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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혜 Aug 15. 2023

놀기 VS 놀아주기

잘 노는 아이








아빠가 안 놀아줘요

엄마는 조금만 놀아주고 혼자 놀래요

친구들이 안 놀아줘요

아무도 안 놀아줘서 심심해요

놀아 줄 친구를 찾아야 해요



놀이에 대한 말이 의존적이고, 수동적이다. 누군가 나와 놀아줘야만 놀 수 있다고 여기는 아이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아빠도 엄마도 친구도 나와 놀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이런 원망을 자주 듣는다. 



놀아줘 놀아줘

놀아달라고 

놀아주지도 않고 흥!!!



아이와 놀기가 힘든 부모들이 있다. 한 참 논건 같은데 시계를 보면  15분이 채 지나지 않았다. "아이와 노는 게 왜 이리 힘들까요? 묻는 부모님들이 많다. 이유는 참 여러 가지다. 부모님의 특성, 아이의 특성, 상호작용 능력,  좋아하는 놀이 차이, 체력 등이다. 매일 같이 놀아달라는 아이에게 할 수 없이 TV를 보여 주거나, 스마트폰을 쥐어 주기도 한다. 그래야 놀아달라는 아이에게서 해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와 즐겁고, 재밌게 놀이를 하려면 전제 조건이 있다. 놀이의 주체성, 놀이의 즐거움, 놀이의 자율성, 놀이의 단계, 놀이와 인지발달 등 교과서에 나온 놀이의 개념을 설명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전에 이미 준비되어야 하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다. 놀이가 즐거우려면 아이는 부모가 나와 놀이주어야 하고, 부모는 아이와 놀이주어야 한다는 마음 가짐이 아니어야 한다. "놀아준다"가 아닌 "논다"가 전제 조건이다. "놀아준다"는 놀기 싫은데 억지로 해주는 것 또는 의무의 개념이 은연중에 깔려있다. "논다"는 서로 주고받는 상호작용의 기념이다. 






아이와 놀 때 "아빠가 놀아줄게 엄마가 놀아줄게" 보다는 "아빠랑 놀자 엄마랑 놀자"라고 말하길 권한다. 너도 나와 함께 노는 것이고 나도 너와 함께 노는 것이다. 아이를 위해 부모가 희생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부모도 아이와 노는 쪽으로 말과 마음을 바꿔야 한다. 가정에서 이런 대우(?)를 받아야 나가서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친구와 노는 아이가 될 수 있다. 어떤 친구가 나와 놀아줄 것인가라는 수동적이고 의존적인 마음은 진정으로 놀기 어렵다. 놀이터에서도 놀아 줄 친구를 찾는 것이 아니라 놀 친구를 찾게 될 것이다.  





또 한 가지 권할 것은 너무 많은 장난감을 지양하자. 생일, 어린이날, 명절, 크리스마스에 선물 받은 장난감이 거실 한가득 발 디딜 틈도 없이 있는 집들이 있다. 거실뿐 아니라 집 안 곳곳이 아이 장난감으로 가득한 집도 많다. 새로운 장난감을 사서 3일 정도 바짝 놀고, 시들해지는 경우를 많이 본다. 탐색하고, 조작하고 끝나는 것이다. 탐색하고 조작한 다음 역할 놀이도 하고, 상상놀이도 해야 한다. 스스로 놀이를 만들기도 하고, 이미 있는 장난감들과 같이 연결하여 놀기도 해야 한다. 한 가지 재료로 지져먹고, 볶아 먹고, 쪄먹고, 섞어 먹고 하는 놀이가 필요하다. 그러니 너무 많은 장난감보다는 몇 가지만 있는 것이 좋다. 장난감이 많다고 즐거운 것이 아니다. 기본은 있어야 하고, 누구와 어떻게 노느냐가 중요하다. 이미 너무 많다면 박스로 나누어 한 박스는 꺼내놓고, 나머지 박스는 보관하자. 두어 달 지나 박스를 바꾸어 주는 식으로 장난감을 꺼내면 된다. 






아이와 함께 놀이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길어야 초등학교 고학년까지다. 사춘기 자녀들과 마주하고 대화하고 싶은 부모들을 많이 만난다. 억지로 아이와 놀아준다고 말하고, 놀아달라고 조르던 부모와 아이는 사춘기가 되면 마주하고 대화하기 힘들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생에서 주도성이 마구마구 성장하는 사춘기에 부모가 주도성을 가지고 마주했었던 아이들은 부모가 불편하다. 함께 논 부모와 아이는 마주하면 함께 놀고, 함께 즐거웠던 기억이 있기에 단절을 피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권할 말은 아이가 놀아달라고 하면 놀기보다는 부모가 아이에게 먼저 놀자라고 말하는 경험이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가 계속 먼저  '하자' '하자' '해달라'라고 한다면 부모가 "놀자"라고 말해도 결국 부탁하고 사정하는 마음이 든다.   







아이가 놀아 달라고 하기 전에
부모가 먼저 "놀자"라고 말해보자.

그리고 진심으로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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