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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Feb 23. 2022

2월 23일 최지훈의 하루

낯선 동네

퇴근길, 지훈은 조금 낯선 곳으로 가고 있었다. 아직 지훈에게 낯선 곳이라서 지훈은 자기도 모르게 지하철을 잘못 타고 가고 있었다. 한참을 지나고 나서야 지훈은 자신이 잘못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반대편 방향의 플랫폼으로 향했다. 이미 꽤 많이 지나간 다음이라 지훈은 앞으로 1시간은 더 가야만 했다.

기다리던 지하철이 도착했지만 지훈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만원 지하철이었다. 게다가 지훈이 내린 역은 사람들이 거의 내리지 않는 곳이라 지훈은 안에 있는 사람들을 살짝 밀면서 끼어서 타야 했다. 이대로 지훈은 1시간을 더 가야 했다. 그래도 몇 정거장을 가니 사람들이 내려 조금 여유가 생겼다. 조금 더 가니 자리도 생겨 이제 지훈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목적지로 갈 수 있게 되었다.


지훈이 지금 향하고 있는 곳은 그의 새로운 집이었다. 지난주, 지훈은 회사에서 살짝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갔다. 회사에서 더 멀어지는 곳이었기에 조금 망설였지만 그래도 지훈에게 선택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도 동네와 집의 컨디션, 그리고 결정적으로 월세도 괜찮은 편이었기에 지훈은 이 동네를 새로운 보금자리로 선택했다. 

이사를 마친 지훈은 동네를 돌아다니며 이 낯선 도시를 탐험하기 시작했다. 주위에 어떤 밥집이 있는지를 살폈고 지하철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 외 조깅이나 운동을 할만한 곳은 어디 있는지를 둘러보았다. 지훈이 선택한 곳은 살짝 한적한 곳이라 밤에는 꽤나 조용한 동네였다. 살짝 불편한 감이 없잖아 있지만 그래도 집 자체는 매우 편안하고 좋았기 때문에 지훈은 괜찮다고 생각했다.


지하철에서 내린 지훈은 낯선 퇴근길 풍경을 한 발 한 발 내디뎠다. 지하철에서 집으로 가는 길은 크게 3가지가 있었다. 가장 빠른 길이 있었고 조금 돌아가는 길이 있었으며 신호등을 많이 건너야 하는 길도 있었다. 대부분은 가장 빠른 길을 선택하겠지만 오늘 지훈은 어차피 늦었으니 조금 돌아가는 길로 가보기로 했다. 아직은 낯선 이 동네에 익숙해지고 싶어서였기 때문이었다. 

지훈이 계속 걷다 보니 굉장히 정갈한 느낌의 식당 하나가 보였다. 보아하니 가정식을 팔고 있는 곳 같았다. 지훈은 가게를 슬쩍 보고 핸드폰에서 가게 이름을 검색해 봤다. 후기를 보니 꽤나 괜찮은 평점을 받고 있는 곳이었다. 지훈은 또 새로운 맛집을 찾은 것 같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지도 앱에 가게를 저장했다. 계속 걸어가다 보니 공원이 보였다. 지훈은 기왕 돌아가는 거 제대로 돌아가 보자라는 생각으로 공원을 한 바퀴 돌기로 했다. 어두운 밤인데도 불구하고 동네 주민들이 나와 운동과 산책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번잡스럽지는 않은 곳이었다. 지훈은 잠시 공원 벤치에 앉아 낯선 동네의 공기를 들이켰다. 그렇게 좋은 날씨는 아니었지만 지훈은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게 한참을 공원에 있다가 지훈은 집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인적이 드문 골목이 나왔고 사람은 없고 빛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덩치가 좋은 지훈이었지만 그래도 이런 길을 걸으니 본인도 약간 겁이 났다. 그래도 별일은 없을 거라 생각한 지훈은 골목을 약간은 빠른 걸음으로 지나갔다. 가다 보니 어떤 검은 물체가 보여 지훈은 흠칫 놀라 주저앉을 뻔했다. 자세히 보니 동네 길냥이였다. 놀란 가슴을 진정하고 지훈은 다시 갈길을 가려고 하는데 뒤에서 길냥이가 졸졸 쫓아오고 있었다. 갑자기 길냥의 간택을 받은 지훈은 가로등이 보이는 곳에 도착하자 뒤를 돌아 길냥이를 한참 살펴봤다. 지훈은 순간 고영이를 키우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길냥이는 지훈을 계속 노려보고 있었다. 한참을 지훈과 눈싸움을 하던 길냥이는 지훈에게 흥미가 떨어졌는지 도도하게 뒤로 돌아 사라졌다. 지훈은 다음에 또 만나면 길냥이를 한번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길을 계속 걷다 보니 어느새 지훈의 집 앞이었다. 천천히 걸어오기는 했지만 역시 회사에서 좀 먼 곳이었다. 지훈은 그래도 지하철만 타고 이동할 수 있는 게 어디냐며 지금의 낯선 길에 만족하기로 했다. 이제 지훈은 동네보다 더 낯선 그의 집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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