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겨울엔 굴순두부 한 그릇

남원 <굴세상>에서 굴순두부를 먹다

by 이춘노

혼자 살면 끼니를 해결하는 것도 거창한 일이다. 냉장고도 비어있고, 주말인데 하루 종일 산불 근무를 하느라 약속도 없다. 그것도 그럴 것이 사무실을 정리하고 퇴근하고 시내로 나오면 7시가 넘는다. 애초에 저녁 약속도 무리다. 그리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가서 먹는다면 또 라면이겠지.

결국 토요일 저녁은 식당에서 한 끼 먹고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코로나 시국이 잠잠해서 식당을 가기 수월하다는 점이다. 봄은 오려고 하는 듯 하지만, 쌀쌀한 날씨에 그것이 생각났다.


'굴순두부'


얼큰한 그 국물이 생각나고, 봄이 가고 여름이 오면 먹기 힘든 음식이다. 솔직히 굴 음식에 호불호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난 든든한 국밥을 좋아하는 편이다. 특히나 담백한 굴국밥보다는 붉은빛이 감도는 땀나게 매운 굴순두부를 즐겨 먹었다. 종에 보양식이랄까?


굴세상이라는 식당은 시청에서 야근 때 자주 찾던 집이다. 왜 그 지역에 맛집은 거의 관공서 주변에 있다고 하지 않던가? 매일은 아니더라도 겨울철에는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방문하던 단골이었다.


역시나 사장님은 마스크에 가려진 내 얼굴을 알아보시고, 인사를 해주셨다. 그것도 그럴 것이 혼자 오는 손님은 좀 특이하긴 하겠지. 마도 혼밥 혼님의 독특한 인상은 모든 가계 주인들의 머릿속에 각인되는 모양이다.

생각해 보면 시청에서의 겨울은 유난히 버거웠다. 아마도 개인적인 능력의 차이도 있겠지만, 일단 업무가 많았다. 그리고 사회생활의 적응이라는 점에서는 노력이 많이 필요한 곳이었다.

그래서 점심은 그렇다 해도 저녁은 혼자 밥을 즐겼다. 그렇다고 편의점 도시락과 컵라면은 매일 먹을 수 없었으니. 나름 나의 몸을 생각해서 고른 메뉴였다.


주문을 하고, 정갈하게 나오는 밑반찬과 오이고추를 된장에 찍어 먹는다. 맛난 김치를 한 조각 먹고는 입맛을 돋우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리고 본 메뉴가 나오면 앞접시에 굴과 두부와 국물을 덜어 호호 불어가며 식혀 먹는다. 다른 사람은 어찌 먹는지 모르지만, 난 공깃밥에 밥을 덜어서 살짝 국물에 말아먹는 편이다. 그러는 편이 매운맛과 밥알의 단맛이 잘 느껴지는 것 같다.

먹다 보니 넣어둔 계란이 적절하게 반숙이 되어서 마무리를 지으면, 식사가 끝난다. 모처럼 든든하게 먹었다.

남들처럼 긴 시간을 음미하면서 먹는 성격은 아니기에 주문과 식사 그리고 나가는 시간까지 얼마 걸리지 않는 와중에도 사장님과 짧은 대화를 나눈다.


"지금은 어디 계시나요?"


가끔 와서 먹다 보면 듣는 질문이었고, 답변은 다양했다. 겨울이라는 계절이 얼마나 지났고, 또 얼마나 다양한 근무지를 다녔는지. 여기서 확인하는 셈이다. 나는 아직도 시청에서 야근하던 30대 중반인 것 같은데, 벌써 마흔이 넘었다. 그리고 난 또 내년 겨울에는 저 질문에 어찌 답을 할지? 밥 잘 먹고는 잠시 헛헛한 생각에 더 추웠던 주말 저녁이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