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지에서의 마지막 밤
아주 먼 옛날
어떤 나라에 김시후라는 자가 있었다.
왕의 총애를 받던 김시후였지만 주변에 적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를 시기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들은 언제나 김시후를 모함하는 말을 왕에게 고했고 그를 믿고 있던 왕도 점차 김시후를 의심하기 시작했고 결국 김시후는 오랜 기간 유배를 가게 되었다.
김시후는 10여 년 간 유배지에서 혼자 지내야 했다. 왕에 대한 충심은 여전했지만 다시 왕도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게 유배지에서 죽음을 맞이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맑은 공기와 건강에 좋은 찬거리 때문인지 김시후의 몸은 더욱 건강하지기만 했다.
그렇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김시후의 유배였지만
얼마 전 유배에서 풀려 중앙으로 복귀하라는 왕명을 받았다.
김시후는 소식을 듣고 한참을 울었다.
이제 내일이면 김시후의 유배도 끝이 나게 된다.
김시후는 짐을 정리하며 자신이 10년 간 배운 것을 떠올렸다.
유배가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백성들의 삶을 더욱더 이해할 수 있었고 10년 전 자신이 무엇을 잘못 생각하고 있었는지, 혹여나 다시 중앙으로 가게 된다면 어떻게 정치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할 수 있었다.
아주 큰 죄를 지어서 유배를 갔다기보다는 정치적인 이유로 권력에서 밀려난 경우에 더 가까웠기 때문에 김시후의 삶은 다른 유배를 온 자들에 비해 비교적 괜찮은 편이었다. 그 덕분에 조금 더 자유롭게 활동하며 백성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많이 생겼다. 김시후에게 있어서는 성장의 기회였을지도 모른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김시후에게 한 손님이 찾아왔다.
과거에 동문수학하던 최호섭이었다. 김시후는 며칠 후면 다시 궁에서 보게 될 텐데 왜 찾아왔냐고 했지만 자신을 찾아준 최호섭이 너무 고마웠다.
“그래, 잘 지내는가?”
김시후가 반가운 마음에 이야기를 하자 최호섭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흘렸다.
그 모습을 보니 김시후의 눈에서도 눈물을 맺혔다.
“이러지 말고 누추하지만 안으로 드시게”
김시후는 최호섭을 집으로 들였다.
최호섭은 김시후가 사는 곳을 한참을 둘러보았다.
“미안하네. 더 빨리 자네를 불었어야 했는데 조정의 상황이 그리 좋지는 않아서 너무 늦었네”
오랜 침묵 끝에 최호섭이 말했다.
“아니네, 그래도 이 생활이 나쁜 것만은 아니었네. 오히려 전하께서 내게 상을 주신 것 같았네. 내 얼굴을 보게나. 더 좋아지지 않았는가? 오히려 자네 얼굴이 상해서 그게 걱정일세.”
김시후는 최호섭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그래서 내가 자네를 다시 부를 것을 전하께 고했네. 나 혼자서는 힘들 것 같아서 말일세. 지금 전하께서는 나와 자네 모두가 필요한 상황이네”
말을 마치자 다시 침묵이 흘렀다.
“전하께서는… 나를 용서하신 건가?”
김시후는 여전히 왕에 대한 죄책감이 있었다. 자신이 왕을 더욱 잘 모셨어야 했는데 적들에게 틈을 줘서 왕의 곁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이었다.
“전하의 몸이 매우 안 좋으시네. 세자께서 보위에 오르실 준비를 하고 있네. 알겠지만 세자 저하께서는 나이가 너무 어리네. 그래서 전하께서는 나와 자네, 그리고 다른 충신들이 세자 저하를 잘 지킬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 해야 할 일이 많네. 이걸 보게나…”
최호섭은 김시후에게 어떤 문서를 보여주며 조정의 상황을 자세히 이야기했다. 조정의 현재 상황, 끝없이 침략하는 이웃의 나라들, 김시후를 유배 보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정대감의 죽음 소식, 그리고 세자의 전통성을 걸고넘어지고 있는 일부 세력 등, 김시후에게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무척 많아 보였다.
“이런 상황인 거지, 어려움이 많네. 나라를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을 것이야”
“알겠네. 내 비록 늙었으나 전하와 세자 저하를 위해 이 한 목숨 바칠 준비가 되었네.”
“그래, 좋은 날인데 마음을 무겁게 해서 미안하네. 그래도 중대한 일이라 먼저 찾아와서 말하고 가네. 그럼 먼저 가보겠네.”
“날이 벌써 어두워지는데 지금 떠난 단말인가? 근처에 잠을 청할 곳도 있으니 그곳을 이용하게나”
“아닐세. 사실 이렇게 자리를 비우고 있는 것도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 왕도로 오면 술이나 한잔 하지. 건강하게 다시 만나세”
최호섭은 바로 자리를 떠나 다시 왕도로 향했다.
김시후는 최호섭을 배웅하고 자리로 돌아와 자신이 유배생활 동안 썼던 글들을 다시 봤다.
다시 복귀하게 되면 하고 싶었던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 해야 할 일은 더 많은 것들이 있다.
김시후는 자신이 해야 할 일들, 그리고 그 일을 위해서 바로 행동을 옮겨야 할 것들을 생각했다.
유배는 풀렸지만 부담은 더욱 커져갔다.
하지만 자신을 믿어주는 왕과, 동료들이 있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했다.
김시후는 붓을 들어 자신의 결심을 글로 적기 시작했다.
유배지에서의 마지막 밤은 깊어만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