스-미디엄(mass-medium)과 함께 매스-미디어(mass-media)를 사용해 대중매체를 지칭한 기고문이 담겨 있죠.
1950년대 텔레비전의 보급 이후, 매스 미디어라는 말은 널리 사용되었지만, ‘미디어’라고 줄여서 말할 때도 책,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 등의 대중매체를 통칭하기 위해 사용되었고, 20세기 후반까지 일반적으로 언론과 같은 개념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미디어가 ‘mass’에서 떨어져 나온 것은 20세기 후반, 컴퓨터와 인터넷의 보급 이후입니다. 전자 미디어, 뉴미디어, 멀티미디어, 소셜미디어, 하이퍼 미디어와 같이 기존의 대중매체와는 성격이 다른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들을 지칭하기 위해 사용되기 시작했죠.
그와 함께 의미가 확장되어 오늘날 미디어는 의사소통을 매개하는 모든 종류의 도구와 기술을 뜻하게 되었습니다.
* 『The Advancement of Learning』 , the philosopher Francis Bacon, 1605, England
** 『Advertising and Selling』, Noble.T.Praigg, 1923, USA
[참고 문헌]
‣ 「Keywords revisited: media」, Katie Wales, CQ, vol. 49 no.1[2007]
‣ 「미디어, 흔들리는 개념」, 김용찬, 한국방송학보(2020) 34권 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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