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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로소로 Jan 29. 2024

이런 날이 올 줄이야 예술이야

변변하게 잘하는 것이 없었다. 더 솔직히 말하면 잘하고 싶은 욕망은 태생적으로 없어 공부를 잘해야 하는지 몰랐다. 취미도 남들이 하니까 따라서 여러 가지 맛만 보았지만 길게 하지는 못했다. 때론 비싼 배움도 해보았다 여지없이 내 심장을 뛰게 할 만큼 가치를 못 느끼자 금방 시들해졌다. 



다행스럽게 모험을 좋아하지 않아 직장생활도 육아도 지구력 좋게 한 우물만 파는 사람이라 특별함 없는 삶이 불만은 없었다. 그 삶은 불혹이 되어보니 뜨뜻미지근한 숭늉 같아 일상은 평온했지만 때론 내 심장도 미친 듯이 뛰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찾아왔다. 20대 안온한 삶이 아닌 부질없는 모험 일지라도 이것저것 해볼걸 아쉬움이 자주 들었다. 



한가정의 아내이자 엄마로서 지금 다 던지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나 가끔 상상에 빠져 보는 것이 전부이다. 일도 자식들이 핑퐁게임처럼 번갈아 아파 그조차 쉽지 않다. 카페라는 공간에서 일한 다는 건 평화로움보다 동물원에 갇혀 있는 동물처럼 누군가 와주면 고맙고 안 오면 그저 자리 지킴이가 되어버린다. 긴 시간을 달래 보려고 시작한 글쓰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평소 책 읽기를 멀리한 결과는 처참했다. 3000글자 작가라는 말이 무색하게 쥐어짜듯이 쓰는 게 창작에 고통일까 브런치 글 하나 올리는데 몇 시간을 잡아먹는 사람이 단편은 어떻게 쓸까 엄두가 나질 않는다. 



내 인생 마지막 지구력을 글쓰기로 점찍어 한편씩 쓰다 보니 묘한 매력에 빠져 들었다. 힘든 만큼 글이 잘 나올 때면 사람들이 공감해 주고 같은 마음이라고 응원을 해줬다. 솔직히 말해서 글이 잘 써졌구나 느껴질 때면 사람들이 유난히 좋아해 준다 신은 나에게 센스와 지랄 맞은 섬세함을 주셨구나 감사했다. 



차곡차곡 곳간에 곡식이 쌓이듯 글도 한편 두 편 쌓였다. 더해서 인생살이 풍파와 연륜도 같이 녹아들어 글에 감칠맛도 더해진다. 브런치 작가로서 첫 강의를 준비하며 15년 남짓 기록들을 하나하나 보고 있자니 만감이 교차하고 열심히 살긴 살았던 거 같은데 결과는 그렇지 못해서 허탈하기도 했다. 처음 다루어보는 캔바 프로그램을 만지면서 세상 좋아졌구나 포토샵만 알던 옛날사람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하루 꼬박 걸려서 10장의 결과물을 만들었다. 손, 머리, 마음이 다 따로 움직이는 상황이 웃기고 슬펐지만 막상 끝내고 보니 마음이 일렁였다. 삶에 손꼽아 이렇게 미친 듯이 설레는 감정을 몇 번이나 느꼈나 생각에 잠겼다. 첫 데이트, 첫 월급, 해외여행, 신부대기실 더 이상 떠오르지 않았다. 가수들은 매번 무대에 오를 때마다 관객의 환호성 소리에 같이 열광하고 흥분된다고 한다. 심장이 터질 듯한 기분이 오랜만이라 생경하다.  



브런치 작가라는 타이틀을 걸고 사람들이 강의를 들으러 온다. 어찌 떨리지 않을까 지금 이 순간 내 꿈이 이루어진다. 읽고 쓰는 사람들이 같은 것을 느끼고 응원하며 웃다 울며 서로를 채워준다. 내 삶 모든 순간이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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