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비너스의 탄생 - 그 신비로움을 경험하다
드디어 시드니로 오라고 손짓한 아우라(AURA) 가득한 그녀를 만나러 가는 날이 되었다. 아침부터 설렘은 시작되었지만 막상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좀 아득하긴 했다. 자세한 정보도 모른 채로 모스만 어느 카페에서 일하고 있을 그녀를 찾아온 나는 참 단순하고 계획적인 사람은 분명히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그리 ENTJ라고 빡빡 우겼을까. 지도자형이라는 타이틀에 끌린 것이겠지. 난 분명한 P 인식형이다.
모스만은 큰 마을은 아니었지만 중심지를 기준으로 발길 닿는 대로 이곳저곳 문이 열린 레스토랑 카페를 들러 그녀의 사진을 보여주며 묻고 다녔다. 휴일이라 문을 닫은 곳들이 많은 것이 참 아쉬운 점이었다.
한참을 다녔더니 발바닥이 아팠다. 마침 버스 정류장 근처 벤치가 눈에 띄어 앉았다. 결국 그녀 찾기를 그만두어야 할까 생각했다. 그녀를 만나면 말하려고 외워두었던 수많은 질문들은 과연 사용할 수 있을지, 뭔가 대단한 일을 기대했는데 왜 이리 조용한 것인지; 도대체 그녀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벤치에 앉아 약간의 푸념을 했다. "아! 키다리 아저씨! 오늘은 왜 안 나타나시는 건가요?” "오늘은 제게 도움을 주지 않으실 건가요?" 철이 들지 않은 개구쟁이처럼 투정 부리듯이 말했다.
"에이~그럼 오늘은 사진이나 찍어야겠어요"라며 핸드폰을 연 그때, 화면에 빛줄기가 잡히더니 거의 동시에 등 뒤에서 또 새소리가 들렸다. 반동적으로 몸을 일으켜 다가갔다. "어! 여기는 학교 같은데?" 교정처럼 보이는 곳에서 들리는 맑고 청아한 새소리는 분주한 마음을 평온하게 가라앉혔다. 그리곤 뭔가 신비로운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기대감이 올라왔다. 어느새 그녀를 만나야 된다는 목표는 잊은 듯했다. "그래, 오늘 그녀를 만나지 못하더라도 속상해하지 말자"며 마음먹었다.
그때 왼편에서 강렬한 시선이 느껴졌다. 누군가가 날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뭐지? 사람인가? 아닌가? 누구지?” 자석에 끌리듯 다가갔다. 그런데 가까이 갈수록 쿵쾅쿵쾅 심장이 뛰더니 급기야 한 발도 더 디딜 수 없을 정도로 다리가 후들거리면서 무언가의 힘에 의해 통제되는 압박감을 강하게 느꼈다.
그래도 호기심을 이기지는 못하고 가까이 다가가 보니 사람이 아니라 청동으로 만들어진 가슴까지 오는 흉상이었다. "내가 왜 이러지? 왜 이렇게 심장이 뛰는 거지?" 정말 무슨 일인지 살아 있는 것처럼 교감이 느껴졌다. 나는 사람을 만났다고 심장이 뛰거나 해본 경험이 별로 없어서 이런 반응 자체가 놀라웠다. 그때 스치듯 "혹시 이것이 '공시성' 인가?"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외마디 탄성이 나왔고 눈물이 핑 돌았다.
공시성(Synchronicity)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지금 여기에서 비인과적인 사건과 내가 만나는 것으로 칼 융에 의해 제창된 개념이다. 우연처럼 보이는 동시다발적인 사건은 의미 있는 그 무언가 힘의 연속성에 의한 것으로 본다. 그래서 동시성이라고도 한다. 동시성의 핵심 개념은 '우주 속에 숨겨진 질서'다. 그 질서는 현재 우리가 사는 시간 대역을 초월한다.
실제로 나는 돔 로페즈의 청동상을 보고 강한 전율을 느꼈고, 6개월 후인 160일 만에 그와 너무나도 닮은 사람을 비행기 옆 좌석에서 만나게 된다.
이건 설명하기 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