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에서 나온 <한강 -디 에센셜>이란 책을 읽었다. 이 책은 한강의 시, 장편소설, 단편 소설, 산문까지 담은 책이다. 그리고 <소년이 온다>를 어떻게 집필하게 되었는지 어릴때부터 가졌던 인간의 폭력성과 존엄성에 대한 질문, 자신에게 영향을 주었던 책 중 한 권이었던 린드그렌의 <사자왕 형제의 모험>에 관해서도 이야기 하고 있다.
딸아이가 읽고 싶다던 <소년이 온다>라는 책을 거실 장식장 위에 얹어두고 벌써 몇 달이 지났다. 수행평가로 중간, 기말고사로 바빠 책을 읽지 못하는 딸 대신 오며 가며 내 눈길이 자주 그 책 표지에 닿았다. 하지만 그 엄청난 책을 읽기 시작할, 읽어낼 자신이 없었다.
그리하여 차선책으로 이 책을 읽어내려갔다. 다행히도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그녀의 생각을 접할 수 있었다.
'어떻게 그들은 그토록 사랑하는가? 그들을 둘러싼 세상은 왜 그토록 아름다우며 동시에 폭력적인가? 그 열두살의 나에게, 이제야 더듬더듬 나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사랑하기 때문에 우리가 절망하는 거라고. 존엄을 믿고 있기 때문에 고통을 느끼는 것이라고. 그러니까, 우리의 고통이야말로 열쇠이며 단단한 씨앗이라고.'
<소년이 온다>의 집필에 대해 쓰고 있는 한강의 한 산문은 자신의 글을 린드그렌의 소설 <사자왕 형제의 모험>의 한 대목으로 마무리 하고 있었다.
-나는 요나탄 형이 그처럼 위험한 일을 해야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기사의 농장 벽난로 앞에 앉아 편안히 살면 안 될 까닭이 뭐란 말입니까? 그러나 형은 아무리 위험해도 반드시 해내야 하는 일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 어째서 그래?"
내가 다그쳤습니다.
"사람답게 살고 싶어져서. 그렇지 않으면 쓰레기와 다를 게 없으니까."
.......
형은 점점 멀어져, 안개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한 해를 시작하는 이 아침에, 그녀의 마음과 생각과 세계관을 들여다 볼 수 있어서 감사했다. 우리는 사랑하기 때문에 때론 절망하는거구나... 하고 이유를 몰랐던 아픔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 삶의 많은 아픔의 이유도 사랑했기 때문에 그랬음을 알 수 있었다.
한 번 본적도 없는 사람들의 아픈 소식에 같이 아파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우리가 아름답다. 새해에는 가슴 벅차고 좋은 소식들로 이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 가슴 아픈 일들로 새해를 시작해야 할 많은 이들에게 같은 시대와 공간을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어깨에 손을 올리고 다독여주고픈 마음이 드는...그런 새해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