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히 변하는 것
사계절을 봄부터 말해서 그런가, 한 해의 시작엔 왠지 개나리라도 피어있어야 될 것만 같다. 패딩 점퍼를 놓지 못한 끝겨울 두 달간은 계속 지난해에 머무는 듯했고, 부정기를 끝낸 이제야 새해가 왔음을 인정하고 있다. 똑같은 시간의 아침과 저녁, 매일 달라지는 하늘을 보며 해가 길어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그리고 이 시기마다 메모장에 쌓이는 ’자연히 변하는 것‘에 대한 단상들. 어수선하다가도 슬쩍 비치는 반가운 기운이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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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01. 17.
목 떨어지게 졸다가도, 내릴 역에 도착하면 번쩍 눈을 뜨고 뚜벅뚜벅 사람들 속에 묻혀 계단을 오른다. 하루에 두 번, 지하에서 어두운 밖을 향하는데 그때는 아직 날이 밝지 않아서이기도 하고, 당연히 저녁이라서이기도 하다.
퇴근길, 코너를 돌아 골목에 들어선다. 내리막길을 터벅터벅 걷다 보면 아직 노란빛을 남기고 있는 카페 하나가 보인다. 그리고 그곳도 서서히 오늘을 마무리하는 듯, 밝았던 조명의 조도를 낮추고 어둠에 묻혀 간다. 이 동네의 하루는 어땠을까. 어떤 이들이 어떤 일상을 보냈을까.
생각의 결정 없이 카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동네의 소상한 얘기들을 삼킨 조용한 자리들, 오늘 할 일을 마친 커피 머신, 가지런히 널린 키친 크로스. 횡단보도 앞 신호 대기 중인 버스의 헤드라이트가 우두커니 선 내 그림자를 만드는 이 시간.
유리 쇼케이스 안에 남아 있는 초콜릿쿠키와 파운드케이크 한 조각을 주문한다. 마치 각자의 자리에서 부지런히 움직인 아침을 뒤늦게 교환하듯이. 왈칵 이곳에 들어선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내일 아침, 이 빵과 쿠키로 입안에 채운 단 기운이 작은 안심을 가져다줄 거라는 기대였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