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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Apr 28. 2022

스타트업 퍼포먼스 마케터로 일한다는 것

 벌써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야기의 시작. 뭐하는 곳인지도 모르고 아는 언니가 지원해보라고 해서 그냥 한번 넣어본 이력서를 보내자마자 읽고 면접 제의를 받아서 면접을 보러 갔다가 갑자기 출근을 하라고 해서 그냥 출근하게 된 스타트업 회사에서의 경험을 말해볼까 한다.


 요즘 스타트업의 성과와 매출, 성장률을 보면 더 이상 대기업만이 답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 새로 생기는 스타트업 회사들 중에서는 정말 좋은 환경에 좋은 사람들이 있는 회사들이 많아서 생각도 많이 달라지고 관심도도 올라가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아직은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다는 후기를 자주 보곤 하는데, 내가 일했던 회사는 스타트업의 장단점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던 곳이었다.


 



 처음 입사를 할 때는 바이럴 마케팅팀으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sns 관리도 했었고 블로그를 오래 하기도 했어서 이런저런 경험에 잘 맞았다. 일을 배울 때도 큰 어려움 없이 수월하게 하고 있었는데 일주일 만에 갑자기 팀을 이동해야 한다고 지시가 내려왔다. 생각지도 못하게 팀이 변동되었고, 직무도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던 광고를 담당하는 퍼포먼스 마케터였다.


퍼포먼스 마케팅
광고를 통해 유입된 고객들이 매출로 전환되는 과정을 분석하여 광고 방향을 결정하는 마케팅.


 퍼포먼스 마케터라고 회사에서 알려준 것도 아니었고 내가 옮겨진 팀이 카카오 광고를 담당했기 때문에 카카오광고팀으로 칭해져서, 내가 하는 일은 어떤 일일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이게 바로 퍼포먼스 마케팅이라는 것이었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스타트업에 입사해서 들어가자마자 팀이 변동된 것도 당황스러운데 내가 무슨 일을 하는 건지도 알려주지 않고 그냥 광고라고만 하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많은 스타트업의 특징 중 하나이자 단점 중 하나인 부분이 바로 여기서 나오는 것 같다. 인원을 채용했는데 채용 시 직무와 다른 갑작스러운 직무 변경이라던지, 처음 입사 시에 OT라던가 전체적인 회사 설명이나 신입들 교육이 없이 바로 실무와 실전에 투입되는 부분, 근데 또 바로 실무에 투입하면서 제대로 된 설명이 없고 스스로 알아가야 하는 점과... 한 가지 분야나 일에 전문적으로 일을 하지 못하고 퍼포먼스 마케터지만 디자인도 해야 하고 동영상 편집도 해야 하며, 블로그 글도 쓰고 회계일도 하고? 온갖 잡다한 일을 다 해야 한다는 점.


 회사 내에 관계에 있어서나 업무에 있어서나 체계가 없고 중구난방인 부분들이 너무 많아서 이걸 바로잡아가는 것도 힘들고, 이것보다 더 급한 일들을 넘쳐흘러서 체계를 잡는다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하는 상사들. 그러나 질서와 체계가 회사라는 것의 가장 중요한 기반이고 기본이지 않을까 싶다. 자유로운 분위기와 업무체계를 선호한다고 해서 체계가 아예 없으면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처음에는 우리 팀에 상사만 두 명이고 사원은 나 혼자인... 그런 상태에서 시작해서 조금씩 팀이 커지면서 팀원들이 많아졌다. 팀원들이 많아질수록 체계가 없다는 것의 문제점이 하나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각자가 맡은 업무도 확실히 정해져 있지 않았고 누군가 쉬었을 때 그 빈자리를 대체할 대체자도 없었고 매일매일 우왕좌왕하며 정말 급한 일만 처리하기에 급급했다. 그래도 회사가 돌아가긴 했지만 대신 한 명 한 명 불만이 점점 쌓여가기 시작했고 서로를 불신하고 싸우고 업무를 미루기 시작하면서 최악의 상황까지 갔었다.


