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위와 맞바꾼 건강
일기 발췌_2010년 1월 23일
C 신경정형외과에 입원했다. 어제 K 대학교에 일하러 갔다 왔더니 컨디션이 더 나빠졌다. 원래는 허리와 가슴만 아팠는데 이젠 고관절, 목, 등, 다리, 팔까지 다 아프다.
오래 비워둔 방인지 TV도 안 나오고 변기 물도 안 내려가고, 온풍기도 작동되지 않았다. 3시간 만에 대충 문제를 해결하고 주사를 한 대 맞았더니 좀 살 만 해졌다.
아무래도 다음 주 월요일에 회의에 참석할 확률은 10 프로 미만일 것 같아서 후임인 J 선생을 병원으로 불렀다. 다른 연구원들과는 개별적으로 업무 연락을 취했다. 조금 마음이 놓인다.
오늘 새벽에 일어나 서울성모병원에서 받아온 다발성골수종 안내 책자와 환우 체험기를 꼼꼼히 읽어보았다. 다발성골수종의 전형적 증상이 허리와 가슴 통증을 동시에 느끼는 것이라고 쓰여 있어서 깜짝 놀랐다. 바로 나의 증상이었다. 그런데 어쩜 이 병에 대한 인식이 이렇게도 낮을까? 일반인은 그렇다 치고 정형외과 의사들은 마땅히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내가 방문한 정형외과의 의사 중 이 병명을 언급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책자에 나온 설명과 충남대학병원 L 교수가 했던 설명이 연결되면서 이 병의 실체에 조금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백혈구가 비정상적인 형질세포(암세포)를 만들어내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이 병은 일차적으로 뼈의 손상을 유발하므로 골절 위험이 매우 높다. 어제 진통제를 먹고 몸이 좀 괜찮아진 듯하여 외출한 것은 큰 실수였다. 웬만하면 진통제를 자제해야겠다.
두 번째 위험요인은 신장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고 세 번째 위험요인은 면역력이 떨어져서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열이 나면 즉시 응급실로 가라고 쓰여 있었는데 이는 폐렴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지금 내가 복용하는 약은 하루 두 번 먹는 스테로이드제 40알과 호르몬제 1알, 제산제 1알이다. 스테로이드는 형질세포를 죽인다고 한다. 따라서 대용량을 복용하면 골수 속의 형질세포가 급속히 감소하여 통증이 줄어든다고 하니 기대해 볼 일이다.
한 달 동안의 먹는 약 복용이 끝나면 주사약을 맞는다. 주사약 회수는 사람마다 다른데, 인터넷에서 검색한 체험수기의 주인공은 총 24회를 맞았다고 한다. 이 사람은 주사 치료를 8회 받은 후에 조혈모세포를 채취하여 자가이식을 받은 다음 퇴원했고, 퇴원 후에 추가로 주사 치료를 16회 더 받았다. 그러니까 그는 치료 시작 후 넉 달 만에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셈이다. 이 사람처럼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나도 5월쯤엔 자가골수이식을 받을 수 있을까?
이 사람은 치료가 끝난 후 축농증과 오십견 치료를 받았고 4개월마다 정기검진을 받고 있다고 했다. 2006년 2월에 확진받고 2009년 크리스마스 현재 잘 지내고 있다 한다. 나의 미래 그림이 보이면서 자신감과 희망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