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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Jul 01. 2022

7월 1일 정승민의 하루

회고 

승민은 잠에 들기 전에 지난 1월,  자신이 세웠던 계획을 다시 살펴봤다. 승민은 그렇게 계획적인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매해 신년 계획 정도는 세우는 사람이었다. 

올해 승민이 목표했던 것은 크게 4가지였다. 하나는 운동이었다. 고등학교 시절까지는 운동을 굉장히 좋아했던 승민이었지만 언젠가부터 운동과 전혀 먼 삶을 살기 시작했다. 헬스장을 가기는커녕 걷는 것조차 싫어할 정도로 승민의 운동량은 부족했다. 그리고 먹는 것도 워낙 좋아했다. 승민은 원래 살이 찌는 체질도 아니었다. 그래서 승민은 더욱더 방심했다. 그러나 30살이 넘어가면서 승민의 체중은 눈에 띄게 불어났고 이제는 누가 봐도 비만인 사람이 되었다. 비만과 함께 자연스럽게 무릎도 안 좋아졌고 그나마 있던 체력도 쉽게 바닥났다. 그래서 승민은 올해 목표로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을 1순위로 잡았다. 

두 번째는 연애였다. 30살이 되기 전까지는 연애도 많이 하고 주위에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30살이 넘어가며 점차 바빠지면서 연애를 할 기회가 없어졌다. 친구들은 하나둘씩 결혼을 하기 시작했고 집에서도 승민에게 눈치를 많이 줬다. 그렇기 때문에 승민은 올해 목표로 연애를 다시 시작하는 것을 잡았다. 

세 번째는 이직이었다. 지금 있는 회사의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이직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목표였다. 승민은 퇴근을 하면 자신의 이력서를 정리하고 더 좋은 곳 회사로 넣을 생각이었다.

네 번째는 영어공부였다. 학교 졸업 이후에는 영어를 쓸 일이 없는 곳을 다니는 승민이었지만 언젠가 영어 뉴스를 접했을 때 기본적인 독해도 되지 않는 자신을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그래서 승민은 올해 목표로 영어를 배우는 것을 삼았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 승민의 목표는 어느 하나 이룬 것이 없었다.  


먼저 운동의 경우, 승민이 헬스장을 끊어 몇 번 다니기는 했지만 3월 이후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가지 않았다. 승민의 성격을 아는 주변 사람들은 3개월이라도 다닌 것이 용하다는 반응이었다. 승민은 매일 아침이나 저녁 시간에 헬스장을 가야 한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지만 항상 귀찮다는 이유로 헬스장을 피하게 되었다. 처음 3개월은 제법 운동을 해서 체력과 건강을 찾을 수 있었지만 다시 3개월 동안 승민의 건강은 더욱 악화되었다. 

두 번째, 연애는 승민의 뜻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소개팅을 하기도 했고 제법 마음에 맞는 사람도 만났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둘의 사이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세 번째, 이직도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어려웠던 승민의 회사는 올해부터 다시 회복하기 시작했다. 승민의 직급은 올라갔고 더욱 중요한 일을 맡게 되었다. 목표로 삼기는 했지만 꼭 이직해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

네 번째, 영어 공부는 첫 번째와 비슷한 이유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나마 헬스장은 3개월이라도 다녔지만 영어 공부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승민은 지난 6개월 간의 자신이 세운 목표를 하나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이직의 경우 목표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고 연애는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나머지 2개는 의지만 있다면 이룰 수 있는 목표였기 때문이었다. 승민은 내년 1월 1일에 똑같은 목표를 세우기는 싫었다. 결론은 아주 간단했다. 당장 내일부터 헬스장에 다시 간다. 영어 학원은 빠르게 알아봐서 다닌다. 

승민은 남은 6개월 동안 자신이 목표한 것을 이뤄 몸도 좋고 영어에도 자신감이 생긴 미래의 자신을 상상해봤다. 상상만으로도 이미 이룬 것 같았다. 승민은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내일부터 다시 달리기로 하고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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