 퍼포먼스 마케팅에 있어서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광고 소재를 만들고 등록하며 집행해 나가다 보니까 광고비를 정리하고 데이터들을 분석하는 것도 아주 중요한 업무 중 하나였는데 이 업무를 신입에게 항상 시키는데 그걸 맞게 했는지 아무도 봐주지 않으니까 잘못된 걸로 계속 봐오다가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고 이런 일들이 계속 반복됐다.


방대한 데이터들 사이에서 일을 해나가야 하고 그걸 또다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할 때가 있기 때문에 이런 정보들도 차곡차곡 정리를 해놔야 하는데 그걸 중요하게 생각할 겨를도 없이 눈앞에 놓여있는 일만 하기 바빴다. 하나 잘된 소재가 있으면 그것만 비슷하게 해서 계속 발행하느라 다양한 소재를 테스트해보고 찾아낼 수가 없었고, 그래서 잘됐던 소재 roas가 떨어지면 그걸 대체해줄 소재가 없는 사태의 반복...

 

 참다 참다가 과장님께 면담을 신청했고, 지금까지 내가 봐오고 느낀 바를 말씀드렸다. 이대로 가다간 나중엔 진짜 망하지 않을까 생각까지 들었다. 우린 팀인데 이미 분열상태였다. 과장님께서는 바빠서 놓쳤던 부분들이 많았던 것 같다고 지금이라도 하나씩 바로 잡아가 보자고 하셨고 그 이후로 조금씩 체계를 잡아가면서 안정이 되는 부분들이 생겼다. 스타트업의 단점도 많지만 이렇게 수용적으로 의견을 받아들이고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는 부분과 열린 마인드를 가진 분들이 있다는 것은 또 장점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게 중에는 그렇지 않은 상사분들도 많긴 했지만....ㅎㅎ


 그리고 많은 분들이 전문적으로 일을 하지 못하고 한 사람이 다양한 업무를 담당해야 하는 것을 스타트업의 단점으로 꼽곤 하는데 난 원래 새로운 경험과 도전, 배움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나름 장점으로 다가왔던 부분이었다. 데이터 분석과 함께 광고 카피를 써서 광고 소재 등록, 광고 집행과 컨트롤을 메인 업무로 하면서 카카오 광고에서 필요한 비즈 보드 이미지와 배너 이미지 제작, 간단한 동영상 편집과 GIF 이미지 제작, 촬영팀에서 촬영한 인물 촬영본 보정, 카카오 톡 메시지 발행 준비와 카카오 채널 포스트 관리 등등 다양한 업무들을 했다.


 나도 처음 해보는 것들도 많았고 모르는 부분들도 많아서 디자인팀에 가서 포토샵과 일러스트를 배우고 영상팀에 가서 영상 편집과 GIF 만드는 법을 배웠다. 카카오 메시지나 채널 포스트는 상사분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면서 다른 브랜드들이 발행한 것들도 찾아보면서 하나씩 해결해나갔다. 처음이라서 시간도 많이 걸렸고 힘들고 어려운 부분도 많았지만, 내가 이것들을 해냈다는 뿌듯함도 있었고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경험하는 시간들이 재미도 있었다. 그리고 다양한 업무를 처리하면서 내가 이미지 디자인이라던가 인물 보정도 꽤나 잘하고 좋아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다른 회사였다면 할 수 없었을지도 모를 기회들이 스타트업이라서 가능한 부분도 많이 존재했었던 것 같다. 광고를 집행하고 컨트롤하고, 새로운 소재를 등록해서 테스트해보는 일들도 일한 지 고작 반년 된 나에게도 가능한 일이었고 과장님께서는 나를 많이 믿고 지지해주셨다. 내가 해보고 싶은 것들을 말씀드렸을 때, 전에 성과가 안 좋았어서 지금은 안 하고 있는 것들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도전해보고 싶으면 해 보라고 해주셔서 더욱더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했더니 그게 성과가 잘 나오기도 했다.


 전문적으로 일하기는 조금 힘들고 일하는 방식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반대로 다양한 업무를 경험해보고 내가 방식을 만들어 갈 수도 있다는 것이 스타트업의 단점이자 장점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오래된 회사보다 어쩌면 조금 더 많이 기회들이 열려있는 부분이 있기도 하고! 대략 2년 정도 되는 스타트업에서의 경험과 퍼포먼스 마케터로서의 시선들에 대해 하나둘씩 풀어나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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