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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메소드

내 솜씨 봤지?

by 글날 스케치MOON

"아들아, 우리가 재료 사왔으니 만들어만 주라.

엄마는 골뱅이랑 쭈꾸미 먹고싶어, 아빠는 육전이 드시고 싶대서 재료는 샀는데 아들이 한번 해볼래?

"엄마, 나 저녁 안먹을껀데... 담에 해주면 안돼?"

"엄마는 니가 해준게 정말 제일 맛있거든. 니가 해주면 정말 좋을것 같어. 해주라 응?"

처음에는 나와 남편 둘이 먹으려고 장을 봤던 것인데,

아들이 밖에서 놀다가 집에 들어왔길래 자연스레 아들에게 토스하고 말했다.

본인은 저녁 생각 없는데 우리때문에 억지로 먹어야 한다나 뭐라나.


재료를 한번 훑어 보더니

"알았어. 그럼 이거 다 끝나고 나 게임시켜주기. 오케이?"

"구럼구럼. 당연하지~"

아들의 승인이 떨어짐과 동시에 우리는 주방에서 물러나준다.

이렇게 오늘도 아들은 주방에서 나를 앞서는 요리를 선보이게 되는 날.

더이상 양념거리가 어디에 있는지는 묻지 않는다.

혼자서도 충분히 한다 이거지!


대략 한 시간동안 주방에서 나는 소리들

딸그럭, 칭칭, 윙, 챠르르....

또각또각....

뚝딱거리던 소리가 점점 옅어지더니 나를 부른다.

"엄마! 다했어요. 나 배고파. 빨리 먹자 배고파~"


기분이 좋은지 사진찍어줄테니 웃으라 하니깐 V 도 해준다.

혼자서 다했다.

진짜지 이번에는 마루에서 TV보면서 기다리기만 했을뿐.

아, 야채실에 사놓은 파절이용 파만 꺼내줬는데 이렇게 세가지를 뚝딱뚝딱 1시간만에 완성해왔다.


요리의 빛깔이 대단하다.

내가 너를....

이렇게 성장시킨거니?

아들, 너 정말 대견하다.


기특했다고만 칭찬하기에는 너의 정성에 비해 크게 부족하지만,

팔불출 엄마라도 괜찮다.

스윗하면서도 재주가 늘어가는 아들의 솜씨를 자랑하고 싶었다.

재료만 사다가 건내주었을뿐인데 아들은 어디내어놔도 멋스러운 요리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시간도 단축되고, 가짓수는 훨씬 더 많이 늘었다.

남편이 좋아하는 육전은 여느 식당에서 먹는것보다 훨씬 더 맛이 좋았다.

쭈꾸미는 맵지 않으면서도 탱글탱글했고, 골뱅이는 달콤 쫄깃했다.

술 한잔을 안할수 없는 너의 치명적인 요리에 엄마아빠는 취하고 싶어진다.

앞으로도 종종 이런 안주를 부탁해.


최고로 멋진 너의 요리를 하늘만큼 땅만큼 칭찬한다.


아들아.

정말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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