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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로소로 Nov 01. 2023

귤 한 박스


새벽수영으로 아침 일찍 시작하면서 상쾌한 공기를 들이마시곤 했다. 비몽사몽 자동차로 향하는 발걸음에도 코끝을 스치는 냄새는 기운을 북돋아 일어나길 잘했다 생각이 스친다. 봄의 따뜻한 공기 후덥지근한 여름을 지나 큰 일교차로 인해 시원하고 촉촉한 가을 냄새가 센티한 마음을 더해준다.



시장에는 햇곡식과 제철 먹거리들이 오색자판을 바꾸어 놨다. 보랏빛의 고구마와 토실한 윤기가 흐르는 밤이 나오기 시작하면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는 알림이 울린다는 증거다. 한 참을 바라보다 쨍한 색감에 귤에 시선이 빼앗겼다. 평소 같으면 신맛을 좋아하지 않아 금방 외면했을 텐데 웬일인지 덥석 집어 계산대에 올려 뒀다.



집에 와 무심하게 귤 한 박스를 식탁에 올려두고 커피를 한잔 내려 생각에 잠겼다. 특별하게 계절을 타거나 즐기는 성격은 아니지만 유독 겨울이 다가오는 게 싫다. 추워서 싫은 것보다 올해가 가는 게 두려웠다. 매년 1월이면 다짐하던 마음도 나이가 듦에 따라 어떻게 살아지겠지란 안일한 마음이 더 크게 자리 잡았다. 사소한 스트레스조차 만들고 싶지 않아 올해도 달라질 것 없다는 생각과 기대 희망도 없어 건강하게 보내자 무심한 노인이 되어버렸다.  



10월에서 11월로 넘어가고 올해도 두 달이 남았다. 마음이 더 무뎌진 건지 대범해진 건지 겨울이 다가오고 있는 이 시점에 흔들림이 없다. 올해도 변변하게 한 것은 없고 시간만 해치운 거 같은데 차곡차곡 준비해서 새로운 것을 헤쳐나가는 사람을 보며 자격지심을 느끼거나 내 상황은 불가능하다 단정 지어 버리는 아둔함 마음이 없는 정도의 성장 정도다. 오히려 일 년이란 시간 동안 쭉쭉 뻗어 나간 사람들을 보면서 올 겨울채비를 준비한다.






귤 한 박스를 먹으며 감미로운 겨울 꿈을 꾼다



겨울을 준비하는 나 역시 내년 계획을 세워본다. 올해 글쓰기 100편이라는 다짐을 했고 발행을 하면 내년엔 초단편 소설을 써보고 싶다. 장난 삼아 난 음사에서 출판하고 싶다는 웃픈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열심히 쓰다 보면 음사는 아니라도 죽기 전에 문학상에 도전하는 소설은 쓸 수 있지 않을까 즐거운 꿈을 꿔본다. 꿈은 언제든지 꿀 수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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