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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Oct 22. 2022

10월 22일 김주호의 하루

매우 늦은 휴가 

주호는 지난여름 휴가를 가려고 했었지만 회사 일이 너무 바빠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사실 여름휴가뿐만이 아니었다. 주호는 지난 1년 간, 아파서 하루를 쉰 것 이외에는 자신의 휴가를 전혀 사용하지 못했다. 회사가 휴가를 쓴다고 해서 눈치를 주는 곳은 아니었지만 일적으로는 압박을 줬기 때문에 주호는 시간을 도저히 낼 수가 없었다. 그렇게 주호는 10월이 될 때까지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제대로 쉬지를 못 했다.

주호는 아예 휴가를 가는 것을 포기하고 올해를 채우려고 했다. 그러나 몇 달 전 회사에서 연차 사용 촉진에 대한 안내 메일을 보냈다. 휴가 계획을 제출해야 하고 제출하지 않으면 회사에서 휴가 계획을 세우고, 만약 그래도 올해 말까지 휴가가 남으면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한마디로 연차가 남아 있어도 회사에서는 연차 수당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직원들의 동의를 구해야 했다. 그리고 그 동의는 강제적이었다. 

결국 주호는 10월 말이 되면 겨우 시간이 날 것이라 생각하고 5일 정도 휴가를 쓰기로 했다. 그래도 사용해야 하는 휴가가 많았지만 주호는 그것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깨끗하게 포기했다. 주호는 그나마 5일이나마 시간을 낼 수 있는 사실에 감사했다. 

주호는 오늘부터 해서 다음 주 일요일까지 쉴 수 있게 되었다. 주호는 원래 여름에 친구들과 같이 가려던 제주도를 휴가지로 정했다. 친구들은 이미 주호를 빼고 여행을 다녀왔기 때문에 주호는 혼자 제주도로 가야 했다. 하지만 주호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혼자 하는 여행도 재미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주호는 혼자 제주도를 다니면서 맛있는 것도 먹고 생각을 정리하기로 했다. 

오늘 주호는 제주도에 갈 준비를 하느라 시간을 보냈다. 제주도 일정은 내일부터가 시작이었다. 주호는 먼저 짐을 챙겼다. 6박 7일의 일정이었기 때문에 꽤 많은 짐이 필요했다. 숙소에서 세탁을 한다고 해도 여벌의 옷이 있어야 했다. 주호는 다음 주의 제주도 날씨를 확인하고 필요한 옷을 정했다. 오랜만에 여행을 가는 것이라 주호는 다소 서툴게 짐을 쌌다. 어느 정도 다 챙겼다 생각하고 캐리어를 잠그면 다시 필요한 것이 생각나서 가방을 열고, 다시 닫고, 열고를 반복했다. 

주호는 노트북도 가지고 가기로 했다. 오직 업무를 위한 것이었다. 회사는 휴가자에 대한 배려가 많은 곳이 아니었다. 휴가를 보내는 중에도 연락이 올 수 있었다. 주호는 이를 대비해야 했다. 

오전에 짐을 모두 챙긴 주호는 핸드폰으로 제주도에서의 여행 루트를 살폈다. 비행기와 숙소만 정하고 가는 것이기에 디테일한 계획은 아직 세워두지 않은 상태였다. 주호는 여름에 이미 여행을 다녀온 친구들에게 연락을 하며 어떤 집이 맛있었는지, 어떤 루트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물었다. 계획을 짜던 주호는 핸드폰으로는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다시 캐리어를 열고 노트북을 꺼냈다. 주호는 친구들이 둔 정보를 워드로 옮겨서 정리했다. 

어느 정도 루트가 정리되자 주호는 렌터카 정보를 확인했다. 제주도에서는 차로 계속 이동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주호에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였다. 일주일 전에 예약한 것이 정상적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한 주호는 내일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해야 할 일을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했다. 모든 것이 다 정리되자 주호는 그대로 침대에 누워서 낮잠을 잤다. 

잠을 자고 일어난 주호는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어 제주도를 잘 다녀오겠다고 했다. 주호의 부모님은 휴가가 그렇게 길면 자기들을 만나로 오지, 일주일 내내 제주도에 있냐면서 아들을 나무랐다. 주호는 제주도를 다녀온 후에 잠시 집에 들를 테니 너무 뭐라 하지 말라고 부모님에게 말했다. 전화를 끊고 주호는 한숨을 쉬었다. 

간단히 저녁을 먹은 주호는 다시 여행지에서 먹을 음식들을 살폈다. 먹고 싶은 것은 많고 시간은 한정되어있었기 때문에 주호는 최대한 효율적으로 골라야 했다. 먹는 것에 대해 욕심이 많지 않은 주호였지만 그는 사뭇 진지하게 먹을 것을 한참 동안 고민했다. 겨우 식당을 고르는 데 성공한 주호는 노트북을 캐리어에 넣고 일찍 잠들 준비를 했다. 내일부터 부지런하게 돌아다니려면 이른 시간에 잠드는 것이 중요했다. 

씻고 침대에 누운 주호는 오랜만에 설레는 감정이 느껴졌다. 올해 첫 휴가라고는 하지만 사실 주호는 작년에도 휴가를 겨우 이틀 다녀왔다. 휴가 없이 일만 하는 머신이었던 주호는 아주 오랜만에 여행이라는 휴식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주호는 휴가를 간 동안 카페에서 노트북을 하며 다른 회사도 알아볼 계획이었다. 이렇게 당연한 권리는 2년 간 제대로 누리지 못 하고 겨우 시간을 내고 그나마도 언제 올지 모르는 업무 연락을 기다려야 하는 현실이 그는 개탄스러웠다. 주호는 휴식도 하고 새로운 도전도 할 수 있는 기회로 이번 휴가를 활용할 계획이다. 눈을 감고 자려고 했지만 주호는 설레는 마음 때문에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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