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연재 중 서핑 05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수 Jun 30. 2024

나 스스로 나에게 용기를 줘야 한다

괜찮아. 잘했어. 다시 해보자. 다시 하면 되지. 달리자. 조금만 더 달리자. 한 번만 더 해보자. 할 수 있어. 천천히 하면 돼.

이 말들은 나에게 스스로 하는 말이다. 용기를 주는 더 많은 말들이 있다. 나는 서핑을 하기 위해 보드 위에 엎드린다. 파도타기에 좋은 파도를 찾아야 한다. 찾더라도 그 파도를 잘 타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두 팔에 힘을 주고 윗몸을 일으킨 후, 두 발을 앞쪽으로 끌어와 보드 위에 나란히 간격을 두고 올려놓는 용기. 파도가 밀려오고, 보드는 일렁이는 물 위에서 흔들거린다.

물속으로 넘어져도 괜찮아. 발이 닿으니까 죽지 않아. 그러니까 계속 타보는 거야.

나는 서핑하는 동안 나에게 용기를 주는 혼잣말을 한다. 혼자 조용하게 외치는 소리라서 주변 다른 서퍼에게 들리지 않는다. 바다에 들어갈 때부터 나올 때까지 얼굴도 환한 미소를 유지한다. 1개월 동안 월 8회의 강습이 다 끝났다. 서핑 2개월째다. 강사님이 밀어줄 때는, 넘어지지 않고 일어서기만 하면 파도가 밀어주는 힘을 받아 앞으로 잘 나갔다. 강사님의 응원과 칭찬의 목소리가 없는 나 혼자만의 상황이다. 도움 없이 혼자 패들링을 하다가 파도가 밀려는 순간 일어서야 한다. 아무도 나를 바라보는 사람이 없을 텐데도 혼자 하려니 의기소침해진다. 퇴근하고 바로 이호테우 해수욕장으로 향한다. 해수욕장 앞에서 살짝 망설인다.

' 하지 말까? 아니야 해보는 거야. 수영 배울 때처럼 조금씩 하면 돼. 한 번에 다 잘하려는 마음보다 매일 조금씩 하자.'

지금 쓰고 있는 글도 그랬다. 내가 어떻게 글을 쓰지? 내가 작가가 될 수 있다고? 가능할까?

그래, 해보자. 젊었을 때부터 글을 쓰고 싶어 했잖아. 배우면서 천천히 해보는 거야. 용기를 내자. 할 수 있어.

30년 넘게 교사 생활했던 서울을 떠나 강릉에서, 포항에서, 제주도에서 기간제 교사로 지원할 때도 그랬다.

지방 교사들은 어떨까? 친한 사람이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어떻게 하지? 근무 환경도 다른데 적응할 수 있을까?

그래. 해보자. 할 수 있어. 하나씩 알아가면 돼. 내가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걸면 돼. 성실하고 정직하게 일하고, 밝고 친절하게 다가가면 돼.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하면 돼. 할 수 있어.

수영을 처음 배우기 시작할 때도, 인디자인으로 독립 출판하겠다고 강의를 들을 때도, 학부모님들 앞에서 공개수업을 할 때도, 뇌종양 수술 후, 터질듯한 머리를 감싸면서도, 폐암 선고를 받고도, 나는 나에게 잘 될 거라고 말했다.

괜찮다고, 더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매일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 한 걸음씩 걸어가면 돼.

5월 17일부터 서핑을 배우기 시작했다. 6월 30일 오늘, 바다에 처음 들어갈 때 가졌던 두려움이 사라졌다. 오늘은 센 파도였다. 오후 2시부터 서핑을 했다. 얼굴에는 환한 미소, 첨벙첨벙 가뿐한 발걸음, 진정 서퍼가 된 느낌이다. 강습을 받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서핑을 잘하는 서퍼들도 내 주변에서 서핑했다. 나는 그 서퍼들이 하는 모습을 보고 따라 했다. 그분들이 조언도 해주었다. 발이 닿는 깊이에서 보드를 잡고 서서 파도를 보고 있다가, 파도가 오면 얼른 보드에 올라타라고 했다. 그 청년들의 말대로 몇 번을 반복 연습했다. 됐다. 나는 청년들이 대부분인 서핑 바다에서 그들과 함께 나란히 서서 파도를 탄다. 환한 미소와 가벼운 몸동작을 유지하며. 나 자신에게 늘 용기를 주는, 나를 칭찬한다.








이전 04화 바다에서 놀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