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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Jun 17. 2022

6월 17일 김재운의 하루

수영장

수영장



재운은 어려서부터 수영을 굉장히 좋아했다. 눈물을 흘리며 수영을 하기 싫다며 엄마 손에 이끌려온 어린 재운은 그날 처음 물에 뜨는 경험을 하고 수영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날 이후 재운은 방학 때만 되면 수영장에 보내달라고 부모님께 떼를 쓰는 아이가 되었다.

재운은 수영에 대단한 재능을 가진 것은 아니었지만 수영은 즐겼다. 그래도 선수만큼은 아니지만 일반인치고는 수영을 제법 잘하는 편이었다. 주변에서 수영을 배우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재운이 가르쳐줄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은 되었다.

재운은 성인이 되어서도 시간만 나면 수영을 즐겨했다. 다른 운동은 거의 하지 않고 거의 유일하게 하는 것이 수영이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이별의 아픔을 잊고 싶을 때도 재운은 수영을 찾았다.

직장인이 된 재운은 회사 근처에서 가장 가까운 수영장을 찾아 매일 아침 일찍 나와서 수영을 즐기고 출근했다. 재운의 동료들은 매일 아침 수영을 하고 다시 출근하는 재운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재운은 그럴 때마다 아침에 운동하고 오는 사람들도 있는데 자신이 대단할 게 있냐며 반문했다.

여행을 갈 때도 재운은 가급적 수영을 할 수 있는 곳으로 갔다. 호텔에서 머물 때도 수영장만큼은 이용하려고 했고 해외여행을 가서도 수영을 할 수 있는 곳은 꼭 코스에 넣었다. 그만큼 재운은 수영을 사랑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고난이 재운 앞으로 찾아왔다. 바로 코로나 시국이 열리면서 수영장을 이용하기 어려워진 것이었다. 이용하려면 아예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재운은 혹시 몰라 수영장 이용을 자제하기 시작했다. 아주 가끔 수영장을 찾았지만 몇 달 후부터는 아예 수영장 이용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약 2년의 시간이 지났다.


오늘부터 재운은 다시 수영을 시작하기로 했다. 진작부터 수영장 이용이 가능해졌지만 회사 일이 바빠 재운은 수영을 다시 시작할 날을 미뤘다. 매일 일상처럼 찾던 수영장이었지만 2년 정도 이용을 하지 않다 보니 재운은 수영을 하지 않는 자신의 삶에 어느새 익숙해진 다음이었다. 사실 재운은 수영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예전만큼 들지 않았다. 수영을 하지 않는 삶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러나 재운은 얼마 전 수영을 좋아하는 다른 친구에게서 요새 다니고 있는 수영장 이야기를 듣고는 다시 수영에 대한 열망이 생겨났다. 그래서 재운은 수영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재운은 6월 중순부터 일정이 여유로워지기 때문에 그 이후로 디데이를 설정해놨다.

재운은 작년에 새로운 회사로 이직했다. 지역이 다른 곳이었기 때문에 기존에 다니던 수영장을 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재운은 회사에서 가까운 수영장을 찾았지만 마땅한 곳이 보이지 않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간다고 해도 출근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운 곳만 보였다. 그렇다고 재운의 집 근처에서도 다닐 수 있는 곳은 없었기 때문에 재운은 조금 난감해했다.

결국 재운은 회사에서 거리가 조금 있는 수영장을 등록하기로 했다. 아침에 30분 더 일찍 일어나서 수영을 다니기로 한 것이었다. 피곤할 수 있는 일정이지만 지금은 이것이 최선이었다.

어제 재운은 일찍 퇴근을 하고 수영장을 찾아 등록하였다. 마침 바로 이용이 가능한 곳이라 재운은 오늘부터 수영을 바로 시작하기로 하였다.

오늘 아침 재운은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일어났다. 수영을 끊은 이후로 늦잠을 자는 버릇이 생긴 탓에 재운은 일어나기가 힘들었지만 알람을 1분 단위로 10개 이상을 맞춘 덕분에 겨우 깨어날 수 있었다. 재운은 너무 졸려서 다음 주부터 수영을 시작할까 고민했다. 하지만 모처럼 일찍 일어났는데 다시 자는 것도 자신에게 지는 것 같았기 때문에 재운은 무거운 몸을 일으켜 나갈 채비를 했다.

수영장은 회사에서 대중교통으로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다. 아침 일찍 40분 정도 이동해 수영을 하고 다시 30분을 이동해야 하는 일정이었다. 수영 자체가 체력 소모가 굉장히 많은데 이동 때문에 재운은 더 많은 체력을 써야 했다. 그리고 정말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가능한 일정이었다.

겨우 수영장에 도착한 재운은 오랜만에 보이는 수영장의 물을 보고 반가웠다. 새벽부터 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재운은 몸에 물을 묻히고 천천히 발을 물에 담갔다. 수영장 특유의 냄새와 물을 흐름. 이 모든 것이 그동안 잊고 있었던 수영에 대한 감각을 깨웠다. 재운은 몸 전체를 물에 담가 몸의 힘을 빼 서서히 떠올랐다. 재운은 어린 시절 울면서 들어갔던 그 시절의 수영장이 다시 생각났다. 물에 뜬 재운은 미소를 지었다. 물에 뜬 느낌과 자신이 다시 몸을 움직여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 이 모든 것이 재운의 기분을 좋게 했기 때문이었다.

재운은 숨을 참고 얼굴을 물에 넣어 살짝 발길질을 했다. 재운의 몸이 앞으로 나아갔다. 재운은 이제 팔을 조금씩 움직여봤다. 재운의 몸은 더 앞으로 나아갔다. 천천히 나아가던 재운은 이내 모든 감각을 되찾은 듯이 힘차고 빠르게 수영 자세를 잡으려 앞으로 나아갔다. 금세 레인 끝에 다다른 재운은 숨을 거칠게 내쉬며 물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그리고 다시 재운은 미소를 지었다.


‘이거지. 이거. 이게 내가 원래 살던 이유였지.’


지난 2년 동안 재운은 이유 없이 침울해지거나 힘들어진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오늘 재운은 다시 수영을 시작하며 자신이 그동안 왜 힘들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물속에서 헤엄치고 숨 쉬고 끊임없이 레인을 왔다 갔다 하며 재운은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었다. 재운은 오랜만에 자신이 잊고 있던 것을 다시 찾은 것 같았다. 그래서 재운은 지금 매우 행복하다.


재운은 다시 물에 잠겨 앞으로 나아갔다. 재운은 더욱 가볍게 물속을 헤엄쳤다. 자세는 약간 망가져있었지만 이내 재운은 다시 자세를 가다듬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재운은 오늘 1시간 정도 거의 쉼 없이 수영을 할 예정이다. 그리고 회사에 가면 굉장히 지쳐있을 예정이지만 재운은 상관없었다. 지금 재운은 수영을 하고 있는 지금이 그저 좋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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