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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soceo Sep 09. 2018

드럼 치는 개발자가
블로그를 사용하는 방법

얕게 잡다하게 이것저것 하는 개인 사업자

뭔가를 시도하고,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고, 그렇지 않으면 포기하고, 잘 된다 싶으면 그 일에 좀 더 집중하고...

퇴사 후 지금까지 거의 모든 하루의 일상적인 모습입니다. 그런 저를 보면서 친구들은 물론 10월이면 제가 회사를 퇴사한 지 1년이 된다는 혹은 퇴사한 지 좀 시간이 지났다는 것을 알거나 곧 다른 회사에 입사할 거라고 생각했던 지인들은 대부분 저에게 똑같은 질문을 합니다.


네가 하는 일이 뭐야?


정말 대답하기 까다로운 질문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어떤 하나의 일만 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목적에 따라서 하고 있는 일이 또 나뉘기 때문에 "저 무슨 일 하고 있어요."라고 말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하고 잇는 일들을 생각나는 데로 나열해 보겠습니다!


블로그 운영(네이버, 브런치)

카페 운영(네이버, 다음)

카카오 플러스 페이지 운영

스마트스토어 운영

오픈 마켓 운영

공유 사무실 운영

해외직구/구매대행

강의/개인수업

밴드 합주


위의 것들은 공통점이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넌 하는 일이 뭐야?'라는 질문에 마음먹고 대답을 해주면 상대방은 고개를 갸웃합니다. 아마도 아래 내용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생각들을 했을 겁니다.


'이런 것들로 회사 다니는 만큼 돈을 벌 수 있을까?'
'뭐지? 이 일관성 없는 것들의 나열은...' 


하지만 제 기준에서는 '내 성향에 맞고, 내가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것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흔히들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돈을 벌면 그것보다 더 좋은 건 없다고 말들을 합니다. 저는 그러기 위해서 퇴사를 한 지 1년이 됐고, 그래서 돈도 까먹고 스트레스도 엄청 많이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에 말했던 것처럼 뭔가를 시도하고,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고, 그렇지 않으면 포기하고, 잘 된다 싶으면 그 일에 좀 더 집중하는 하루가 반복되면서 버티고 버티다 보면 결국 제가 생각한 삶의 방식이 만들어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것들은 설명하려면 길지만 알게 모르고 서로 관계가 있고, 나름의 시너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물론 아닌 것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시너지를 내고 있는 것들의 중심에는 블로그가 있고, 전혀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은 밴드 활동입니다.


블로그


카페에서...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건 지금은 퇴사한 회사를 처음 입사를 하면서부터입니다. 이유는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배운 것들을 잊기 전에 정리를 해놓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글들을 찾아내서 읽고 가시는 방문자 분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서 지금까지 계속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블로그가 개인 사업을 하고 있는 저에게 굉장히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절대 의도한 건 아니지만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면서 살려고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블로그를 통해서도 그 방법을 찾게 되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월급이 아닌 다른 방법을 통해 돈을 벌려고 한다면 그 모든 시도들은 결국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필요로 합니다. 제가 유명인도 아닌데 제가 무엇을 정말 열심히 한다고 누가 저에게 관심을 가져 줄까요? 저는 그걸 원하지만 타인은 자신에게 어떠한 재미나 도움, 혜택, 가치를 주지 않는 한은 철저하게 저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습니다. 그런 여러 사람의 관심을 저는 블로그를 통해서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제가 해줄 수 있는 것들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직접 찾는 것이 아니라 블로그를 통해 그런 분들이 저를 찾아오게 만드는 겁니다.


블로그 말고도 그런 수단들이 몇 개 더 있지만 가장 빠르게 결과를 낼 수 있고, 제가 무슨 일을 시작할 때 최우선으로 하는 일도 그 일에 대해서 블로그에 포스팅하는 겁니다. 제가 다른 일을 하거나 잠을 잘 때도 잠재적으로 제 고객이 될 수 있는 분들께서 블로그를 방문하시고, 문의를 주시고 있습니다. 블로그의 하루 방문자가 대략 3,000명 정도 되고, 제가 작성한 글 하나는 많으면 하루 조회수가 100~300회 정도 됩니다. 처음 한 번만 시간을 들여 글을 작성해 놓으면 전혀 비용이 들지 않는 저의 홍보 수단이 되는 겁니다.


이러한 블로그를 통하면 또 다른 좋은 점은 제가 모르는 분야에서 새로 일을 시작할 때 큰 도움이 된다는 점입니다. 저는 패션 쪽으로는 전혀 관심이 없고, 비행기 한번 타본 적이 없지만 최근에 블로그에 가장 많이 포스팅한 글의 주제는 프랑스 의류의 구매대행입니다.


프랑스 의류 구매대행 관련 글


운영하는 네이버 블로그에 최근 한 달간 작성한 프랑스 의류 구매대행 관련 글입니다. 작성한 지 일주일도 안된 글들의 조회수가 1,000회가 넘고, 댓글로 문의도 꾸준히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글들이 지워지지 않는 한은 또 제가 관련 글들을 계속 작성을 한다면 꾸준히 많은 분들에게 제가 노출이 되고, 제가 그분들의 선택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게 되는 겁니다.


밴드 활동


가방에는 합주에 사용할 드럼 스틱과 아이패드


지금 이 글을 작성하는 곳은 합정역에 있는 카페입니다. 오늘 합정역에서 밴드 연습이 있기 때문에 미리 와서 인터넷이 되는 카페에서 남들이 말하는 '돈 버는 일'을 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오늘의 가장 중요한 일은 밴드 연습입니다. 그래서 제 가방에는 노트북도 있지만 드럼 스틱도 함께 있습니다. 밴드 연습 자체는 돈을 버는 일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저의 취미입니다. 1주일 혹은 2주일에 한 번은 꼭 합정역에서 밴드 멤버들이 모여서 합주를 합니다. 솔직히 퇴사를 하고, 인천에 사는 제 입장에서 매주(아무리 자주 모이지 않아도 2주일에 한번) 합정에 온다는 건 시간적으로 큰 부담이 됩니다. 하지만 분명 밴드라는 것도 제가 좋아하는 것들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포기하기 싫었고, 생각해낸 방법이 어차피 매주 합정에 온다면 매주 합정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 버리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합정역에서 합주가 있을 때마다 제가 할 수 있는 기술 중에 하나인 프로그래밍을 주제로 한 모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관련 글 : 프로그래밍/코딩/개발 모임 함께해요! #1, #2]

온오프믹스를 통해 모임 참가자를 찾고, 제가 합주하는 날에 합정역에 있는 카페에서 소규모로 모임을 갖는 겁니다. 지금 카페에 있는 것도 미리 합정에 와서 모임 참가자 분들을 기다리면서 글을 쓰기 위해서입니다. 모임이 끝나면 저는 합주를 하러 갑니다. 수익을 전혀 만들어 내지 못하는 밴드 활동이지만 그 활동의 연장선 상에서 프로그래밍 모임을 만들어 소소한 수익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하나 더 만들어 낸 겁니다.


프로그래밍 모임 현황


이 프로그래밍 모임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반응이 없지 않아서 즐겁게 밴드 활동을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좋아하는 것으로 돈을 번다는 건 결국 이런 식으로 새로운 상황과 가능성들을 만들고, 엮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몰론 지금도 수익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원하는 방식대로 산다는 것이 하루아침에 될 리가 없습니다. 계속 버티고, 꾸준히 관리해주고, 일을 벌이고, 확장해 나간다면 언젠가는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하고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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