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적인|내가 서평을 쓰는 이유

초록 감정 속의 초보 프리랜서 03. 감동적인(Touched)

by 쏘스유


이번 글의 중심 감정 '감동적인(Touched)'



"서평은 왜 쓰세요?" 내 블로그를 처음 방문한 사람들이 종종 건네는 질문이다. 여행 인플루언서의 블로그에 책과 관련된 기록이 많아서 신기하다고 말한다. '그러고 보니 그렇네.' 나를 잘 모르면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크리에이터인 나에게는 콘텐츠의 조회수, 공감 개수, 공유 횟수 등이 중요하다. 이 지표들은 프리랜서인 나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수단이자, 커리어 성장의 디딤돌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내가 주력으로 하는 여행 콘텐츠에 비해, 서평 콘텐츠는 이 지표들의 성적이 낮은 편이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지금까지 약 200개의 서평을 작성했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책과 관련된 콘텐츠를 끊임없이 제작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서평 콘텐츠는 여행 콘텐츠를 만들 때보다 두 배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내가 이 책을 제대로 소화했는지, 스스로에게 끝없이 묻고 또 묻기 때문이다. 책 한 권에는 작가의 시간과 건강이 담겨있다. 책 한 권을 세상에 탄생시키기 위해, 편집자・편집 디자이너・인쇄 담당자・마케터 등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모두 모였다. '출판의 고단한 과정을 이해하기 때문'은 두 번째 이유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날 정도로 서평을 열심히 쓰는 가장 큰 이유는 책을 읽고, 나의 언어로 표현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모든 과정이 '감동적'인 덕분이다.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의 힘


언어는 참 신기하다. 나라마다 표현하는 글자는 달라도, 창작 원리는 같은 단어가 많다. 감동이 그렇다. 한자로 감동의 '동()'은 움직인다는 뜻이다. 영어로 감동은 'be moved'로, 역시 움직임의 표현을 사용한다.


책을 읽다가 차마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잠시 가만히 머무는 순간, 영화를 보다가 마음속에서 울컥하고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오는 순간, 뮤지컬을 감상하다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마치 전기에 감전된 듯 전율이 느껴지는 순간, 미술 작품 앞에서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히는 순간. 나는 이런 순간들을 사랑한다. 이런 순간들에 이름을 붙인다면, 그것이 바로 '감동'이다.


엔도르핀(Endorphin)은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린다. 뇌에서 충분한 엔도르핀이 분비되면, 암을 치료하고 통증을 해소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나타낸다. 엔도르핀보다 4,000배 효과를 지닌 호르몬이 몇 년 전 새롭게 발견되었다. 다이돌핀(Didorphin)이다. 무언가에 감동받을 때 생성되어서 '감동 호르몬'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감동의 정도에 따라 생성되는 호르몬의 양에 차이가 나는데, 나의 경우에는 책, 영화, 뮤지컬, 미술 작품 등의 창작물을 감상할 때 다이돌핀이 솟구쳐 오른다. 어린 시절, 외로울 때마다 독서에 빠져들었다. 부모님에게 늦게 잔다고 혼이 날까 봐, 새벽이 되면 이불속에서 손전등을 켜고 책을 읽었다. 직장인 시절, 회사 생활이 힘들 때마다 퇴근 후 혼자 영화관에서 시간을 보냈다. 3년 연속 영화관 VIP가 되어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 지금도 스트레스를 받을 때에는 공연장과 미술관에 자주 찾아간다. 과거에는 단순히 좋아해서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진짜 이유를 알고 있다. 힘들 때마다 나를 다독이기 위해, 감동 호르몬을 찾으려 한 것이다.



세상을 움직이는 감동의 힘


1963년부터 2010년까지, 48년간 직업별 평균 수명을 조사한 연구가 눈에 띈다. 82세로 1위를 차지한 종교인에 비해, 예술인은 70세 그리고 작가는 67세로 하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를 보자마자, 해석을 보기도 전에 나는 이미 고개를 끄덕였다. 설명이 없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대학교 입시 시절, 나는 논술 전형을 준비했다. 학교가 끝난 뒤, 논술학원으로 향했다. 매일 다른 논술 주제를 받았다. 날마다 머리가 터질 정도로 고민하며, 빈 원고지를 수 천자의 글자로 빼곡히 채웠다. 당시의 지식과 감정을 모두 갈아 넣어 논술문을 탄생시켰지만, 선생님의 빨간색 볼펜은 매정하게 나의 글 위를 가득 덮었다. 회사원 시절, 상사는 종종 기존에 없던 매뉴얼과 보고서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그럴 때마다 일주일 내내 고민하고 거듭 수정하며 서류를 만들었다. 하지만 상사는 다 읽어보기도 전에 한숨을 쉬며 반려했다. 초기의 프리랜서 시절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나를 갈아 넣으며 콘텐츠를 만들었다. 긍정적인 반응을 기대하며 댓글을 살펴보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악플이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 세상에 없는 것을 새롭게 만드는 것은 고민의 시간이 켜켜이 축적되어야만 가능하다. 창작 과정에는 무드 미터의 낮은 쾌적함에 해당하는 50가지 부정적인 감정이 매일 그리고 매 순간 수반된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동안, 창작자는 마구 흔들리며 스스로의 마음에 상처를 낸다. 그리고 애써 또 자신을 믿으려고 노력하며 상처를 치유한다. 과정뿐만 아니라, 결과를 내보인 후에도 창작자는 아픔과 치유를 끝없이 반복한다. 세상의 모든 작품에는 굳은살이 박여있다.


