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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 Nov 30. 2021

수술할 수 있을까?



내가 병실에 도착하자 남자 친구는 짐만 놓아주고 나가야 했다.


코로나 때문에 보호자들이 병실에 함께 있으려면 PCR 검사를 받고 와야 하고, 병원 외부로 외출이 금지된다고 한다.


부모님께 연락을 드리니 아빠가 근처 선별 진료소에서 검사를 받고 내일 짐을 가져다주러 오기로 했다.


침대에 앉아 기다리자 간호사님이 오셔서 옷을 갈아입혀주고 병원 생활에 대한 간단한 수칙을 알려주었다.


우선 나는 콧줄을 기계에 연결해 위에 있는 음식물을 빼내는 치료를 해야 했다. 반투명한 관으로 나오는 무언가 들을 보며, 침을 삼킬 때마다 목을 긁는 이 관을 빨리 빼고 싶다고 생각했다.


목이 너무 아파서 끙끙거릴 수밖에 없었다. 콧줄은 언제 뺄 수 있냐고 물어봤지만 아직 아니라는 대답뿐이었다. 밤새 잠을 잘 못 자서 그런지 졸음이 몰려와 눕지도 못한 채로 잠에 들었다.


간호사가 와서 걷기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한다. 콧줄을 잠시 기계와 분리하고 병실 복도로 나가보았다. 두 달 전엔 본관 병동에 입원했었는데 지금은 왜인지 암병동에 입원하게 되었다. 암환자도 아닌데 내가  여기 있을까. 봐주시는 교수님께서  쪽에 계신 분이라 그런가. 의문이 생겼지만 그러려니 했다.


회진 시간 때 교수님이 오셔서 이번엔 수술을 염두에 두고 우선 장이 풀리길 지켜보자고 하셨다.


드디어 이 지긋지긋한 장꼬임에서 벗어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얼른 수술을 받고 싶었다.


목이 너무 아프다고 하니 간호사님이 입 안에 뿌리라고 물이 담긴 작은 스프레이 병을 주셨다. 금방 목이 타고 쓰려 칙칙 뿌려댔다.


그렇게 저녁이 되어 자려고 누웠지만 잠이 올리가 없었다. 관을 통해 이물질을 빼내는 기계의 소리가 너무 크게 느껴졌다.


잠시 잠에 들었다가 새벽에 깨어나 구역질이 느껴져 화장실로 갔다. 변기를 붙들고 구토를 해봤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다시 침대로 돌아와 누워있다가 지쳐서 잠에 들었다.


아침 6시쯤 일어나 걷고, 또 9시쯤 걷다가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드디어 콧줄을 빼자고 한다.


간호사실 앞에 선채로 콧줄이 쭈우욱 뽑혔다.

‘으어어억!’ 소리가 절로 났다. 관을 얼마나 많이 집어넣어 놨는지 그 몇 초가 끔찍하게 길게 느껴졌다.


너무나도 시원해진 코와 목에 기분이 상당히 좋아졌다.


병실로 돌아가니 옆 침대 환자인 아주머니께서 말을 건네 오셨다.


드디어 콧줄을 뽑았네. 너무 보기가 안쓰러웠어요.”


감사 인사를 드리고 침대에 누워 편히 잠을 잤다.

그리고 점심시간쯤, 아빠가 병원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중앙 엘리베이터로 마중을 나갔다.


원무과에서 PCR 검사 음성 확인 후 보호자 등록을 하고 병실에 와서 짐을 풀었다.


옆 침대 아주머니께서 보호자도 없는 나를 보기가 너무 안쓰러웠다며 이야기했다. 그렇게 짧은 대화가 이어졌다.


아주머니는 어디가 아프셔서 입원하셨어요?”


아빠가 묻자 아주머니는 대장암 수술을 하셨다고 한다. 건강검진을 받고 다행히 초기일 때 발견해서 수술도 잘 마치셨다고.


여기가 암병동이고 외과병동이다 보니 대부분 암환자일 거라고는 예상했었다.


난 여기서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 싶었다.


아빠는 금방 갔다. 상주 보호자를 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고 어차피 지금 내가 수술한 상태도 아니니 보호자가 굳이 필요 없기도 했다.


이제 나는 열심히 걸으며 장이 잘 풀어지기를 기다려야 했다.


다음날 이른 아침에는 엑스레이를 찍고 물도 조금씩 마시기 시작했다. 교수님은 수술 일정을 좀 봐야 한다고 하셨다. 이번에 일정이 잡히면 바로 수술, 안되면 나아지고 퇴원 후에 다시 외래로 일정을 잡아야 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렇게 난 점점 나아지며 미음을 먹고 죽을 먹고 수술 일정이 잡히기만을 기다렸다.


입원한 지 5일째 되던 날. 옆 침대 아주머니는 퇴원하시고, 다른 아주머니께서 새로 입원하셨다. 상주 보호자는 남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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