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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Oct 24. 2023

국수 먹기 위해 기다려야 진심이다

남원 <고향국수>를 소개한다

  국수를 좋아하는 사람은 항상 고민하는 것이 있다. 비빔이나 물이냐? 아마 냉면을 먹을 때도 그럴 것이다. 이런 고민에 해답은 혼자가 아니라 둘이 가서 각각 골라서 맛을 보면 딱 좋겠지만, 혼밥을 하는 춘아재는 여간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선택은 항상 어쩐지 미련을 남기기 마련이다. 


  내가 주말이나 혹은 출장 중에 가끔 먹는 국숫집이 있다. 남원 <고향국수>는 딱 시골 어느 길가에 있는 맛집이다. 항상 사람이 많으며 주차도 불편하지만, 여러 사람이 찾기에 각각의 메뉴를 먹어보고자 마음먹었다. 어디까지나 국수에 진심인 사람만이 찾아갈 수 있는 거리며, 기다림이다. 

  일단 이 집의 장점은 양이다. 아재인 내가 먹기에도 좀 많다 싶은 곳이고, 어느 국숫집에 가더라도 곱빼기를 달라고 하면 나올만한 양이다. 그리고 국물뿐만 아니라, 면에서 느껴지는 진한 맛이 특징이다. 육수가 나오는 것은 개운한 맛이 있고, 비빔에는 달짝지근한 맛과 각종 야채가 들어갔다. 그것도 부족해서 아몬드도 보였다. 한마디로 달달하고 고소한 매운맛이다. 사진으로 담기는 어렵지만, 양과 맛의 특징은 그렇다.


  또 뭔가 다른 것을 찾자면, 메뉴의 독특함이랄까? 골뱅이가 들어간 것은 좀 독특했다. 예를 들면 팔도비빔면을 집에서 해 먹을 때 골뱅이를 넣기는 해도, 비빔국수에 먹으면 어떨지? 상상하기 어렵다. 익숙한 소스의 맛과 그 맛이 짐작이 안 되는 상황의 차이랄까? 

  그럼에도 일단 맛은 합격. 익숙한 추억의 맛이다. 또 국수에 골뱅이도 있지만, 씹을 것도 다양하다. 앞서 말한 대로 아몬드도 있었고, 마른 쥐포도 있어서 씹는 맛이 있는 국수이다. 시골집에 내려가면 할머니가 해주신 큼지막한 그릇에 이것저것 함께 들어간 입맛 다시는 면이다. 거기에 막걸리 한 잔이나 소주가 들어가도 충분한 알찬 구성이었다. 

골뱅이 국수
고향국수

  골뱅이국수는 씹을 게 많다면, 고향국수는 장터국수의 시원한 맛이 있다. 전날 술을 먹고, 후루룩 마시듯 먹는다면 해장도 가능할 것이다. 국물은 텀블러에 넣어서 마셨다면, 커피보다 인기가 많지 않았을까? 가끔은 잔치국수의 육수를 점심에 차처럼 마시고, 일을 한다면 좀 팍팍 일을 할 것 같기도 하다. 


  어느 정도 요리를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요리에 들어가는 재료 하나에 맛의 차이가 얼마나 달라지는 것을 말이다. 가끔은 라면에서도 그 차이를 느낀다. 물의 적당히를 모르는 라면은 일단 망한다. 밍밍하던가, 아니면 너무 짜서 혀의 감각을 잃는다. 차라리 수프를 혀로 낼름 하는 것도 같은 거라면 깨먹는 라면이 좋았을 것이다. 

  물을 적당히 넣었다면, 계란을 넣었느냐. 혹은 노른자를 풀었는가? 대파를 넣었나, 아니면 양파를 넣었냐에 국물 맛이 제법 달라진다. 유튜브를 통해서 봤던 요리법에는 대파를 달달 볶아서 물을 넣는 방법도 있었다. 얼마나 다양한 맛이 그러한 기술에서 달라지는지. 하물며 라면도 그런데, 국수는 어떨까? 또 잔치국수에는 비장의 양념장도 있다. 그것이 모두 어울려서 내 입맛을 사로잡는다. 

  가끔은 별 것 아닌 음식으로 평가받는다. 요즘 결혼을 앞둔 사람에게 


  "나 언제 국수 먹게 해 줄 거야?"


  하지는 않는다. 점심에 가끔 먹는 메뉴로 밥보다는 약하고, 고기를 먹을 때는 후식으로 취급받는 국수지만, 난 기다릴 정도로 맛이 좋으면 그 집을 찾아가겠다 말한다. 


  흔한 것은 맞지만, 어릴 적에 내가 먹던 국수의 양과 맛은 좀처럼 찾기가 어렵다. 설령 비싼 돈을 주고 먹으려 해도 오히려 집에서 해 먹는 비빔면만도 못한 상황이 많다. 맛있는 국수를 먹기 위해서 이제는 시골길을 찾는다. 또 기다림도 감수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합석도 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내가 이 맛집을 찾는 이유는 허기진 배가 아니라 추억이 고파서 찾는지도 모르겠다. 


  한 가지 이야기를 덜했지만, 메뉴 중에는 오뎅국수가 있다. 아직 비빔이냐 물이냐에 고민을 하다가 먹지 못 했으나 그건 잠시 기대를 위해서 남겨두었다. 둘 중에 어느 하나가 싫어지는 날에 과감히 선택해서 먹기 위해서? 혹시나 남원에 오면 네 명이서 골고루 시켜 보면 어떨까? 그리고 그 맛을 알려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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