다양한 창작물 중에서 특히 책은 나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 책은 나의 지식을 채워주었고, 가보지 못한 나라부터 현존하지 않은 세상까지 모든 세계를 경험하게 해 주었고, 성장을 위한 가이드 역할을 해주었고,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슬픔과 우울함을 달래주었고, 앞으로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용기와 의지를 심어주었다. 책과 함께 울고 웃으며, 건강한 마음과 함께 세상을 씩씩하게 살아갈 동력을 얻었다.


창작하는 이들은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사람들이다. 의사가 환자의 몸을 치료하듯, 작가의 진심이 담긴 창작물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한다. 감동은 차가운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단단한 마음도 말랑하게 만든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마음이 모이면 세상이 조금씩 바뀐다. 나는 이 사실을 깨달은 후, 창작에 어려움을 느낄 때마다 스스로를 자책하는 대신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단하고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메마른 세상의 갈증을 해소하고, 사람들에게 근본적인 삶의 이유를 안겨주는 것은 그 누구도 쉽게 해낼 수 없다.



가짜가 아닌 진짜가 된다면


지극히 내향적인 성격을 지닌 나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조금 불편하다. 물론, 한 살씩 나이가 들고 사회생활 경력이 늘면서, 상황에 맞는 가면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가면 속의 얼굴에는 항상 땀방울이 맺혀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자발적으로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노력한다. 진정한 감동은 관계에서 온다는 사실을 느낀 덕분이다. 아무것도 없는 빈 방에 홀로 앉아 있어서는 아무런 감동도 느낄 수 없다.


여행 중 식사를 하기 위해 한 식당에 갔다. 그곳에서는 직원 대신 로봇이 돌아다니며 손님들의 주문을 받고 음식을 서빙했다. 과정은 편리했지만 따뜻함은 없었다. 식당에 대해 자부심 가득한 사장님이 당당하게 메뉴를 추천해주실 때, 비어있는 접시를 보고 말없이 슬쩍 반찬을 채워주실 때, 음식이 맛있는지 여쭤보며 칭찬을 듣고 싶어 하실 때 등의 인간적인 온기가 없었다. 명품을 따라한 '짝퉁'을 선물로 받을 때 감동하는 사람은 없다. 진심이 담기지 않은 사랑 고백에 감동받는 사람도 없다. 사람은 진짜에게 감동을 받는다. 반대로,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주려면 나 역시 진짜가 되어야 한다.


과거를 회상해보면, 논술이든 보고서든 콘텐츠든 진심이 부족했을 때 지적을 받았다. 창작물을 만들 때, 마음이 나 자신에게만 머물러 있었다. 그 창작물을 볼 사람들에게 향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을 깊게 들여다보고 감동을 주기 위한 고민은 하지 않았다. 나와 상대방의 관계가 성립되지 않은 것이다. 좋은 작품이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이유는, 창작자와 독자가 작품을 통해 하나로 연결된 덕분이다. 물론 독자도 작품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역시 창작자가 먼저 독자에게 성큼 다가가야 한다.


마음을 다해 책을 읽으며, 작가와 나만의 관계를 형성한다. 책 덕분에 마음이 움직인다. 작가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 뒤, 나만의 언어로 서평을 작성하며 내가 느낀 감동을 사람들에게 전한다. 이때에는 반대로 내 글을 읽을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린다. 진심이 가득 담긴 나의 글을 읽은 뒤, 마음이 이어진 사람들과 관계가 새롭게 생겨난다. 뇌에서 분비되는 다이돌핀이 몸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간다.


존재 자체로 감동인 아이를 보며, 엄마는 출산의 고통을 잊고 아빠는 육아의 고단함을 달랜다고 한다. 나는 아이가 없는데도 어쩐지 그 마음을 알 것 같다. 내가 창작을 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감동이다. 평생 감동을 많이 받고 싶고, 또 그만큼 감동을 많이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서평 콘텐츠가 내 커리어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도 상관없다. 나의 가치는 더욱 근본적인 것에 존재한다. 오늘도 하루 종일 노트북 앞에 앉은 채, 새로운 글을 쓰느라 머리에서 열이 펄펄 끓었다. 정말로 김이 나지 않을까 걱정되지만, 아무렴 괜찮다. 감동은 나를 살게 하는 이유니까.



10. 감동적인_3.jpg 감동, 내가 서평을 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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