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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 아버지를 닮아간다는 것

by 소선

거울을 보았다

그런데

나 대신 아버지가 서 있었다


주름진 눈가

굳게 다문 입술

삶에 지지 않으려

버티는 표정까지


닮지 않을 거라 믿었는데

나는 어느새

아버지의 시간을

따라 걷고 있었다


학교를 다니고

직업을 가지고

가족을 꾸리고

아둥바둥 살아내는 하루하루


다르다고 믿었지만

결국 같은 외로움과 같은

무게를 안고 있었다


그런 거울 속 아버지는

어쩐지 오늘따라

더 지쳐 보였고

어쩐지 오늘따라

더 따뜻해 보였다


나는 괜히

그 거울 앞에서 한참을 서


말없이

천천히

아버지를 이해해갔다


그리고

나 자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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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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