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비가 많이 왔던 미네소타의 여름이 끝나가고 있다. 이번 여름은 덥다고 생각했던 날, 그러니까 30도가 넘는 날이 일주에서 이주 정도밖에 없었고 이삼일에 한 번씩은 계속해서 비가 오는 축축한 여름이었다. 그래서인지 뒷정원에 심은 채소들도 크게 자라지 못했고 매해 커다란 소쿠리에 가득 따 먹었던 깻잎도 얼마 구경하지 못했다. 겨울 내내 기다리던 여름은 그렇게 흐지부지 흘러갔고, 벌써 초가을이 시작되었다. 여기저기 화사하게 피었던 꽃들이 지고 나뭇잎의 색이 알록달록 물들어 가며, 한낮에도 바람이 쌀쌀한 날은 긴 바지에 긴 재킷을 걸쳐야 한다.
그늘진 쪽부터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낮엔 섭씨 20도 내외, 밤엔 10도 내외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것도 얼마 못 가 뚝 떨어져 버리겠지. 그리고 또 겨울이 오겠지... 겨울이 오는 건 싫지만 신랑의 대학교 마지막 학기가 올 겨울에 끝나고 내년 1월이나 2월에 NCLEX(미국 간호사 시험)를 칠 예정이라 기대가 되기도 한다. Prerequisite까지 합쳐 총 3년이란 시간이 걸린 신랑의 간호대학 여정이 끝나는 겨울이라 더 들뜨는 건지도 모르겠다. 또한 올여름엔 어떻게든 비켜 가겠지 했던 만두의 알러지가 또 말썽을 피워 동물병원에 가서 주사도 맞고 지금까지도 알러지약을 먹고 있어서 차라리 겨울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벌겋게 화가 난 만두의 피부를 보는 것도, 가렵다고 여기저기 긁는 걸 보는 것도 너무 마음이 아프니 말이다. 오늘 목요일, 낮 기온 20도. 바람은 서늘하지만 햇빛은 아직 따뜻해서 만두와 하나와 함께 일광욕을 즐기려 뒷마당에 나갔다. 한 30분 지났을까... 갑자기 밀려든 먹구름이 심상치 않아 얼른 정리하고 들어오니 아니나 다를까 장대비가 쏟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