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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러브 Oct 07. 2023

불안을 극복하는 법

순간에 집중하라


또 잠에서 깨었다. 벌써 두 번째다. 이유도 모른 채 새벽에 지속적으로 깬다. 2시간 간격으로 깨는데 어떤 꿈을 꾸는 것도 아니다. 어느 날은 꿈을 꾸는 날도 있다. 보통 일요일 밤이다. 회사에 출근해서 무슨 사고가 터지는 꿈이다. 이 꿈은 이제 익숙해서 놀라지도 않는다. 회사 생활 10년 이상 되면 아마도 대부분 회사 일에 덤덤해지는 것 같다.     


불안은 항상 존재한다. 대학을 못 갈까 봐 불안했고, 취업을 못할까 봐 불안했다. 결혼을 못할까 봐 불안했고, 아이가 생긴 후엔 건강하지 않을까 봐 불안했다. 이류를 알 수 없는 불안이 항상 존재했는데 이 불안을 떨치기 위해 내가 선택한 것이 몸을 바쁘게 움직이는 일이었다. 몸을 바쁘게 움직임으로서 불안에게 잠시의 시간조차 내주지 않았다. 불안을 깊게 들여다보지 않고 회피하기 바쁜 젊음이었다.     


이유 없는 불안은 항상 존재했다. 세상이 무너질 것 같아서, 가다가 차사고가 날 것만 같아서, 비행기가 추락할 것 같아서, 놀이기구가 멈출 것 같아서. 근원지를 알 수 없는 불안 앞에서 나는 늘 무력했다. 아, 그럼 이렇게 생각해야겠다. 만약에 아주 만약에 그런 불상사가 생기면 어쩔 수 없지 뭐. 다행히도 나는 책임질 사람이 없어. 나 하나쯤 사라져도 세상은 괜찮을 거야. 내가 책임질 사람은 없었지만 나를 책임졌었던 부모의 마음은 생각하지 않았던, 이기적인 생각으로 가득 찬 아이는 그렇게 해야만 불안을 떨치고 어떤 시도와 도전을 해볼 수 있었다.     






20대 때 슬로베니아라는 나라에 홀로 떨어졌다. 나는 그 당시 행동이 빨랐고 계획적이면서 무계획적이었다. 비행기를 끊고 어떤 루트로 가야겠다는 계획은 있었지만 어떤 숙소에서 묵어야 할지에 대한 계획은 없었다. 어떤 면에서는 철저히 계획을 중요시했지만 어떤 면에서는 계획을 회피했다. 닥치면 되겠지 뭐.라는 마음은 내가 여행에서 늘 가지는 마음이었다.     


숙소 없이 도착한 그곳은 관광객이 많지 않았다. 어쩌면 홀로 방황하는 내 눈에만 그렇게 보였을지도 모른다. 전화기도 잘 터지지 않는 곳에서 어떻게 숙소를 잡아야 할지 몰라 헤매다가, 길에서 만난 한 아주머니가 자신의 집이 숙소라는 말을 듣고 무언가에 홀리듯이 그 집으로 들어갔다.      


지금 돌이켜 보면 가정집 한편에 방을 빌려주는, 그 당시엔 없었던 에어비앤비의 형태였다. 방 한 칸이 주어졌는데 가정집의 아늑함 보다는 낯선 느낌이 컸다. 애써 괜찮다며 스스로를 달래고 하루종일 관광한 후에 밤에 숙소로 돌아왔다. 방문을 꼭 걸어 잠그고 생각했다. 난 오늘 밤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될 수도 있다. 이 모든 게 내 운명이다. 혹시 모르니 남자친구에게 엽서를 쓰자. 내 마지막 편지가 될 수도 있다.    

 

나는 종교가 없었다. 운명을 믿었다.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되는 것 그럴 운명이었기에 벌어진다는 생각이 커갈수록 생겼다. 1분 차이로 건물 안에 들어가서 사고가 생기는 것, 정말 찰나의 일로 목숨을 잃게 되는 것, 이런 일들 모두 그냥 처음부터 정해진 운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나에겐 있었다. 그래, 내가 이 숙소를 묵게 된 것도, 만에 하나 잘못된다면 그것도 다 내 운명이다. 이미 쓰인 운명 속에 나는 살고 있는 것이다.     


운명론적인 생각은 모든 곳에 쓰이진 않았다. 만약 모든 면에서 운명론을 믿었다면 지금처럼 큰 노력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내게 운명론이 유효했던 건 딱 하나, 사람의 목숨이었다. 인명지사대천론.이라는 말을 따라 사람 목숨의 끝은 하늘이 정해준 것이라고 믿었다. 태어날 때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세상에 내려지지만, 세상을 끝내는 것도 내 의지와 상관이 없다. 삶의 무기력함은 가끔 나를 휘몰아쳐,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가득 안겨주었다.     


불안을 극복하는 법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다. 순간에 집중하라. 이 찰나의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나 알면서, 누구나 크게 개의치 않는다. 약간의 자극에 화를 내기도 하며, 분노하기도 한다. 지나가버리면 다시 오지 않을 그 순간을 소중히 다루는 법을 우리는 배운 적이 없다.    


의도적으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되뇌기 시작했다. 나의 퇴근길은 불평으로 가득했다. 어깨는 축 쳐져 있었으며 낯빛은 어두웠다. 언제까지 이렇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감쌌다. 의도적으로 생각을 바꾸었다. 5글자부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집으로 가는 길바닥을 보며 혼자 되뇌었다.


 감사하다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으니 정말 감사해야 할 것이 생긴 기분이었다. 기분도 한결 나아지는 듯했다. 정말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두 발로 걸을 수 있다는 것, 이 시간에 밖에서 걸어 다닐 수 있다는 것, 사랑하는 가족이 기다리는 집이 있다는 것. 당연했던 내 일상에, 감사함이라는 안경을 쓰고 보니 많은 것이 당연하지 않은 것이었다.     


더는 불안하지 않다. 불안을 극복하는 방법은 의도적으로 불안한 생각을 잠재우는 것이 아니었다. 의도적으로 감사함을 떠올리는 것이다. 생각이란 재미있다. 생각하지 않으려 할수록 내 머릿속을 지배한다. 생각을 전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생각을 떠올리는 것이다. 이 사실을 깨달은 후 나는 원치 않는 순간에 생각을 바꾸었다. 


그 순간을 벗어나고 싶다,라는 생각 대신 다른 순간에 존재하고 싶다.라는 생각의 전환이다. 짧은 생각의 전환만으로 우리는 많은 것을 바꾸고 이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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