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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 Nov 30. 2021

반복되는 장꼬임으로 입원하다


작년 10월. 차디찬 가게 주방 한편에 앉아 저녁을 간단히 먹고 나서 체기가 느껴졌다.


평소에 하도 잘 체하는 편이라 구비해둔 가스활명수를 마시고 엄지와 검지 사이의 혈점을 눌러댔다.

그래도 나아지지 않아 척추를 꾹 꾹 눌렀다.


4시간가량이 지나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가자 복통이 더더욱 심해졌다.


참을 수 없을 만큼 강한 복통에 병원에 가야겠다고 느꼈고, 남자 친구와 가게를 서둘러 닫고는 목동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로 갔다.


코로나 사태 때문에 응급실 바깥에서도 여러 심문을 거치고 나서야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고 자리가 날 때까지 대기실에 앉아 아픈 배를 부여잡고 기다려야 했다.


이렇게까지 아픈 적은 없던 것 같은데. 맹장인가?

그 와중에도 아픈 이유가 뭔지 내내 생각했다.


겨우 내 차례가 되어 침대에 몸을 뉘었지만 간호사는 코빼기도 비추지 않아 배를 부여잡고 끙끙댔다.


몇십 분이 흐르고 나서야 간호사가 나타나 채혈 후 진통제를 하나 놔주었다. 그래도 통증은 여전했고 나는 몸부림 칠 힘도 없어졌다.


시간이 좀 지나고 의사가 와서 배를 눌러보고 엑스레이를 찍자고 했다. 엑스레이로는 잘 모르겠다며 CT 촬영을 하자고 했다. 촬영 후에도 배는 아팠고 마약성 진통제를 맞고 나서야 진정되었다.


그리고 나서 들은 이야기는 장이 꼬여있다는 말.

당장 입원해야 한다고 했다.

새벽 3시가 다 되어서 나는 입원을 했다.


물 포함 금식하며 며칠을 지나고 나서야 장이 풀려 퇴원할 수 있었고 집에서 좀 쉬기로 했다.


그렇게 겨울 내내 집에서 쉬다가 1월에 가족여행으로 남해를 가는 도중 차 안에서 체기를 느꼈다.


휴게소에서 가스활명수를 마셨지만 왠지 통증이 점점 더 심해졌고 결국 남해에 도착하자마자 병원 응급실로 갔다. 아니나 다를까 CT 결과는 또 장이 꼬였다는 소견. 남해에 입원할 수는 없으니 스스로 금식하고 하루 지낸 후 다음날 여수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혼자 서울로 올라왔다.


다시 목동의 병원으로 가서 진료를 받았는데 외과 전문의는 나에게 원인은 모르겠으나 배를 열어봐야 알 것 같다며 수술을 권했다.


원인을 모르는데 수술을 하자니… 나로서는 영 신뢰가 가지 않는 말이었다.


우선 더 지켜보겠다고 하고 나왔다.


이때 왜 다른 병원에 진작 가보지 않았을까 지금은 후회가 된다.


9월 추석 전 날 저녁.

또 체기가 심하게 와서 가스활명수를 먹었고 나아지지 않아 동네 종합병원 응급실에 갔다.


CT 판독하는 분이 아침에 오기 때문에 아직은 장염으로 보인다길래 집에 왔는데.


아침에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또 장이 꼬였고 장폐색이 왔다는 소식.

얼른 입원하러 오라고.


짐을 싸고 병원으로 갔다.

외과 의사는 나에게 소장 막에 구멍이 나서 탈장이 된 거라며 당장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드디어 원인이 밝혀진 걸까?

그런데 뭔가 믿음이 확 가지가 않았다.


수술을 할지 말지 엄청난 고민을 하다가 엄마가 대학병원에 가보자고 했다.


난 좀 나아지다가 상태가 또 안 좋아지자 그냥 여기서 수술해버릴까 하는 조급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주변에서 다들 큰 병원에 가보는 게 좋겠다고 만류했다.


그래서 병원에서 서류를 준비해 대학병원으로 연결을 했고 신촌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오게 되었다.


여기서는 처음에 소화기내과 진료를 봤고 외과 협진을 했다.


소화기내과 교수님은 수술이 필요 없는 것 같다는 의견, 외과 교수님은 말이 달랐다.


내 장기가 해부학적으로 남들과 조금 다르며 만약 또 이런 사태가 생기면 수술적 치료를 권유한다고 했다.


그렇게 소장 CT를 내년 4월로 예약해두고 집에 와서 식습관을 굉장히 조심했다.


오전엔 그릭 거트와 그래놀라, 과일을 먹고 점심 저녁은 최대한 한식 위주로 자극적이지 않게 으며 관리했다.


그렇게 잘 지내는가 싶더니,

11월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 후 또 배가 아파온 나.


설마 체한 거겠지, 했지만.

참을 수 없는 복통이 시작되고 예감이 안 좋았다.


가까운 강남의 대학병원 응급실에 가서 CT 촬영 후 또 장폐색과 꼬임 진단을 받고 여기서 입원하고 수술할지 결정해야 했다.


강남은 집도 멀고 두 달 전에 신촌에서 입원했었기 때문에 신촌으로 보내달라고 했고 다행히 그쪽에서 입원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다.


그렇게 난 콧줄을 끼고 수액을 맞은 채로 앰뷸런스를 타고 신촌으로 오게 되었다.


신촌 대학병원 응급실에 새벽 12시가 넘어서 왔는데 해가 뜰 때까지 날을 꼬박 새워야 해 괴로웠다.


오전 8시가 넘었을까, 드디어 병실로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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